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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시선[정책비평] 경제적·사회적·생태적 재앙의 종합판, 반도체특별법

편집부
2025-12-12
조회수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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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사회적·생태적 재앙의 종합판, 반도체특별법


윤석열의 계엄 선포로 노동자·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고 불평등과 차별, 혐오와 배제가 없는 나라를 만들라고 요구하고 있을 때, 용인에 세계 최대의 반도체 특화 도시라는 이름의 국가산업단지가 지정(24.12.26)되었다. 올해 2월에는 반도체 기업의 세금을 대폭 감면해주는 - 그 결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6조원 가량의 법인세를 감면받음 -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여기에 덧붙여 민주당은 ‘반도체산업 생태계 강화 및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이하 반도체특별법)’을 연내에 처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간 언론에서는 주52시간 예외 적용을 두고 민주당과 국힘의힘이 맞서는 모양새만을 주로 다루었지만, 이는 용인반도체 메가 산업단지와 반도체특별법이 불러올 재앙의 극히 일부만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재앙의 실체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아래의 김태년 의원 발의안을 보자.  


반도체산업 생태계 강화 및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안

(김태년 의원 대표발의)

제안 이유

현행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은 국가ㆍ경제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술로서 반도체ㆍ이차전지ㆍ디스플레이 등 국가첨단전략기술 및 산업을 지정하고, 이를 육성ㆍ보호하기 위해 기본계획의 수립, 기술보호 조치, 특화단지 지정 및 기반조성 등을 규정하고 있음.

그런데 미국, 중국 등 주요국 간 반도체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행법상 기술보호조치 등은 국가첨단전략산업에 대한 규제적 성격이 강해 국내 기업의 투자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음. 또한,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도 미래첨단기술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 산업의 육성지원에 대한 조치가 매우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됨.

이에 반도체산업 생태계 강화 및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여 반도체 산업 전반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을 강화하고, 반도체 특구 지원 등을 규정함으로써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고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려는 것임.

주요 내용

가.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발전 가능한 생태계 구축을 통하여 반도체기술주권을 확립함으로써 국가안보 및 국민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함(안 제1조).

나.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반도체산업의 기반 조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노력하고, 이에 필요한 행정적ㆍ재정적ㆍ기술적 지원 시책을 마련하여야 함(안 제3조).

다. 정부는 반도체산업 분야의 발전 기반 조성 및 경쟁력 강화를 촉진하기 위하여 5년마다 반도체산업 생태계 강화 및 지원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ㆍ시행하여야 함(안 제5조).

라. 반도체산업의 혁신 생태계 조성 및 지원과 관련된 주요 정책 및 계획에 관한 사항을 심의ㆍ의결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으로 국가반도체위원회를 둠(안 제8조).

마. 정부는 반도체산업 생태계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관련 산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 또는 중견기업에 연구개발 및 기반시설의 구축, 전문인력 지원, 기술보호 등과 관련된 사항을 지원할 수 있음(안 제9조).

바. 중앙행정기관의 장 또는 시ㆍ도지사는 산업통상자원부장관에게 반도체 특구 지정을 신청하고,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국가반도체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반도체 특구를 지정할 수 있음(안 제10조).

사.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반도체 특구를 조성하는 사업시행자의 신청을 받은 경우 인ㆍ허가권자에게 인ㆍ허가 등의 신속한 처리를 요청할 수 있음(안 제13조).

아. 반도체 특구 관리주체 등은 첨단 기술 분야 연구개발 등과 관련한 목적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산업통상자원부장관에게 규제개선을 신청할 수 있음(안 제14조).

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반도체산업의 혁신 발전과 투자 촉진을 지원하기 위하여 반도체산업 관련 기금을 조성할 수 있음(안 제16조).


그런데 반도체특별법은 경제적·사회적·생태적 문제의 종합판이다. 

첫째, 반도체특별법은 삼성과 SK 등 ‘반도체 재벌 특혜법’이다. 산업 인프라(전력, 용수, 도로 등) 지원과 조세 감면, 금융 지원, 인허가 간소화 등 막대한 비용을 국가가 감당하게 된다. 총 재정 투자는 33조원 규모이며, 첨단 소부장 기업 투자 보조금 50%를 지원하고, 생산액의 최대 25%까지 세액 공제 혜택과 송전선로 지중화 비용의 70%를 국비 지원하게 된다. 김태년의원 대표 발의 법안(투자액의 세액공제 25% 적용)에 따르면 삼성이 약속한 300조 투자의 75조, SK가 약속한 120조의 투자액의 30조가 세금으로 감면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막대한 국가 재정 투여와 세금 감면에도 불구하고 지원 조건이나 이후 발생할 사업 이익에 대한 환수 조치를 아예 찾아 볼 수 없다. 미국의 칩스법이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초과이윤 환수, 기후환경 책임,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금지하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지점으로, 노골적인 재벌 퍼주기 법안인 것이다.

