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동향] 로자바(Rojava)혁명은 지속될 수 있을까?
로자바(Rojava)는 중동의 시리아 북동부를 가리킨다. 쿠르드족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쿠르드족은 튀르키예, 이란, 이라크, 시리아 등에 분산되어 거주하고 있는 이란계 산악 민족으로 전체 인구 규모는 약 3,600~4,50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민족 국가가 아직 건국되지 않은 소수 민족 중에선 인구 수가 꽤 많은 편이다. 이들이 거주하는 지역을 ‘쿠르디스탄’이라고 한다. 로자바는 쿠르드어로 ‘서쪽’이라는 뜻으로, 서쿠르디스탄은 시리아 지역이다.
쿠르드 민주 자치 행정부(DAANES)와 로자바 혁명
시리아 북동부에는 2012년부터 <북동 시리아 민주 자치 행정부(Democratic Autonomous dministration of North and East Syria. DAANES)>가 구성되어 있는데, 시리아 내전 과정에서 여성이 다수를 차지하는 <쿠르드 민병대(YPG)> 주도로 자치권을 확보하여 형성한 사실상의 자치정부이다. 쿠르드족이 주축이긴 하지만 다른 아랍 부족의 일부도 참여하여 구성된 다민족 연방정부이기도 하다. 2015년에는 YPG를 주축으로 하여 <시리아 민주군(SDF)>을 창설하고, 2016년에는 ‘로자바 혁명’을 선포한다. 이때 새로운 헌법을 채택하고 2018년에 현재의 DAANES로 명칭을 변경한다.
로자바 혁명은 2012년 자치권을 선언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민주적이고 자치적인 행정 체계가 수립되어, 공동체와 의회를 통해 지역사회 커뮤니티와 삶의 기반이 조직되었으며, 성 평등과 생태적 지속 가능성을 기본 원칙으로 삼았다. 2022년 9월 이란에서 광범위하게 전개되었던 여성 시위의 슬로건인 ‘여성, 생명, 자유’도 쿠르디스탄 해방과 여성해방은 동일하다는 의미에서 페미니즘에 기초한 로자바 혁명의 기본 원칙에서 처음 제시한 것이라 한다.
YPG는 IS에 맞서는 저항의 상징이 되었고, 경제 운영원리로는 협동경제를 기본으로 삼아서 자본주의적 경제를 대체하려 시도한 것으로 알려진다.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 △생태주의 △협동조합에 기초한 사회적 협동경제를 기초로 한 ‘민주적 연방제’모델로 알려진 ‘로자바 혁명’은 2015년부터 튀르키예의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압둘라 외잘란과 그가 지도자로 있는 쿠르드노동자당(PKK)의 주도로 실천이 이루어졌다. 이로 인하여 좌파 진영의 많은 이들에게 또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는 사례의 하나로 여겨진다.
로자바 혁명 이후 10년 동안, IS와의 전쟁, 튀르키예의 점령, 국제적인 금수 조치, 과밀한 난민촌, 물 부족, 만연한 빈곤 등의 역경 속에서도 로자바 혁명은 출범 당시의 원칙을 견지하며 운영되었고, DAANES가 통제하는 영토는 시리아 전체 면적의 3분의 1, 인구의 거의 5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확장되었으며, 여기에는 쿠르드족이 다수인 로자바와 유프라테스강 유역의 아랍인 다수 지역이 모두 포함되었다.
알 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시련에 봉착한 로자바 혁명
그런데 이러한 로자바 혁명이 커다란 시련에 봉착해 있는 상황이다. 10년 넘게 시리아를 지배해왔던 알 아사드 정권이 내전을 거치면서 2024년 말 시리아 반군연합의 공격으로 몰락하고, 아흐메드 알샤라의 과도정부가 수립되면서 로자바 혁명을 둘러싼 지정학적 환경이 크게 변화했기 때문이다.
