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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노동[주목] 2025 기후정의행진 무엇을 남겼을까?

편집부
2025-10-24
조회수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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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기후정의행진 무엇을 남겼을까?


2019년부터 시작된 기후정의행진이 올해 일곱 번째를 맞았다. 2019년 그레타 툰베리의 기후파업 호소에 응답하여 전 세계에서 촉발된 기후파업, 기후정의 집회였다. 한국 역시 그해 9월 21일 서울 대학로의 5천 규모 집회를 비롯해 전국에서 기후 행동이 진행되었다. 그 후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잦아들었지만 한국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겪은 후 2022년부터 규모 있는 대중집회와 행진을 가져왔고, 2025년까지 수만 명이 모이는 정례화된 대중 집회로 안착했다. 2019년 기후 행동을 통해 기후위기비상행동이라는 최대규모의 기후운동 연대체가 만들어졌고, 체제전환을 내걸고 별도의 연대체를 꾸린 기후정의동맹과 함께 2022년부터 매년 기후정의행진을 제안하고 있다. 매년 9월 수백 개의 노조, 사회단체, 진보정당 등이 참여하는 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를 꾸리고 8-9월 기후 의제를 전면화하면서 기후정의행진으로 모아진다. 2019년 시작 이래 전국 동시다발로 개최되기도 했지만 한동안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서울 집중으로 진행되었다. 서울 도심에서의 대규모 집회를 통해 기후 의제를 알려낸다는 취지였다. 올해의 경우 전국 7개 광역시도와 경북의 5개 시군, 지리산 권역 등에서 함께 진행되어 동시다발적 성격이 강해졌다. 

기후정의행진은 이제 2022년 이래 매년 3만 명 이상이 집결하는 최대 규모의 기후 의제 단일 집회로 자리잡았다. 9월이면 기후정의행진이 있고 여기 참여한다는 것이 주요 대중조직, 사회운동조직들에게 확산되었고, 노조와 사회단체들의 연간 주요 사업으로 안착했다. 8-9월이면 수많은 기후 활동가들이 그 준비에 함께 하고, 대부분의 기후운동 조직들은 그 준비와 조직화에 많은 역량을 투입한다. 충분히 성과적이지만 한편으로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수만 명의 외침 만큼 한국 사회는 기후위기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졌을까? 정부의 정책 변화는 그럴 듯한가? 자본의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을까? 일곱 번째를 경과하고 있는 기후정의행진, 무엇을 남겼을까? 

기후정의행진은 충분히 주목할 만했다. 2022년 첫 대규모 대중집회로 기획될 때, 으뜸 구호는 ‘이대로 살 수 없다’였다. 당시 전국을 달궜던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의 목소리 ‘이대로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를 가져왔다. 노동의 문제에 주목하고, 배제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드러내고, 불평등의 세상을 바꿔내는 것이 기후정의 실천이 가야할 길이라는 인식이었다. 화석연료와 생평파괴 체제를 종식하고, 모든 불평등을 끝장내고,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의 목소리가 커져야 한다는 선언은 그 자체로 급진적 분위기를 풍겼다. 체제 전환의 문제는 기후정의행진의 대중적 조직화 초창기부터 주요 이슈로 자리잡았다. 물론 기후운동 일부에서 너무 과격하고 급진적이어서 대중적 공감대를 얻기 힘들다는 볼멘 소리도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체제 전환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호할 뿐만 아니라 구체적 실천과 행동의 장에서는 어떻게 구현되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비판도 함께 존재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제 전환 이슈는 기후 문제가 현재의 체제를 바꿔내는 문제와 결부되어 있음을 알려낸 기제였다. 사회운동이 그토록 애먹었던, 구조적 변혁, 사회변혁의 과제 드러내기를, 기후 운동에서는 대중적으로 직접 드러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상 진전되지는 못하였다. 체제 전환을 이야기하고, 불평등 타파를 이야기했지만 9월 기후정의행진 이외의 공간에서 체제 전환과 불평등 체제 종식이 구체적인 대중적 실천으로는 거의 조직되지 못하였다. 오히려 체제 전환 구호의 관념성 비판은 급진성 비판과 결부되어 보다 대중적인 확장이 필요하다, 보다 구체적인(혹은 개인적인) 실천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확대되었다. 뒤이어 언급하게 될 보수정당 지지, 위성정당 참여 진보정당에 대한 제척 논의에서도 이는 다시 모양을 바꿔 등장한다. 

기후 문제에 보다 많은 대중이 접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쉽고 편하고, 안전(?)하게 기후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기후 의제에 동의하는 누구든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들은 매해 기후정의행진 시마다 조직위 내외에서 흘러나왔다.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실천이나 공권력과의 긴장 조성을 경계하는 목소리들은 결과적으로 기후정의행진의 급진성, 다양성을 스스로 축소시켰다. 누구나 편하게 기후 문제를 이야기하고 참여하는 장은 굳이 기후정의행진이 아니어도 된다. 이미 정부와 자본은 자신들의 판을 만들고 운영하고 있다. 왜 세상을 바꿔야 기후정의가 실현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기후정의행진이 이러한 여러 기후판 중의 하나가 되어야 할까? 더 이상 급진적이 않은 기후정의행진, 더 이상 위협적이지 않은 기후정의행진에 정부와 자본이 긴장할 리 만무하다. 함께 하지 못할 이유가 없겠다. 