둘째, 반도체특별법은 ‘반노동법’이다. 첨단 기술 산업 이면의 반도체 산업은 첨단 화학 산업으로 매우 유해하고 위험한 산업이다. 노동자들은 550여종이 넘는 화학물질뿐만 아니라 방사선, 전자파 등 물리적 위험에도 항시 노출된 상태에서 노동을 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은 신기술·새공정 도입이 빈번하여 화학물질의 유해성 검증 시간을 허용하지 않으며, 심지어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유해화학물질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삼성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산재로 죽어간 노동자들의 실태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또 현재 반도체 산업에서는 고과평가를 무기로 한 연장근로 압박, 집중근무 체계 등으로 장시간, 불규칙 노동이 일반화되어 있다. 다단계 하청 생산에 기대어 움직이는 산업이라는 점도 문제다. 이로 인해 하청 노동자들은 산재 피해뿐 아니라 일방적 도급계약 해지로 인한 고용불안에 시달리며 일해야 한다. 이렇듯 반도체 산업은 반노동 산업임에도 정부와 정치권은 이를 시정하기는커명 기업에 대한 지원과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반도체특별법은 ‘반생태법’이다. 막대한 양의 물과 전력을 소비하고 반환경 폐기물을 낳아 생태적 지속가능성을 파괴한다. 용인 반도체 산단의 일일 공업용수 수요량은 167.2만톤/일(인천시 전체 1일 급수량 107만톤)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재 수준에서 하루에 공급가능한 용수는 77만톤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는 시민들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물 부족 상태를 맞이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전력 사용량도 문제다. 반도체 산단의 최대 예상 전력 수요량은 13GW로, 전체 최대 전력 수요(97GW)의 16.5%나 차지하는 양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산단 내 3GW 규모의 LNG 복합발전소 등 가스화력발전소 6기 건설 계획과 경북울진의 원전과 강원경북의 화력발전소를 잇는 송전선로를 수도권과 연결하는 계획, 호남 재생발전과 원전을 수도권으로 잇는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전력수급계획은 기후위기 해결에 역행하는 것이자, 신규 송전망과 송전탑 건설로 인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야기하고 송전망 경과 지역의 피해를 유발한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폐수에 따른 수질오염, 토양오염, 대기오염, 폐기물 문제 등 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 

넷째, 반도체특별법은 ‘지역갈등 유발과 공동체 파괴법’이다. 가스화력발전소 건설, 송전선로 건설, 고형페기물 매립장 건설, 도로확장 공사 등을 둘러싼 지자체간, 지자체 내부의 갈등을 유발할 것이다. 지역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반도체산업이 유치된 지역은 환경파괴, 물부족, 폐기물 처리 등으로 현세대 및 후발세대에까지 악영향을 끼쳐 공동체 파괴로 이어질 것이다. 재생에너지가 생산되는 지자체에서 반도체 산단을 유치해야 한다는 흐름도 문제다. 반도체 산단이 발생시킬 부정적 영향을 단순히 에너지 문제로 치환한다는 점에서 해당 지역은 앞서 언급한 수많은 문제를 떠안게 된다. 반도체 메가 산단은 그 자체로 재앙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반도체특별법은 상식적이지도 실효적이지도 않은 ‘정치선전용 법’이다. 반도체산업에 투자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 중국, 일본, 대만, 유럽 등이다. 이들 국가 중 반도체 생산능력 증가률(2022~2032)은 한국이 129%(2012~2022 대비)로 미국에 이어 2위다. 홍석만에 의하면, 삼성전자의 반도체 설비투자액은 지난 5년 연속 세계 1위였다. 그럼에도 삼성은 첨단 메모리 부문과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의 부진 때문에 설비투자를 가속하고 있다. ‘설비투자 증가 -> 경쟁심화 -> 과잉생산 -> 가격하락(이윤율 하락) -> 설비투자 증가’로 이어지는 사이클이 형성되어 글로벌 공급과잉을 부추기는데도, 반도체 메가클러스트 조성방안에 2047년까지 622조원이, 용인반도체 산단에는 2052년까지 360조이 투자된다. 5년 정도의 투자 계획을 수립하는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한국은 30년 장기 투자 계획을 수립하여 사업을 추진하여, 결국 과잉 생산문제나 투자 중단으로 인한 지역 피해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반도체산업에 대한 막대한 투자는 결국 기후위기 대응이나 복지 등 정말 절실하게 필요한 부문으로 들어갈 돈이 엉뚱한 곳으로 흐르게 한다. 

우리는 기후위기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는 불평등이 심화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정치와 정책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작동되어야 한다. 그 목적은 오로지 민중들의 존엄한 삶이 지속가능하도록 하는 것에 맞추어져야 한다. 그러나 반도체특별법은 민중들의 존엄한 삶을 유지하는 것과 무관하다. 민중들의 지속가능한 삶의 터전을 만드는 일과도 무관하다. 따라서 일부 재벌의 이익을 보장하고 부담은 민중이 짊어지게 되는 반도체특별법 처리는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 정책이 왜 추진되는 것일까? 노동과 자연이, 지역공동체가 파괴되어도 ‘경제성장만이 살 길’이라는 성장주의에 정치권이 포획되어 있거나 성장주의를 신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경제의 목표가 바뀌어야 한다. 자본의 이윤을 위한 성장주의 경제관과 경제구조를 ‘모든이의 존엄한 삶-생태계 한계 내에서 지속가능한 삶’이라는 패러다임과 경제구조를 전환해야 한다. 그래서 용인 반도체 산단 추진과 반도체특별법 강행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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