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이 전 국민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이후, 쿠팡과 관련된 수많은 문제가 고구마 줄기 캐듯이 줄줄이 딸려 나왔다. 그리고 이때 마침 쿠팡 고위직 출신의 내부고발자가 김범석 등 주요 경영진과 산재 은폐와 관련하여 논의하였던 내용이 폭로되었다. 이로 인해 김범석의 직접적인 산재 은폐 지시와 그가 지닌 저열한 노동인식(예를 들어 “시급제 노동자가 왜 열심히 일하겠어?”), 쿠팡 택배노동자 노조 설립 방해 시도 문제 등이 확인되었고, 이후 쿠팡의 노동 문제는 이번 쿠팡 정국의 주요 이슈가 되었다. 쿠팡의 노동 문제와 관련해서도 수많은 문제가 제기되었는데, 이 글에서는 쿠팡의 새벽 배송 물류시스템을 중심으로 이번 쿠팡 정국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쿠팡의 노동 문제를 정리해보고, 이를 바탕으로 쿠팡의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요구가 필요한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쿠팡 노동 문제의 근원: 쿠팡의 새벽 배송 물류시스템
쿠팡의 산재 은폐와 반복되는 산재사망, 노조 탄압,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문제, 그리고 야간노동 문제까지 이 모든 문제는 각각 별개의 사안이 아니라 플랫폼 기업 쿠팡의 자본축적 전략과 이를 뒷받침하는 물류시스템에서 비롯되는 서로 다른 문제들이라고 보아야 한다. 쿠팡은 여느 플랫폼 기업처럼 일정 수준 이상의 이용자 수를 확보하여 시장지배력(즉, 독점)을 획득하고, 이를 기반으로 이용자들이 해당 플랫폼에서 빠져나갈 수 없도록 하면서 자신들의 독점력을 바탕으로 이용자(노동자‧소비자‧중소자영업자)들을 착취‧수탈하는 방식으로 이윤을 쌓는다. 그리고 쿠팡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획득하는 사업 전략의 핵심은 바로 전국 어디에나 새벽 배송이 가능한 전국 단위의 물류시스템을 구축하여 새벽 배송이라는 물류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이다. 이처럼 새벽 배송이 가져다주는 ‘편리함’을 매개로 플랫폼 이용자를 확보하여 시장을 독점하려는 자본축적전략을 가진 쿠팡의 입장에서는 어느 한 군데 막힘이 없이 매끄럽게 유지되는 물류시스템을 구축하여 이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작년에 새벽 배송이 논란이 되었을 때 쿠팡이 사활을 걸고 여론전을 벌인 것은 새벽 배송이 막히면 쿠팡이 확보한 시장에서의 비교우위가 사라져 시장 독점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전국 단위로 새벽 배송 물류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쿠팡은 2022년에야 겨우 흑자 전환을 할 수 있었다. 이에 쿠팡은 새벽 배송 물류시스템의 운영 비용 절감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었으며, 그 결과 쿠팡의 물류시스템은 유휴 노동력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매우 빡빡하게 짜여졌다. 쿠팡 물류센터가 전체 노동력(5~6만 명)의 30~40%를 일용직으로 직고용하는 유례없는 고용구조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각종 알고리즘과 디지털 기술로 노동자를 감시‧통제하면서 노동 강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린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대규모 일용직 고용은 일일 단위로 달라지는 물량 상황에 대응하는 수량적 유연성을 확보의 수단이 될 뿐만 아니라, 여기에 1만 6천여 명에 이르는 블랙리스트를 곁들이면 일용직 노동자들을 길들여 이들에게 높은 노동강도를 강요할 수 있다. 그런데 쿠팡에서 1년 이상 일한 일용직 노동자들의 고용 계속성이 인정될 경우 퇴직금이라는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쿠팡은 자신들이 고용한 일용직은 다른 일용직과는 달리 ‘순수’ 일용직이어서 하루 단위로 근로계약이 체결‧종료되기 때문에 퇴직금 지급 의무가 없다는 주장을 내세웠고, 이 논리를 노동부와 검찰이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발생한 것이 바로 쿠팡의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 처리 관련 논란이다.