알샤라 정부는 SDF를 정부군에 통합할 것을, DAANES는 자치 분권을 주장하면서 대립하였는데, 2026년 1월 초, 알카에다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알샤라의 시리아 과도정부군은 미국과 서방 국가들의 지원 속에서 시리아 북동부의 유전을 장악하면서 DAANES의 자치권을 위협하였다. 이들은 과거의 적이었던 IS 세력과 손을 잡고, 로자바에 대한 점령 시도를 노골화하였다. 이전 IS를 진압할 당시에 SDF, 로자바와 연합하였던 시리아 과도정부군과 미국은 이번에는 IS와 손잡고 로자바를 공격한 것이다.
자치정부를 수립하여 민주적 연방제 모델을 구현하고 있는 로자바 혁명은 시리아 과도정부를 포함하여, 인접해 있는 튀르키예, 석유 대기업과 이해관계를 함께 하고 있는 미국 등의 서방국가, 단일 이슬람국가를 목표로 하는 IS 세력 모두에게 ‘눈에 가시같은 존재’였다. 한편 미국보다 러시아에 친화적이었던 아사드정권이 몰락하면서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서방국가의 석유 대기업들이 이 지역에 매장되어 있는 석유자원의 개발과 추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휴전 협상
시리아 과도정부군이 쿠르드 자치지역의 중심도시인 알레포를 점령하자, 대부분의 쿠르드족 주민들은 SDF의 영향력 하에 있는 지역으로 대피하고, 이 과정에서 그동안 동맹을 맺어 왔던 아랍 부족들이 시리아 과도정부를 지지하면서 쿠르드족에 등을 돌렸다. 여기에는 여성주의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자치정부에 불만을 가진 아랍 부족의 보수적인 입장도 영향을 끼쳤다고 말해진다. 그러나 IS, 시리아 정부, 쿠르드족을 오갔었던 아랍 부족의 기회주의적 속성이 본질적이라고 여겨진다. IS가 패배하고, 아사드 정권이 붕괴한 조건에서 아랍 부족에게 쿠르드족과의 동맹은 쓸모없어진 셈이다. 아랍부족이 등을 돌리고, 미국의 지원도 없어지고, 시리아 북동부 대다수 지역이 시리아 과도정부군에게 장악되면서 사면초가에 처하게 된 자치정부와 SDF는 지난 1월 22일 시리아 과도정부와 휴전협상을 맺게 된다.
자치정부인 DAANES의 영향력 하에 있던 대부분의 지역이 시리아 과도정부와 IS 세력에게 점령당하고, 중심 지역인 알레포마저 완전히 점령당할 위기에 처하자, 지난 1월 중순 시리아민주군(SDF)은 시리아 과도정부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이면서 휴전에 합의하였다.
시리아 과도정부의 요구에는 시리아 북동부 지역인 데이르 에즈조르와 라카주의 행정 및 군사권의 즉각 이양, 석유 및 가스시설의 통제권, 댐과 수자원 관리권의 이전, 하사카 주에 대한 국가행정체계로의 통합, SDF의 시리아 정부군으로의 통합 등의 내용이 포함되었다. 휴전협정에 따라 시리아 정부는 해당 지역의 모든 국경 검문소와 석유 및 가스전을 장악하게 되고, SDF 대원들은 개별적으로 입대하는 방식으로 시리아 정부군에 통합될 예정이다. 그리고 북동부 지역의 하나인 하사카 주지사의 자리는 SDF 사령관이었던 마즐룸 압디가 거론된다. 그런데 주지사를 맡더라도 군사력과 경찰력이 뒷받침하지 않는 조건에서는 제한적인 권한만을 지닐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합의에 이르게 된 배경에는 쿠르드족의 문화적·언어적 권리를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알 샤리 대통령의 법령이 발표된 것과 더불어 쿠르드족 거주지역 주민들의 안전하고 존엄한 귀환을 보장받기 위한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시리아 정부군에 의해 조각난 휴전
하지만 휴전합의가 이루어진 지 몇 시간만에 시리아 정부군과 IS 세력의 연합군은 점령을 더 확대하기 위한 공격을 개시하였으며, IS 전직 전투원들이 수용되었던 교도소를 점령하면서 수백명이 IS 전투원들이 풀려나고, 쿠르드족 민간인과 SDF에 대한 과잉 공격과 진압이 자행되면서 수만명의 쿠르드족이 피난길에 나섰다.
