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 새벽배송 규제를 둘러싼 논란들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이하 택배노조)가 쿠팡 등 대형 택배사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기구에 심야시간(0-5시) 택배배송을 제한하자는 의견을 제출한 이후 새벽배송 규제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이미 여러 논의를 통해 새벽배송 규제를 둘러싼 논란에서 어떤 지점들에 주목해야 하는지는 충분히 제시되었다. 간단히 정리해보면, △새벽배송의 효용 혹은 노동자의 ‘선택’이 아니라 야간노동자의 건강을 어떻게 보호할지가 논의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점, △고정 야간노동과 다회전 배송 등으로 야간노동자의 건강을 훼손함으로써 이윤을 쌓는 주체는 다름 아닌 쿠팡이기 때문에 쿠팡에게 야간노동자 건강 보장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점, △현재 한국에서 야간노동에 대한 규제가 공백 상태이기 때문에 새벽배송 찬반을 넘어 야간노동 규제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되어야 한다는 점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중요 논의 지점들이 여러 입장과 기고 등을 통해 다방면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새벽배송 찬반’을 중심으로 (쿠팡에 의해) 짜인 프레임은 여전히 공고하게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이 글에서는 위와 같은 구체적인 논점들에 대해 말을 얹기보다는, 쿠팡 새벽배송 규제를 둘러싼 논란과 대응에 왜 노동운동이 적극적으로 임해야 하는지를 플랫폼 기업의 자본 축적 전략에 대한 대응의 필요성을 중심으로 간단히 설명하고자 한다.
플랫폼 기업의 자본 축적 전략: 규제 공백 활용과 플랫폼-소비자 동맹 형성
20세기 이후 자본주의 정치경제의 변화를 탐구해온 정치학자 씰렌(Thelen)에 따르면, 플랫폼 기업은 △기술 변화와 혁신을 명분으로 기존의 노동법‧경제법 규제 공백과 회색지대를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이윤을 수취하며, △플랫폼의 이용자인 소비자를 앞세워 플랫폼에 대한 노동법‧경제법 규제 적용을 반대할 뿐 아니라 마찬가지로 플랫폼의 이용자인 노동자(법적으로는 프리랜서)가 플랫폼을 통해 얻는 혜택을 앞세워 플랫폼 노동자가 노동권의 보호를 받는 것을 반대한다. <출처 : 「The Rise of the Platform Business Model and the Transformation of Twenty-First-Century Capitalism」 (Rahman&Thelen, 2019)>
즉, 혁신을 앞세워 규제를 회피하고 규제 공백을 활용하는 한편, 플랫폼 기업과 소비자(이용자) 간의 동맹을 구축하여 자신들의 착취를 정당화하는 것이 기존의 기업과 구별되는 플랫폼 기업의 핵심적인 자본 축적 전략인 것이다.
플랫폼 기업이 위와 같은 자본 축적 전략을 갖는다는 것은 이번 쿠팡 새벽배송 규제 논란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쿠팡은 한국의 야간노동 규제 공백을 전략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실현 가능해진 새벽배송이 마치 새로운 디지털 기술(알고리즘)을 접목한 혁신 덕분인 것처럼 포장하였으며, 쿠팡 새벽배송의 잔혹함이 문제가 되고 이에 대한 규제 논의가 시작되자 곧바로 언론과 유력 정치인 등 각종 스피커를 활용하여 ‘소비자’를 새벽배송의 동맹군으로 내세웠다. 쿠팡은 플랫폼 기업의 사업 전략 교본에 따라 새벽배송 사업을 진행하고, 관련된 규제 시도에 대응한 것이다.
새벽배송 논란에 대한 대응을 플랫폼 자본에 맞선 계급 투쟁으로
쿠팡이 정관계 출신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여 대관 사업에 공을 들이고 언론들을 적극적으로 포섭하여 여론전에 힘써온 것은 쿠팡이 특별히 악랄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플랫폼 기업의 핵심적인 자본 축적 전략이 규제 회피와 소비자와 동맹 관계 구축에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번 새벽배송 규제 논란의 과정에서 쿠팡이 소비자들을 앞세워 쿠팡에 대한 사회적 규제 시도를 저지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새벽배송을 둘러싼 논란이 이렇게 마무리가 된다면 자신감을 얻은 쿠팡은 ‘소비자’를 앞세워 자신들의 행태를 정당화하기 위한 시도에 더욱 열을 올릴 것이고, 쿠팡이 내세우는 ‘소비자 편익’이라는 논리가 한층 공고해질 것이다.
다행히 지난 11월 14일, 새벽배송에 대한 쿠팡의 여론전이 얼마나 허구적인지를 밝히는 집담회가 진행되었다. 이날 집담회에는 쿠팡의 현장 노동자들과 소비자, 노동건강권 활동가가 참여하여 쿠팡 새벽배송의 문제를 각자의 입장에서 짚어주었으며, 특히 이 자리에는 많은 언론사 기자들이 참여하여 노동자들과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앞으로 한동안 지속될 쿠팡 새벽배송 관련 논의에서 쿠팡이 만들어내려고 하는 쿠팡-소비자 간의 가짜 동맹의 실체를 밝히는 것은 플랫폼 기업의 핵심적인 자본축적 전략에 맞서는 오늘날의 계급 투쟁의 주요 지점이다.