또한, 유휴 노동력을 남기지 않는 쿠팡 물류시스템의 특성상 작업 중 휴게시간은 전체 물류에 커다란 차질을 일으키기 때문에 용납할 수 없다. 또한, 쿠팡에서는 공식적인 휴게시간이 없을 뿐만 아니라 각종 ‘기술’(노동자의 작업 데이터에 기반을 둔 디지털 감시‧통제기술뿐만 아니라 택배노동자에 대한 클랜징(구역회수) 등의 고전적 기술 등)을 활용하여 일과시간 중에 노동자들에게 쉴 틈이 생기는 것을 차단한다. 또한, 새벽 배송을 위해 마감시간을 촘촘하게 배치하고는 마감시간에 맞추어 노동자들이 물량을 쳐내도록 노동자들을 극도로 몰아붙인다. 그 결과 쿠팡에서는 노동강도가 노동자들이 견딜 수 없을 만큼 높아지게 되고, 산업재해가 증가한다. 쿠팡이 다른 기업에 비해 월등히 높은 산재율을 자랑하고 쿠팡에서 유독 과로사와 산재사망이 반복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극한의 노동에 기반을 둔 쿠팡 물류시스템의 가장 큰 리스크는 노동자들의 조직된 저항, 즉 노동조합의 활동이다. 이에 쿠팡은 노조를 설립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작년 9월, 법원 1심 판결에서 쿠팡의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되었다), 단체협상을 무력화(쿠팡물류센터지회는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5년째 협상만 하고 있다)하면서 노조 활동을 억제하고 있다. 또한, 쿠팡의 새벽 배송 물류시스템을 작동시키는 노무관리 전략은 쿠팡의 대관팀과 대정부 로비에 의해 뒷받침된다. 앞서 말한 일용직 블랙리스트와 퇴직금 미지급, 반복되는 산재사망과 산재 은폐, 극한의 노동강도, 노조 탄압은 사실 이전부터 계속 문제 제기가 되어왔던 사안들이다. 그러나 쿠팡은 사상 유례없는 규모의 대관팀을 운영하고 막대한 금액을 로비에 쏟아부으면서 정치권과 노동부, 검찰, 법원 등을 관리해왔고, 그 결과 쿠팡이 노동 관련 법령을 명백하게 위반하거나 (‘순수 일용직’ 등의 논리로) 기존의 노동 규범을 허물려고 할 때도 정부와 사법기관은 손을 놓고 있거나 노골적으로 쿠팡의 편을 들었던 것이다.
쿠팡의 물류시스템을 바꾸기 위한 핵심 요구: 휴게시간과 야간노동 규제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하면, 플랫폼 기업 쿠팡은 새벽 배송의 ‘편리함’을 매개로 시장을 독점하려는 사업 전략을 가지고 있으며, 최저비용으로 전국 수준에서 새벽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물류시스템을 매우 빡빡하게 운영하면서 노동을 쥐어짜고 있다. 따라서 쿠팡의 노동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개별 노동 사안들에 대응하는 것을 넘어 ‘새벽 배송을 위해 꽉 짜여진 물류시스템’ 자체를 문제 삼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노동운동은 쿠팡의 노동 문제 중 특히 두 가지 사안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데, 하나는 물류센터 작업시간 중 추가 휴게시간을 확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야간 노동을 규제하는 것이다. 추가 휴게시간은 단지 노동자의 휴식권을 확보하는 차원의 문제를 넘어선다. 새벽 배송을 위한 쿠팡의 물류시스템은 현재 한순간의 멈춤도 없이 짜여져 있는데, 예를 들어 현재 쿠팡물류센터지회의 요구처럼 물류센터에서 2시간마다 15분씩 휴게시간이 주어진다면 쿠팡은 주어진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추가 노동력을 고용하는 등 현재와 같이 빡빡한 물류시스템에 일정 정도 변화를 줄 수밖에 없다. 또한, 야간노동 규제는 쿠팡의 새벽 배송 마감 체계 등 새벽 배송을 목표로 짜여진 쿠팡의 물류시스템 전반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서도 노동강도를 완화하고 과로사‧산재사망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쿠팡의 물류시스템이 유휴 노동력을 허용하지 않고 노동강도를 극한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작동하였다면, 작업 중 휴게시간과 야간노동 규제는 쿠팡의 물류시스템에 노동에 대한 고려(노동자의 건강과 안전)를 포함시켜 전체 물류시스템을 변화시킬 수 있는 핵심 고리로 작동할 것이다.