이에 SDF 사령관이 직접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로 가서 시리아 과도정부 사이에 재협상이 진행되었으나, 시리아 과도정부가 SDF에 무조건 항복이나 다름없는 협정 서명을 요구하면서 협상은 실패로 끝났다. 아무런 성과 없이 협상이 중단된 후 SDF 사령관은 시리아 북동부로 돌아갔고, SDF 총동원령을 발표하였다. 여기에는 시리아 과도정부 대통령인 알샤라의 통제력이 현지의 IS를 비롯한 아랍세력에 전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과 함께 시리아와 쿠르드족 거주지역의 안정을 원하지 않는 튀르키예가 관여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쿠르드족에게 위와 같은 사태 전개는 재앙이 될 수 있다. 시리아 정부군이 지역을 점령하면서, 이 지역을 탈출할 수 있는 경로는 막혀 있다. 이전 IS와 대립하여 전투를 벌였을 때에는 국제적인 관심과 지원이나마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러한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안보 보장을 받지 못한 채 자신의 무장을 해제하고, 개별적으로 SDF를 시리아군에 편입시키는 것도 위험한 일이다. 무조건적인 항복을 거부하고 총동원령을 발표한 배경이다. 총동원령에 따라, 이라크, 튀르키예, 이란에서 쿠르드족 자원자들이 시리아 쿠르드족을 지원하기 위하여 로자바로 향하였다. 쿠르디스탄 전역에서는 로자바에 대한 연대시위가 벌어졌다.
이렇게 사태가 전개되자, 새로운 휴전협상이 재개되었다. 쿠르드족에게 있어서 국제적인 안보 보장없이 시리아군에 자체 무장병력을 편입시키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긴 하지만, 쿠르드족의 마을과 도시들이 점령당하여 주민들이 학살에 처하는 상황은 더 최악의 상황일 것이다. 따라서 협상 기간은 짧을 지라도 쿠르드족 내부에서 자치권 및 행정통제 권한의 이양에 대비하고 논의하고 합의할 시간일 수도 있다. 쿠르드족에게 있어 시리아정부 요구의 수용은 당분간 정치적 자치 또는 자율권의 상실을 의미한다.
국제적 로자바 연대투쟁
한편 2월 13일부터 독일에서 개막한 뮌헨안보회의 기간 중 시리아 민주군(SDF) 사령관 마즐룸 압디, DAANES 대외 관계국 공동 의장 일함 아흐메드, 시리아 임시정부 외무장관 아사드 알 샤이바니, 그리고 미국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가 회담을 가졌다. 이 회담에서는 시리아 민주군과 임시정부 간에 체결되었던 휴전 합의와 시리아 및 로자바의 상황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리고 국제적 차원에서 로자바에 연대하는 투쟁도 확산되고 있다. 55만 명의 조합원을 보유한 스코틀랜드 노동조합은 로자바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로자바의 지위 보장을 촉구하고, 로자바에 대한 전쟁을 중단시키기 위한 정치적 압력을 가하는 등의 연대활동을 조직하기로 결정하였다.
로자바 혁명의 존립을 우려하는 유럽의 각 국가 활동가 300여명은 “People’s Caravan”이란 이름으로 결집하여, 오스트리아, 그리스, 세르비아, 튀르키예 등의 국가를 거치면서 로자바로 행진하는 투쟁을 전개하였다. “Platform for Defense and Solidarity(방위와 연대 플랫폼)”이란 이름의 국제연대조직은 트럭 25대에 해당하는 지원물자를 전달하기도 하였다.
“People’s Caravan”에 참가한 활동가는 “쿠르드 해방 운동, 로자바 혁명은 국가 폭력에 맞서 자결권을 위해 투쟁하는 모든 사람들과 연결되었음을 보여주며, 캐러밴은 저항의 상징 중 하나일 뿐이지만, 로자바 혁명은 희망을 주기때문에, 이 희망의 혁명을 지켜내야 한다”라고 호소한다.
