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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시선[국제동향] 미국적인 사회주의의 기회 또는 위험

편집부
2025-12-12
조회수 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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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적인 사회주의의 기회 또는 위험 

- 조란 맘다니의 뉴욕시장 당선을 어떻게 볼 것인가?


조란 맘다니가 미국 최대 도시 중 하나인 뉴욕시의 시장으로 당선되었다. 그의 당선은 미국 내에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으며,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번 당선에 관심을 가졌다. 진보적인 사람들만이 아니라 한국 민주당의 정치인이나 지지자들 중 상당수도 맘다니를 언급하면서 그의 당선에 환호할 정도였다. 이는 무엇보다도 맘다니가 스스로를 민주적 사회주의자라고 자처하고 있으며, 조직적으로도 ‘미국 민주적 사회주의자’(DSA)라는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정치조직에 몸담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는커녕 유럽식 사민주의 내지 진보정치의 영향력조차 매우 취약했던 미국에서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인물이 당선되는 사례는 그리 흔하지 않다.

하지만 그의 당선은 생각보다 복잡한 의미를 지닌다. 이는 사회경제적 불만으로 인해 보다 급진화하고 있는 미국 민중들의 상황을 반영한 것이며, 민주적 사회주의 내지 좌파정치의 기회라는 측면이 틀림없이 있고 우리가 참고해야 할 부분 또한 제법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또다른 측면에서는 바로 이러한 대중의 급진화를 현재 미국의 보수양당 체제 내로 끌어들이려는 시도의 일환이기도 하며, 이를 통해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회피 내지 억제할 위험성 또한 상당히 내포하고 있다. 즉 기회와 위험이라는 양면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것이다.

우선 맘다니의 당선은 그의 개인적인 매력이나 내세우는 슬로건의 급진성 또는 자원봉사자 중심의 활발한 선거운동 등 겉으로 보이는 몇 가지 요소들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부터 먼저 지적해야 한다. 물론 이런 요인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보다 중요한 것들이 있음에도 이는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 그것은 그 이전부터 축적되어 왔던 뉴욕의 사회운동 및 그에 기반한 각종 성과들이다.

뉴욕은 이전부터 미국 내에서 사회운동이 가장 활발한 지역 중 하나였다. 뉴욕은 이민자와 노동자의 도시이다. 역사적으로 유럽이나 아프리카 등 외국으로부터 이민자가 유입되는 관문이었으며, 지금도 미국 내에서 이민자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이다. 노동자의 비율도 높아서 일찍부터 노동운동이 매우 활발했던 도시이기도 하다. 컬럼비아 대학을 비롯한 학생운동의 전통도 여전히 남아있으며, 2011년 월가 점령운동(Occupy Wall Street)이 발생했던 곳이기도 하다. 

게다가 DSA 출신 즉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인물이 뉴욕 시장에 당선된 것도 처음이 아니다. 이미 1990년에 뉴욕 최초의 흑인 시장으로 당선되었던 데이비드 딘킨스가 DSA 출신이었다. 그러나 딘킨스는 DSA 소속이긴 했지만 사회경제적으로 그리 큰 성과를 내지 못했고 인종차별 해소 측면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였다. 물론 이때의 DSA는 지금보다 훨씬 온건한 조직이었고 딘킨스도 사회주의 내지 급진적 공약을 내세웠던 것이 아니긴 하다. DSA는 1982년에 창립되었는데, 창립 당시 내지 초기에는 상당히 현실적이고 온건한 조직이었다. 기존의 미국 사회당 등 민주당으로부터 독립적인 진보정당이 아니라 민주당을 활용하자는 일종의 노선전환에 근거해서 출범한 조직이었기 때문이다. 이념 또한 전통적인 사회주의라기보다 유럽식 사민주의와 미국식 자유주의 전통을 결합한 쪽에 가까웠다. 물론 그렇다고 DSA가 민주당의 하부조직은 아니며 민주당에 비판적인 조직원들 또한 상당히 많거니와, 2010년대 이후로는 이전보다 좌파적 색채가 강해져서 2023년 전국대회에서는 맑스주의 내지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정파가 과반수를 차지할 정도가 되었고 이념 또한 이전보다 좌파적으로 변하였다.