이에 현재 쿠팡물류센터지회는 단협의 핵심 요구로 작업 중 유급 휴게시간 부여를 요구하고 있으며, 쿠팡대책위에서는 쿠팡의 새벽 배송 문제를 겨냥하여 야간노동 규제 및 야간노동자 보호 방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아직 쿠팡 노동자들이 쿠팡의 물류를 멈춰 세울 수 있는 조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쿠팡의 노동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쿠팡의 자본축적전략(새벽 배송을 위해 짜여진 물류시스템)을 직접 겨냥할 필요가 있다.
독점 플랫폼 기업을 사회적으로 통제할 방안이 논의되어야!
물론 쿠팡 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지배하는 것을 넘어서 시민들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독점 플랫폼 기업을 사회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직 독점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통제 방안이 사회적 의제가 되고 있지는 못하지만, 이 문제는 추후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될 것이다. 현재 독점 플랫폼 기업 쿠팡 규제와 관련하여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하여 독점 온라인플랫폼 규제법이 구체적으로 제안된 상황이며 정당‧정치단체 일각에서는 쿠팡 공영화‧국유화 관련 제기가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독점 플랫폼 기업에 대한 사회적 통제가 공정거래 차원의 독점 규제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사회적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는 플랫폼 기업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독점 플랫폼 기업 규제 문제에 있어서 좀더 급진적이고 적극적인 대안 제시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쿠팡이 전 국민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이후, 쿠팡과 관련된 수많은 문제가 고구마 줄기 캐듯이 줄줄이 딸려 나왔다. 그리고 이때 마침 쿠팡 고위직 출신의 내부고발자가 김범석 등 주요 경영진과 산재 은폐와 관련하여 논의하였던 내용이 폭로되었다. 이로 인해 김범석의 직접적인 산재 은폐 지시와 그가 지닌 저열한 노동인식(예를 들어 “시급제 노동자가 왜 열심히 일하겠어?”), 쿠팡 택배노동자 노조 설립 방해 시도 문제 등이 확인되었고, 이후 쿠팡의 노동 문제는 이번 쿠팡 정국의 주요 이슈가 되었다. 쿠팡의 노동 문제와 관련해서도 수많은 문제가 제기되었는데, 이 글에서는 쿠팡의 새벽 배송 물류시스템을 중심으로 이번 쿠팡 정국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쿠팡의 노동 문제를 정리해보고, 이를 바탕으로 쿠팡의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요구가 필요한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쿠팡 노동 문제의 근원: 쿠팡의 새벽 배송 물류시스템
쿠팡의 산재 은폐와 반복되는 산재사망, 노조 탄압,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문제, 그리고 야간노동 문제까지 이 모든 문제는 각각 별개의 사안이 아니라 플랫폼 기업 쿠팡의 자본축적 전략과 이를 뒷받침하는 물류시스템에서 비롯되는 서로 다른 문제들이라고 보아야 한다. 쿠팡은 여느 플랫폼 기업처럼 일정 수준 이상의 이용자 수를 확보하여 시장지배력(즉, 독점)을 획득하고, 이를 기반으로 이용자들이 해당 플랫폼에서 빠져나갈 수 없도록 하면서 자신들의 독점력을 바탕으로 이용자(노동자‧소비자‧중소자영업자)들을 착취‧수탈하는 방식으로 이윤을 쌓는다. 그리고 쿠팡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획득하는 사업 전략의 핵심은 바로 전국 어디에나 새벽 배송이 가능한 전국 단위의 물류시스템을 구축하여 새벽 배송이라는 물류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이다. 