[국제 동향] 로자바(Rojava)혁명은 지속될 수 있을까?
로자바(Rojava)는 중동의 시리아 북동부를 가리킨다. 쿠르드족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쿠르드족은 튀르키예, 이란, 이라크, 시리아 등에 분산되어 거주하고 있는 이란계 산악 민족으로 전체 인구 규모는 약 3,600~4,50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민족 국가가 아직 건국되지 않은 소수 민족 중에선 인구 수가 꽤 많은 편이다. 이들이 거주하는 지역을 ‘쿠르디스탄’이라고 한다. 로자바는 쿠르드어로 ‘서쪽’이라는 뜻으로, 서쿠르디스탄은 시리아 지역이다.
쿠르드 민주 자치 행정부(DAANES)와 로자바 혁명
시리아 북동부에는 2012년부터 <북동 시리아 민주 자치 행정부(Democratic Autonomous dministration of North and East Syria. DAANES)>가 구성되어 있는데, 시리아 내전 과정에서 여성이 다수를 차지하는 <쿠르드 민병대(YPG)> 주도로 자치권을 확보하여 형성한 사실상의 자치정부이다. 쿠르드족이 주축이긴 하지만 다른 아랍 부족의 일부도 참여하여 구성된 다민족 연방정부이기도 하다. 2015년에는 YPG를 주축으로 하여 <시리아 민주군(SDF)>을 창설하고, 2016년에는 ‘로자바 혁명’을 선포한다. 이때 새로운 헌법을 채택하고 2018년에 현재의 DAANES로 명칭을 변경한다.
로자바 혁명은 2012년 자치권을 선언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민주적이고 자치적인 행정 체계가 수립되어, 공동체와 의회를 통해 지역사회 커뮤니티와 삶의 기반이 조직되었으며, 성 평등과 생태적 지속 가능성을 기본 원칙으로 삼았다. 2022년 9월 이란에서 광범위하게 전개되었던 여성 시위의 슬로건인 ‘여성, 생명, 자유’도 쿠르디스탄 해방과 여성해방은 동일하다는 의미에서 페미니즘에 기초한 로자바 혁명의 기본 원칙에서 처음 제시한 것이라 한다.
YPG는 IS에 맞서는 저항의 상징이 되었고, 경제 운영원리로는 협동경제를 기본으로 삼아서 자본주의적 경제를 대체하려 시도한 것으로 알려진다.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 △생태주의 △협동조합에 기초한 사회적 협동경제를 기초로 한 ‘민주적 연방제’모델로 알려진 ‘로자바 혁명’은 2015년부터 튀르키예의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압둘라 외잘란과 그가 지도자로 있는 쿠르드노동자당(PKK)의 주도로 실천이 이루어졌다. 이로 인하여 좌파 진영의 많은 이들에게 또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는 사례의 하나로 여겨진다.
로자바 혁명 이후 10년 동안, IS와의 전쟁, 튀르키예의 점령, 국제적인 금수 조치, 과밀한 난민촌, 물 부족, 만연한 빈곤 등의 역경 속에서도 로자바 혁명은 출범 당시의 원칙을 견지하며 운영되었고, DAANES가 통제하는 영토는 시리아 전체 면적의 3분의 1, 인구의 거의 5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확장되었으며, 여기에는 쿠르드족이 다수인 로자바와 유프라테스강 유역의 아랍인 다수 지역이 모두 포함되었다.
알 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시련에 봉착한 로자바 혁명
그런데 이러한 로자바 혁명이 커다란 시련에 봉착해 있는 상황이다. 10년 넘게 시리아를 지배해왔던 알 아사드 정권이 내전을 거치면서 2024년 말 시리아 반군연합의 공격으로 몰락하고, 아흐메드 알샤라의 과도정부가 수립되면서 로자바 혁명을 둘러싼 지정학적 환경이 크게 변화했기 때문이다.