따라서 맘다니가 딘킨스의 실패를 그대로 따라갈 것이라고 미리 단정할 필요는 없다.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맘다니는 딘킨스와는 달리 사회주의자임을 전면에 내세웠으며, 공약 또한 보다 급진적이었다. 임대료 동결이나 무상교통, 무상보육, 공공 식료품점 등 보다 좌파적인 내용을 집중적으로 강조했다. 이렇게 맘다니의 선거운동이 과거 딘킨스보다 급진화된 것이나 DSA가 보다 좌파적으로 변한 것은 모두 동일한 이유 때문이다. 사실은 트럼프의 당선조차도 비슷한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 그것은 미국 인민들의 삶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럽과는 달리 미국은 겉으로 보이는 경제성장률 등은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다. 하지만 그 혜택은 대부분 거대 기술기업 등 일부에게만 돌아가고 있으며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심해져서 노동자민중의 삶은 매우 어렵다. 뉴욕 등 대도시는 더 심각하며 특히 임대료를 비롯한 각종 고물가가 서민들의 삶을 짓누르고 있다. 뉴욕시장 선거 당시의 여론조사에서 무려 85%가 주거비 즉 임대료 상승이 심각한 문제라고 답할 정도였다. 육아용품이나 식료품 등 생필품의 물가 역시 비싸다. 임대료 동결이나 무상보육, 공공 식료품점 등 맘다니의 공약은 바로 이런 부분을 집중 공략한 것이었다. 사실 이는 트럼프와도 일맥상통한다. 트럼프 또한 백인 노동자 등 미국 서민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물론 해법은 다르지만 둘 다 이른바 민생 문제 내지 사람들이 실제로 느끼는 생활상의 문제를 집중 공략한 것은 동일하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트럼프와 맘다니를 둘 다 포퓰리스트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원래 정치란 인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기에 포퓰리즘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단지 그것이 제대로 된 해법인가가 문제일 뿐이며, 적어도 이 부분에서는 맘다니가 트럼프보다 훨씬 낫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맘다니가 더 낫다는 식의 인물 비교가 아니다. 맘다니의 각종 공약 또한 그간 뉴욕 등에서 이루어진 사회운동의 성과에 기반한다. 임대료 동결이라는 공약이 가능했던 것은 이미 뉴욕에서는 절반 가까운 아파트가 공공적 통제 하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임대료 안정화 아파트라는 것인데, 이들의 임대료는 뉴욕시 주택위원회가 정하는 임대료 가이드라인에 따르게 되어 있다. 과거에 지어진 아파트만이 아니라 신규로 건설되는 아파트도 일정 비율 이상은 임대료 안정화 아파트로 책정해야 각종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 그리고 이는 과거에 몇 차례나 있었던 세입자 파업 즉 임대료 납부거부 운동의 성과이다. 무상교통 또한 뉴욕에서는 지하철만이 아니라 버스 또한 뉴욕시 산하 공기업의 소유이기 때문에 그런 공약이 가능했으며, 공공 식료품점도 이미 생필품 물가 대책 차원에서 식료품 지원 예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들 역시 그간 뉴욕의 사회운동이 계속 문제제기를 해왔던 역사적 경험에 기반한 것이다. 즉 맘다니 개인이나 DSA의 성과라기보다는 오랜 기간 축적된 사회운동의 성과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하지만 사회운동의 성과에 기반했다고 해서 맘다니가 내세운 공약이 쉽게 실현된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제도적으로는 공공적 통제가 이루어진다지만 실제로 임대료를 동결하려면 건물주 등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 내에서도 친건물주 내지 친자본 기득권 세력이 주류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실제로도 뉴욕은 그간 민주당이 계속 시정부를 장악해왔지만 민주당 시장 하에서도 임대료는 계속 인상되어 왔다. 무상교통이나 무상보육은 상당한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거니와, 이를 위한 예산 증액이나 증세는 뉴욕 주의회의 권한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뉴욕 주의회의 민주당 의원 대부분은 앞서 말한대로 친자본 기득권 세력이며 이들이 예산 증액 특히나 증세에 동의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러다보니 맘다니는 자신의 공약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라도 기존의 민주당 주류 기득권 세력과 협조해야 한다. 연방정부의 지원예산 삭감을 공언하는 트럼프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맘다니-트럼프 회동도 성사된 것이다. 그런데 맘다니-트럼프 회동이 있던 바로 그 날 미국 연방 하원은 ‘모든 형태의 사회주의는 반미국적이며 용납할 수 없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공화당은 물론이고 민주당 주류 세력들 또한 이 결의안에 찬성했다. 특히 여기에는 현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인 하킴 제프리스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런데도 맘다니는 제프리스가 내년 중간선거 이후로도 원내대표 자리를 계속 유지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했을 뿐 아니라, 민주당 예비경선에서 제프리스에게 도전장을 내민 보다 좌파적인 후보를 DSA가 지지하지 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맘다니는 자신의 공약 실현을 위해 민주당의 기존 주류 세력과 타협하는 길을 선택한 셈이다. 전술적인 문제일 뿐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보다 좌파적인 비판자들이 말하는 대로, 이런 맘다니의 태도 변화는 실제로 뚜렷한 성과를 낸다는 보장도 없으면서 미리 타협해버린 잘못된 선택일 가능성도 크다. 앞서 언급했던 임대료 안정화 아파트도 세입자 파업이라는 강력한 사회운동의 결과였지, 당시의 민주당 의원들이 보다 진보적이었기 때문이 전혀 아니다. 즉 사회운동의 힘으로 돌파해야 할 문제를 기존 민주당 주류 세력과의 타협으로 이루려는 것은 오히려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 제대로 된 변화는 이루어내지도 못하면서 보다 급진화된 대중을 민주당 내로 끌어들이는 역할만 하게 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한때 새로운 희망이라고 이야기되었던 딘킨스나 오카시오-코르테스가 그러했듯이.

물론 아직은 당선 직후이므로 맘다니의 향후 행보를 미리 단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또한 맘다니가 보다 급진화된 대중들의 열망을 반영하고 있으며 노동자민중의 생활상의 요구를 집중적으로 내세워서 당선되었다는 것 그 자체는 우리에게도 참고할 점이 많다. 하지만 그의 당선이나 공약은 기본적으로는 사회운동의 성과이며, 앞으로도 실제로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기존 민주당 세력과의 타협이 아니라 사회운동의 동력이 필수적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당장의 당선에 환호할 것이 아니라 보다 장기적인 호흡으로, 제도 내에서의 타협이 아니라 제도를 뛰어넘는 사회운동의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뉴욕 시장 선거에서 정말로 배워야 할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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