이처럼 새벽 배송이 가져다주는 ‘편리함’을 매개로 플랫폼 이용자를 확보하여 시장을 독점하려는 자본축적전략을 가진 쿠팡의 입장에서는 어느 한 군데 막힘이 없이 매끄럽게 유지되는 물류시스템을 구축하여 이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작년에 새벽 배송이 논란이 되었을 때 쿠팡이 사활을 걸고 여론전을 벌인 것은 새벽 배송이 막히면 쿠팡이 확보한 시장에서의 비교우위가 사라져 시장 독점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전국 단위로 새벽 배송 물류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쿠팡은 2022년에야 겨우 흑자 전환을 할 수 있었다. 이에 쿠팡은 새벽 배송 물류시스템의 운영 비용 절감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었으며, 그 결과 쿠팡의 물류시스템은 유휴 노동력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매우 빡빡하게 짜여졌다. 쿠팡 물류센터가 전체 노동력(5~6만 명)의 30~40%를 일용직으로 직고용하는 유례없는 고용구조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각종 알고리즘과 디지털 기술로 노동자를 감시‧통제하면서 노동 강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린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대규모 일용직 고용은 일일 단위로 달라지는 물량 상황에 대응하는 수량적 유연성을 확보의 수단이 될 뿐만 아니라, 여기에 1만 6천여 명에 이르는 블랙리스트를 곁들이면 일용직 노동자들을 길들여 이들에게 높은 노동강도를 강요할 수 있다. 그런데 쿠팡에서 1년 이상 일한 일용직 노동자들의 고용 계속성이 인정될 경우 퇴직금이라는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쿠팡은 자신들이 고용한 일용직은 다른 일용직과는 달리 ‘순수’ 일용직이어서 하루 단위로 근로계약이 체결‧종료되기 때문에 퇴직금 지급 의무가 없다는 주장을 내세웠고, 이 논리를 노동부와 검찰이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발생한 것이 바로 쿠팡의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 처리 관련 논란이다.
또한, 유휴 노동력을 남기지 않는 쿠팡 물류시스템의 특성상 작업 중 휴게시간은 전체 물류에 커다란 차질을 일으키기 때문에 용납할 수 없다. 또한, 쿠팡에서는 공식적인 휴게시간이 없을 뿐만 아니라 각종 ‘기술’(노동자의 작업 데이터에 기반을 둔 디지털 감시‧통제기술뿐만 아니라 택배노동자에 대한 클랜징(구역회수) 등의 고전적 기술 등)을 활용하여 일과시간 중에 노동자들에게 쉴 틈이 생기는 것을 차단한다. 또한, 새벽 배송을 위해 마감시간을 촘촘하게 배치하고는 마감시간에 맞추어 노동자들이 물량을 쳐내도록 노동자들을 극도로 몰아붙인다. 그 결과 쿠팡에서는 노동강도가 노동자들이 견딜 수 없을 만큼 높아지게 되고, 산업재해가 증가한다. 쿠팡이 다른 기업에 비해 월등히 높은 산재율을 자랑하고 쿠팡에서 유독 과로사와 산재사망이 반복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극한의 노동에 기반을 둔 쿠팡 물류시스템의 가장 큰 리스크는 노동자들의 조직된 저항, 즉 노동조합의 활동이다. 이에 쿠팡은 노조를 설립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작년 9월, 법원 1심 판결에서 쿠팡의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되었다), 단체협상을 무력화(쿠팡물류센터지회는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5년째 협상만 하고 있다)하면서 노조 활동을 억제하고 있다. 또한, 쿠팡의 새벽 배송 물류시스템을 작동시키는 노무관리 전략은 쿠팡의 대관팀과 대정부 로비에 의해 뒷받침된다. 앞서 말한 일용직 블랙리스트와 퇴직금 미지급, 반복되는 산재사망과 산재 은폐, 극한의 노동강도, 노조 탄압은 사실 이전부터 계속 문제 제기가 되어왔던 사안들이다. 그러나 쿠팡은 사상 유례없는 규모의 대관팀을 운영하고 막대한 금액을 로비에 쏟아부으면서 정치권과 노동부, 검찰, 법원 등을 관리해왔고, 그 결과 쿠팡이 노동 관련 법령을 명백하게 위반하거나 (‘순수 일용직’ 등의 논리로) 기존의 노동 규범을 허물려고 할 때도 정부와 사법기관은 손을 놓고 있거나 노골적으로 쿠팡의 편을 들었던 것이다.