알샤라 정부는 SDF를 정부군에 통합할 것을, DAANES는 자치 분권을 주장하면서 대립하였는데, 2026년 1월 초, 알카에다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알샤라의 시리아 과도정부군은 미국과 서방 국가들의 지원 속에서 시리아 북동부의 유전을 장악하면서 DAANES의 자치권을 위협하였다. 이들은 과거의 적이었던 IS 세력과 손을 잡고, 로자바에 대한 점령 시도를 노골화하였다. 이전 IS를 진압할 당시에 SDF, 로자바와 연합하였던 시리아 과도정부군과 미국은 이번에는 IS와 손잡고 로자바를 공격한 것이다.
자치정부를 수립하여 민주적 연방제 모델을 구현하고 있는 로자바 혁명은 시리아 과도정부를 포함하여, 인접해 있는 튀르키예, 석유 대기업과 이해관계를 함께 하고 있는 미국 등의 서방국가, 단일 이슬람국가를 목표로 하는 IS 세력 모두에게 ‘눈에 가시같은 존재’였다. 한편 미국보다 러시아에 친화적이었던 아사드정권이 몰락하면서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서방국가의 석유 대기업들이 이 지역에 매장되어 있는 석유자원의 개발과 추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휴전 협상
시리아 과도정부군이 쿠르드 자치지역의 중심도시인 알레포를 점령하자, 대부분의 쿠르드족 주민들은 SDF의 영향력 하에 있는 지역으로 대피하고, 이 과정에서 그동안 동맹을 맺어 왔던 아랍 부족들이 시리아 과도정부를 지지하면서 쿠르드족에 등을 돌렸다. 여기에는 여성주의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자치정부에 불만을 가진 아랍 부족의 보수적인 입장도 영향을 끼쳤다고 말해진다. 그러나 IS, 시리아 정부, 쿠르드족을 오갔었던 아랍 부족의 기회주의적 속성이 본질적이라고 여겨진다. IS가 패배하고, 아사드 정권이 붕괴한 조건에서 아랍 부족에게 쿠르드족과의 동맹은 쓸모없어진 셈이다. 아랍부족이 등을 돌리고, 미국의 지원도 없어지고, 시리아 북동부 대다수 지역이 시리아 과도정부군에게 장악되면서 사면초가에 처하게 된 자치정부와 SDF는 지난 1월 22일 시리아 과도정부와 휴전협상을 맺게 된다.
자치정부인 DAANES의 영향력 하에 있던 대부분의 지역이 시리아 과도정부와 IS 세력에게 점령당하고, 중심 지역인 알레포마저 완전히 점령당할 위기에 처하자, 지난 1월 중순 시리아민주군(SDF)은 시리아 과도정부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이면서 휴전에 합의하였다.
시리아 과도정부의 요구에는 시리아 북동부 지역인 데이르 에즈조르와 라카주의 행정 및 군사권의 즉각 이양, 석유 및 가스시설의 통제권, 댐과 수자원 관리권의 이전, 하사카 주에 대한 국가행정체계로의 통합, SDF의 시리아 정부군으로의 통합 등의 내용이 포함되었다. 휴전협정에 따라 시리아 정부는 해당 지역의 모든 국경 검문소와 석유 및 가스전을 장악하게 되고, SDF 대원들은 개별적으로 입대하는 방식으로 시리아 정부군에 통합될 예정이다. 그리고 북동부 지역의 하나인 하사카 주지사의 자리는 SDF 사령관이었던 마즐룸 압디가 거론된다. 그런데 주지사를 맡더라도 군사력과 경찰력이 뒷받침하지 않는 조건에서는 제한적인 권한만을 지닐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합의에 이르게 된 배경에는 쿠르드족의 문화적·언어적 권리를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알 샤리 대통령의 법령이 발표된 것과 더불어 쿠르드족 거주지역 주민들의 안전하고 존엄한 귀환을 보장받기 위한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시리아 정부군에 의해 조각난 휴전
하지만 휴전합의가 이루어진 지 몇 시간만에 시리아 정부군과 IS 세력의 연합군은 점령을 더 확대하기 위한 공격을 개시하였으며, IS 전직 전투원들이 수용되었던 교도소를 점령하면서 수백명이 IS 전투원들이 풀려나고, 쿠르드족 민간인과 SDF에 대한 과잉 공격과 진압이 자행되면서 수만명의 쿠르드족이 피난길에 나섰다.
