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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서울[회원 칼럼] 2026년을 맞으며, 다시 묻는다

편집부
2026-02-10
조회수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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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칼럼] 2026년을 맞으며, 다시 묻는다 - 김기헌 (영등포구로금천지역위원회)


― 신년회 소회와 당의 오늘에 대한 고민 ―


2026년 1월 3일 새해 초입, 마석모란공원을 찾았다.

햇살마저 차갑게 식은 1월의 묘역에는 우리가 알고 지냈던 사람들, 이름만 알던 사람들, 그리고 끝내 이름조차 알지 못한 사람들이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해마다 이곳을 찾을 때마다 마음은 조금씩 더 무거워진다. 시간이 흐를수록 관심은 옅어지고, 함께했던 이들은 각자의 삶으로 흩어진다. 허물어진 묘지와 비어 있는 자리 앞에서 문득 이런 질문이 맴돌았다. 과연 이곳에도 평등은 존재하는가.


○ 기억의 자리에서, 현재를 마주하다

이번 서울시당 신년회는 당원으로서 내가 참여한 첫 번째 공식 행사다. 

그 자리는 저항과 투쟁의 역사 속에서 자신의 삶을 내던졌던 노동자들과 활동가들을 다시 불러내는 자리였고, 동시에 당원 각자가 새해의 결의를 다지는 시간이었다. 몇몇 분들의 설명을 통해 묘역 전반이 품고 있는 삶과 투쟁의 궤적을 들으며, 우리가 단지 ‘과거를 기리는 사람들’이 아니라 여전히 그 질문 앞에 서 있는 ‘현재의 역사’임을 확인했다.


○  ‘없었던’ 사람들을 기억한다는 것

그러나 이번 신년회에서 내게 가장 오래 남은 마음은, 마석모란공원에 ‘없었던’ 사람들이다. 이곳을 비롯한 전국의 민주묘역에 안치되지 못했지만, 사회주의 운동과 피착취계급을 위해 헌신하다 먼저 생을 마감한 수많은 활동가들. 우리는 그들의 이름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는가.

저항 운동은 물론 당의 역사 속에서조차 제대로 기록되지 못하고 사라져간 이들을 떠올리며, 추모는 단지 기억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하지 않는 운동은 같은 실패를 반복하고, 같은 상처를 남긴다. 그래서 기억은 과거를 붙드는 일이 아니라, 오늘의 방향을 지키는 일이다.


○ 작은 실천이 다시 관계를 만든다

신년회 직후 서울시당의 ‘2026 지방선거 함께하기 첫 번째 미션’으로 제안된 사업이 내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그것이 어떤 실천이든, 지금 당에 당면한 사업이 무엇인지, 우리가 어디서부터 다시 몸을 움직여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계기가 된다.

누구인지도 모르는 당원끼리는 사업을 할 수 없다. 얼굴을 알고, 손을 잡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과정 없이 정치적 신뢰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작은 실천이 관계를 만들고, 관계가 다시 정치로 이어진다.


○ 지금, 당 앞에 놓인 현실

지금 당 안팎에는 수많은 투쟁과 과제가 놓여 있다.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들과 한국GM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며, 정리해고와 구조조정 저지, 고용안정 투쟁을 통해 착취 구조 '전환'의 비용이 노동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방어해야 한다. 또한 쿠팡 등 플랫폼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확인된 장시간 노동, 과로사, 산재 은폐에 맞서 비정규·플랫폼 투쟁의 상징적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

국제적으로는 팔레스타인·이란·카타르 등에 대한 이스라엘과 미국의 침공, 그리고 그린란드를 둘러싼 제국주의 간의 대립까지 마주하고 있다. 세계는 이미 블록화된 전쟁과 착취, 약탈의 국면으로 접어들었으며 한국 사회 역시 군사주의와 친제국주의의 흐름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무자비하게 이어질 공공요금·주거비 인상 저지 등 생존권 투쟁과 노동 투쟁을 결합하여 광범위한 대중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들 앞에서 당은 과연 어떤 태도로, 어떤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있는지 스스로 묻게 된다.


○ 목적을 다시 묻고, 방향을 가다듬기

개인적으로는 두 가지 질문이 가슴에 남는다.

첫째, 우리는 무엇을 목적으로 모인 조직인가.

둘째, 우리는 왜 이렇게 무기력한가.


노동당의 목적은 분명하다. 

자본주의 국가권력의 일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권력’을 획득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당 활동의 영역은 너무 넓고, 너무 많은 것을 동시에 붙들려 하고 있다. 이는 역량의 풍부함이라기보다 집중의 결여로 나타난다. 사업의 분산은 힘의 소진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 당 내부에서 진로를 둘러싼 논쟁과 긴장감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비판과 논쟁이 없는 조직은 성숙한 조직이라기보다 방향을 잃은 조직에 가깝다.


○ 함께하기 어려운 마음까지 품는 정치

또 하나 외면할 수 없는 문제는 ‘참여’다. 당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 참여할 수 없는 사람들, 혹은 참여가 망설여지는 사람들. 솔직히 말해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이 문제는 개인의 의지보다는 당의 구조와 소통 방식의 문제도 중요하게 생각된다.

더 많은 당내 사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온라인 공지 몇 줄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세대와 시대가 변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되, 온라인을 넘어서는 오프라인의 직접적인 공간, 즉 얼굴과 몸이 만나는 ‘정치의 공간’이 반드시 회복되어야 한다.


○ 다시, 시작을 말하며

당 사업의 동력을 얻기 위해서라도 대중을 향한 직접적인 선전·선동·교육이 절실하다. 설득하지 않는 정치는 확장되지 않고, 교육하지 않는 조직은 재생산되지 않는다. 당원만을 향한 말이 아니라 시민과 노동자들에게 왜 우리가 필요한지, 왜 지금 이 정치가 필요한지를 다시 말해야 한다.

그래서 신년회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 새로운 결의는 말에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잊힌 활동가들을 기억하는 일은 과거를 붙드는 일이 아니라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2026년을 맞아 다시 묻고 싶다.

우리는 여전히 함께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리고 다시 시작할 용기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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