쿠팡의 물류시스템을 바꾸기 위한 핵심 요구: 휴게시간과 야간노동 규제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하면, 플랫폼 기업 쿠팡은 새벽 배송의 ‘편리함’을 매개로 시장을 독점하려는 사업 전략을 가지고 있으며, 최저비용으로 전국 수준에서 새벽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물류시스템을 매우 빡빡하게 운영하면서 노동을 쥐어짜고 있다. 따라서 쿠팡의 노동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개별 노동 사안들에 대응하는 것을 넘어 ‘새벽 배송을 위해 꽉 짜여진 물류시스템’ 자체를 문제 삼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노동운동은 쿠팡의 노동 문제 중 특히 두 가지 사안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데, 하나는 물류센터 작업시간 중 추가 휴게시간을 확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야간 노동을 규제하는 것이다. 추가 휴게시간은 단지 노동자의 휴식권을 확보하는 차원의 문제를 넘어선다. 새벽 배송을 위한 쿠팡의 물류시스템은 현재 한순간의 멈춤도 없이 짜여져 있는데, 예를 들어 현재 쿠팡물류센터지회의 요구처럼 물류센터에서 2시간마다 15분씩 휴게시간이 주어진다면 쿠팡은 주어진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추가 노동력을 고용하는 등 현재와 같이 빡빡한 물류시스템에 일정 정도 변화를 줄 수밖에 없다. 또한, 야간노동 규제는 쿠팡의 새벽 배송 마감 체계 등 새벽 배송을 목표로 짜여진 쿠팡의 물류시스템 전반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서도 노동강도를 완화하고 과로사‧산재사망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쿠팡의 물류시스템이 유휴 노동력을 허용하지 않고 노동강도를 극한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작동하였다면, 작업 중 휴게시간과 야간노동 규제는 쿠팡의 물류시스템에 노동에 대한 고려(노동자의 건강과 안전)를 포함시켜 전체 물류시스템을 변화시킬 수 있는 핵심 고리로 작동할 것이다.
이에 현재 쿠팡물류센터지회는 단협의 핵심 요구로 작업 중 유급 휴게시간 부여를 요구하고 있으며, 쿠팡대책위에서는 쿠팡의 새벽 배송 문제를 겨냥하여 야간노동 규제 및 야간노동자 보호 방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아직 쿠팡 노동자들이 쿠팡의 물류를 멈춰 세울 수 있는 조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쿠팡의 노동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쿠팡의 자본축적전략(새벽 배송을 위해 짜여진 물류시스템)을 직접 겨냥할 필요가 있다.
독점 플랫폼 기업을 사회적으로 통제할 방안이 논의되어야!
물론 쿠팡 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지배하는 것을 넘어서 시민들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독점 플랫폼 기업을 사회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직 독점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통제 방안이 사회적 의제가 되고 있지는 못하지만, 이 문제는 추후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될 것이다. 현재 독점 플랫폼 기업 쿠팡 규제와 관련하여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하여 독점 온라인플랫폼 규제법이 구체적으로 제안된 상황이며 정당‧정치단체 일각에서는 쿠팡 공영화‧국유화 관련 제기가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독점 플랫폼 기업에 대한 사회적 통제가 공정거래 차원의 독점 규제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사회적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는 플랫폼 기업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독점 플랫폼 기업 규제 문제에 있어서 좀더 급진적이고 적극적인 대안 제시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