집담회 자료집 보기 ▶https://workright.jinbo.net/xe/pds/89564
쿠팡 새벽배송 규제를 둘러싼 논란들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이하 택배노조)가 쿠팡 등 대형 택배사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기구에 심야시간(0-5시) 택배배송을 제한하자는 의견을 제출한 이후 새벽배송 규제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이미 여러 논의를 통해 새벽배송 규제를 둘러싼 논란에서 어떤 지점들에 주목해야 하는지는 충분히 제시되었다. 간단히 정리해보면, △새벽배송의 효용 혹은 노동자의 ‘선택’이 아니라 야간노동자의 건강을 어떻게 보호할지가 논의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점, △고정 야간노동과 다회전 배송 등으로 야간노동자의 건강을 훼손함으로써 이윤을 쌓는 주체는 다름 아닌 쿠팡이기 때문에 쿠팡에게 야간노동자 건강 보장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점, △현재 한국에서 야간노동에 대한 규제가 공백 상태이기 때문에 새벽배송 찬반을 넘어 야간노동 규제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되어야 한다는 점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중요 논의 지점들이 여러 입장과 기고 등을 통해 다방면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새벽배송 찬반’을 중심으로 (쿠팡에 의해) 짜인 프레임은 여전히 공고하게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이 글에서는 위와 같은 구체적인 논점들에 대해 말을 얹기보다는, 쿠팡 새벽배송 규제를 둘러싼 논란과 대응에 왜 노동운동이 적극적으로 임해야 하는지를 플랫폼 기업의 자본 축적 전략에 대한 대응의 필요성을 중심으로 간단히 설명하고자 한다.
플랫폼 기업의 자본 축적 전략: 규제 공백 활용과 플랫폼-소비자 동맹 형성
20세기 이후 자본주의 정치경제의 변화를 탐구해온 정치학자 씰렌(Thelen)에 따르면, 플랫폼 기업은 △기술 변화와 혁신을 명분으로 기존의 노동법‧경제법 규제 공백과 회색지대를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이윤을 수취하며, △플랫폼의 이용자인 소비자를 앞세워 플랫폼에 대한 노동법‧경제법 규제 적용을 반대할 뿐 아니라 마찬가지로 플랫폼의 이용자인 노동자(법적으로는 프리랜서)가 플랫폼을 통해 얻는 혜택을 앞세워 플랫폼 노동자가 노동권의 보호를 받는 것을 반대한다. <출처 : 「The Rise of the Platform Business Model and the Transformation of Twenty-First-Century Capitalism」 (Rahman&Thelen, 2019)>
즉, 혁신을 앞세워 규제를 회피하고 규제 공백을 활용하는 한편, 플랫폼 기업과 소비자(이용자) 간의 동맹을 구축하여 자신들의 착취를 정당화하는 것이 기존의 기업과 구별되는 플랫폼 기업의 핵심적인 자본 축적 전략인 것이다.
플랫폼 기업이 위와 같은 자본 축적 전략을 갖는다는 것은 이번 쿠팡 새벽배송 규제 논란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쿠팡은 한국의 야간노동 규제 공백을 전략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실현 가능해진 새벽배송이 마치 새로운 디지털 기술(알고리즘)을 접목한 혁신 덕분인 것처럼 포장하였으며, 쿠팡 새벽배송의 잔혹함이 문제가 되고 이에 대한 규제 논의가 시작되자 곧바로 언론과 유력 정치인 등 각종 스피커를 활용하여 ‘소비자’를 새벽배송의 동맹군으로 내세웠다. 쿠팡은 플랫폼 기업의 사업 전략 교본에 따라 새벽배송 사업을 진행하고, 관련된 규제 시도에 대응한 것이다.
새벽배송 논란에 대한 대응을 플랫폼 자본에 맞선 계급 투쟁으로
쿠팡이 정관계 출신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여 대관 사업에 공을 들이고 언론들을 적극적으로 포섭하여 여론전에 힘써온 것은 쿠팡이 특별히 악랄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플랫폼 기업의 핵심적인 자본 축적 전략이 규제 회피와 소비자와 동맹 관계 구축에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번 새벽배송 규제 논란의 과정에서 쿠팡이 소비자들을 앞세워 쿠팡에 대한 사회적 규제 시도를 저지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새벽배송을 둘러싼 논란이 이렇게 마무리가 된다면 자신감을 얻은 쿠팡은 ‘소비자’를 앞세워 자신들의 행태를 정당화하기 위한 시도에 더욱 열을 올릴 것이고, 쿠팡이 내세우는 ‘소비자 편익’이라는 논리가 한층 공고해질 것이다.
다행히 지난 11월 14일, 새벽배송에 대한 쿠팡의 여론전이 얼마나 허구적인지를 밝히는 집담회가 진행되었다. 이날 집담회에는 쿠팡의 현장 노동자들과 소비자, 노동건강권 활동가가 참여하여 쿠팡 새벽배송의 문제를 각자의 입장에서 짚어주었으며, 특히 이 자리에는 많은 언론사 기자들이 참여하여 노동자들과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앞으로 한동안 지속될 쿠팡 새벽배송 관련 논의에서 쿠팡이 만들어내려고 하는 쿠팡-소비자 간의 가짜 동맹의 실체를 밝히는 것은 플랫폼 기업의 핵심적인 자본축적 전략에 맞서는 오늘날의 계급 투쟁의 주요 지점이다.
집담회 자료집 보기 ▶https://workright.jinbo.net/xe/pds/895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