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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노동[서평]제갈현숙 『국민연금 가치선언』 ; 우리에게 존엄한 노후란 무엇입니까

편집부
2025-12-12
조회수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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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일상에서, 노후를 상상하다 보면 국민연금 얘기가 나온다. 보통은 회의적인 반응으로 ‘안 그래도 적은 임금에서 강제로 빠져나간다.’, ‘청년들은 받을 수 없을 거라고 하는데 뭐 하러 내야 하나’ 등의 이야기를 한다. 연기금이 고갈된다며 불안을 증폭시킨 언론의 문제가 크지만, 청년과 언론만이 문제인가 생각했을 땐 그렇지 않다.

국민연금은 노후에 소득이 단절되었을 때를 대비하기 위한 공적연금이다. 임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노동자가 더이상 임금을 받을 수 없을 때 아무런 준비 없이 빈곤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한 제도이다.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것이 공적연금의 기본적인 목적이자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봤을 때, 이것을 관리할 의무가 있는 국가는 더 많은 노동자-시민들이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를 위해 사회적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목적과는 동떨어져 있다. 전두환 정부는 사회보험으로서의 노후 소득 보장 기능보다는 ‘저축’이라는 말을 강조했고, 낮은 보험료율 대비 높은 소득대체율을 제시하며 보험료를 걷었지만 지금은 소득대체율이 점점 내려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연금을 재정 중심으로 바라보며 연기금 고갈과 어떻게 보험료를 걷고 어디에 투자할지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물론 보험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논의는 필요하나, 이러한 논의에서 존엄한 노후와 사회연대에 관한 이야기는 빠져있다는 것이 문제다. 

<국민연금 가치선언>에서는 이 흐름에서 벗어나자고 말한다. 국민연금의 본래 목적인 노후 소득 보장과 세대 간 연대를 강조하고, 세대 갈등을 발생시키는 원인인 것처럼 오해를 부르는 언론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존엄한 노후를 위한 국민연금의 길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국민연금의 보장 수준을 높이기 위해 소득대체율을 인상하라. ‘소득대체율이 높아지면 보험료가 높아지고 청년들은 받지 못한다’라며 잘못된 주장을 하는 것은 국가의 지원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은 지운 채, 사람들의 불안을 이용해서 서로 싸우게 하는 것이다. 재원 구성을 다양하게 하고 국가와 기업이 함께 책임지면서 헤쳐 나갈 수 있다. 

둘째, 연기금을 금융 자산이 아니라 사람에게 투자하라. 우리 사회는 국민연금 하나로만 노후를 존엄하게 살아갈 수 없다. 그렇다면, 교육/주거/돌봄 등 사회적 부양의 영역을 늘려 나이 든 이들과 태어나는 이들이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하는 ‘모든 이들의’ 국민연금을 만들어야 한다. 불안정노동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그래서 더욱 노동자들이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채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불안정노동체제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고, 변화된 노동시장에 대응하는 국민연금의 변화를 촉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반대로,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노동법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성을 국민연금으로 인정받거나 플랫폼 노동의 보이지 않는 통제를 이용한 국민연금 적용 범위 확대를 상상하기도 한다. 물론, 이 분석에서 전제하고 있는 것은 불안정노동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국민연금의 역할은 노후에 약간의 생계를 보장하는 것만이 아니다. 불안정노동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묻고 ‘일하는 모든 사람의 국민연금’을 만들어가며, 사회 구성원이 빈곤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한 노후 소득 보장과 그것을 위한 세대 간 연대의 가치를 높여가며, 이렇게 적립된 공적 연기금을 사회에 투자하며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존엄한 삶을 만들어가는 선순환의 역할을 할 제도가 국민연금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런 선순환을 뒷받침할 노동, 가족, 주거 등 다양한 부문에 대한 발전적 정책 수립도 중요하다고 본다. 

이는 정년 연장의 고민과도 맞닿아 있다. 노동자들이 존엄한 노년의 삶과 사회적 연대 및 제도적 보장을 꿈꾸기 어렵고, 나의 노동과 노후 문제가 개인이 책임져야 할 영역일 때 우리는 어떻게 존엄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불안정노동과 저임금 문제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면 국민연금에 대한 논의를 아무리 해도,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를 몇 번을 해도 존엄한 삶이라는 결론에는 다다를 수가 없다. 우리가 만들어갈 세상에서 국가와 기업의 책임을 지우지는 말자.

<국민연금 가치선언>의 주된 키워드는 ‘연대’이다. 신생아부터 노년까지 생애주기의 어떤 부분도 ‘돌봄’과 ‘연대’를 지우고 살아갈 수는 없는 것처럼, 연대와 공존 없이 존재할 수 있는 사회 구성원은 없다. 국가와 기업 또한 그 대상이며, 노동자들의 삶에 대해 책임이 있는 존재이기에 국민연금의 방향에 대한 논의에서 지워질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존엄한 삶과 사회적 연대라는 관점에서 국민연금을 다시 보기 위함이며, 책을 읽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재정을 중심으로 전문가에게 모든 것을 맡기지 말고, 소득 보장과 연대를 중심으로 노동자 시민들이 함께 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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