작년과 올해 조직위 구성시에 쟁점이 되었던 의제가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한 정당의 참여 배제였다. “기후악당 정당인 국민의힘, 민주당”과 함께한 정당이 기후정의행진 조직위에 참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2024년, 기후정의행진 조직위는 불평등과 부정의에 맞선 싸움, 이윤을 위한 에너지 체제에 맞선 대중투쟁, 생태계 파괴와 기후위기 가속화하는 개발사업들에 맞선 투쟁을 기조로 정했으며, 이 취지에 동의하는 조직들로 조직위를 구성한다고, 기후정의 정신과 원칙을 지키지 못하는 단체는 제외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25년 역시 조직위의 기조와 구성 원칙안은 대동소이했다. 거대 보수정당들은 틀림없이 불평등과 부정의에 공모하고, 이윤을 위한 에너지 체제를 뿌리치지 못하고, 개발사업을 계속하고 싶어하는 세력이었고, 이들과 함께했던 또다른 세력이 있다면 조직위에 참여하는 것이 거부되는 것이 타당했다. 더군다나 함께했던 방식이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여 대안 정치세력의 정치권 진입을 가로막는 것이었다면 더욱 비판받아 마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요구한 수정안은 ‘제기에는 동의하나 더 너른 참여를 보장하고 함께할 수 있도록 조직하기 위해서’ 부결되고 말았다. 당초에 기후정의행진을 제안하고 조직했던 취지는, 폭넓고 광범위하게 조직하여 기후 의제를 제기하기 위해서는 일부 원칙을 굽히고 달리 해석하는 것도 가능한 것이 되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올해 기후정의행진에서 있었던 발언자 선정 문제이다. 본집회를 비롯하여 기후정의행진 시의 발언자는 당연히 기후정의행진 조직위에서 선정한다. 기후정의행진의 취지에 부합하고, 그 해 현안으로서의 시의성과 투쟁 상황, 대중적 인식 제고 등을 기준으로 선정하는 것일 것이다. 

올해 노동 분야 발언자 중 한 명으로서 발전비정규직 노동자가 선정되었다. 올해 말부터 본격화되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문제를 제기하고, 그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올 한 해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이 발언대에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조직위는 그런 입장이었고, 이를 민주노총의 승인을 받아 결정한 것도 아니었다. 민주노총으로서도 당연히 발전비정규직 노동자가 발언하는 것에 동의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한국노총 쪽 발언자였다. 결과적으로 발언자 선정을 조직위에서 결정한 것이 아니라 한국노총의 결정을 수용하는 것이 된 것이다. 기후 문제의 대표적 사례로서 올해도 역시 심각했던 폭염 문제, 그리고 이러한 폭염 속에 야외 노동을 해야 했던, 또한 기 선정된 발전비정규직 노동자가 남성임을 고려하여 성별 균형을 맞추기 위해 여성 노동자로 추천을 요청했다. 여기까지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다. 문제는 한국노총의 발언자가 쿠팡 노동자가 된 것이었다. 올해 폭염 속에 보여주기식 대책에만 전념하며 노동자의 안전보다 이윤을 앞세웠던 쿠팡, 이에 맞선 조직적 활동과 사회적 고발에 앞장섰던 것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의 쿠팡 노동자들이었다. 실체도 불분명했고, 관련 활동조차 전무했던 한국노총 쪽 노조, 그 노조 관련 인사가 사측과 야합하여 문제제기를 희석시키는데 앞장섰다고 비판받았던 상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 쿠팡 노동자들의 강한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접한 조직위의 발언자 교체 요청에도 불구하고, 한국노총은 강경한 입장으로 일관했다. 결국 한국노총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었다. 

조직위는 이러한 발언자 선정과 관련하여 자기 입장을 강경하게 고수하는 큰 대중조직의 입장을 거스르지 못했다. 관행적으로 노동 쪽 발언은 조직위에 참여하는 양 노총의 요청과 입장을 존중하고 조율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올해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경우 조직위에서 개입할 여지, 실제 발언자 선정 권한을 행사할 여지는 대폭 축소되고 만다. 발언자은 선정은 상기한 바와 같이 기후정의행진의 취지에 부합하고, 그 해 현안으로서의 시의성과 투쟁 상황, 대중적 인식 제고 필요성 등을 반영하여 조직위 내의 논의를 거쳐 확정하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관행과 편의는 조직적 논의를 건너뛰게 하고, 무리없이 행사를 성사시키겠다는 충심은 봉합과 전가로 귀결된다. 

기후정의행진이 몸집을 불리고, 대중적 영향력을 키워나갈수록, 기후정의행진을 통해 조직적 이익을 관철하고자 하는 시도들은 늘어날 것이다. 기후정의행진이 단지 기후 의제를 대중적으로 알려낼 뿐인 일회성 이벤트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기후 문제, 불평등과 전환의 문제를 한국 사회가 엄중하게 인식하게 하고 실제적 대안을 만들어가는 기제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기후정의행진이 직면하고 있는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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