이에 SDF 사령관이 직접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로 가서 시리아 과도정부 사이에 재협상이 진행되었으나, 시리아 과도정부가 SDF에 무조건 항복이나 다름없는 협정 서명을 요구하면서 협상은 실패로 끝났다. 아무런 성과 없이 협상이 중단된 후 SDF 사령관은 시리아 북동부로 돌아갔고, SDF 총동원령을 발표하였다. 여기에는 시리아 과도정부 대통령인 알샤라의 통제력이 현지의 IS를 비롯한 아랍세력에 전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과 함께 시리아와 쿠르드족 거주지역의 안정을 원하지 않는 튀르키예가 관여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쿠르드족에게 위와 같은 사태 전개는 재앙이 될 수 있다. 시리아 정부군이 지역을 점령하면서, 이 지역을 탈출할 수 있는 경로는 막혀 있다. 이전 IS와 대립하여 전투를 벌였을 때에는 국제적인 관심과 지원이나마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러한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안보 보장을 받지 못한 채 자신의 무장을 해제하고, 개별적으로 SDF를 시리아군에 편입시키는 것도 위험한 일이다. 무조건적인 항복을 거부하고 총동원령을 발표한 배경이다. 총동원령에 따라, 이라크, 튀르키예, 이란에서 쿠르드족 자원자들이 시리아 쿠르드족을 지원하기 위하여 로자바로 향하였다. 쿠르디스탄 전역에서는 로자바에 대한 연대시위가 벌어졌다.
이렇게 사태가 전개되자, 새로운 휴전협상이 재개되었다. 쿠르드족에게 있어서 국제적인 안보 보장없이 시리아군에 자체 무장병력을 편입시키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긴 하지만, 쿠르드족의 마을과 도시들이 점령당하여 주민들이 학살에 처하는 상황은 더 최악의 상황일 것이다. 따라서 협상 기간은 짧을 지라도 쿠르드족 내부에서 자치권 및 행정통제 권한의 이양에 대비하고 논의하고 합의할 시간일 수도 있다. 쿠르드족에게 있어 시리아정부 요구의 수용은 당분간 정치적 자치 또는 자율권의 상실을 의미한다.
국제적 로자바 연대투쟁
한편 2월 13일부터 독일에서 개막한 뮌헨안보회의 기간 중 시리아 민주군(SDF) 사령관 마즐룸 압디, DAANES 대외 관계국 공동 의장 일함 아흐메드, 시리아 임시정부 외무장관 아사드 알 샤이바니, 그리고 미국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가 회담을 가졌다. 이 회담에서는 시리아 민주군과 임시정부 간에 체결되었던 휴전 합의와 시리아 및 로자바의 상황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리고 국제적 차원에서 로자바에 연대하는 투쟁도 확산되고 있다. 55만 명의 조합원을 보유한 스코틀랜드 노동조합은 로자바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로자바의 지위 보장을 촉구하고, 로자바에 대한 전쟁을 중단시키기 위한 정치적 압력을 가하는 등의 연대활동을 조직하기로 결정하였다.
로자바 혁명의 존립을 우려하는 유럽의 각 국가 활동가 300여명은 “People’s Caravan”이란 이름으로 결집하여, 오스트리아, 그리스, 세르비아, 튀르키예 등의 국가를 거치면서 로자바로 행진하는 투쟁을 전개하였다. “Platform for Defense and Solidarity(방위와 연대 플랫폼)”이란 이름의 국제연대조직은 트럭 25대에 해당하는 지원물자를 전달하기도 하였다.
“People’s Caravan”에 참가한 활동가는 “쿠르드 해방 운동, 로자바 혁명은 국가 폭력에 맞서 자결권을 위해 투쟁하는 모든 사람들과 연결되었음을 보여주며, 캐러밴은 저항의 상징 중 하나일 뿐이지만, 로자바 혁명은 희망을 주기때문에, 이 희망의 혁명을 지켜내야 한다”라고 호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