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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노동[지금 현장은]원청 책임의 문을 연 GM부품물류지회의 투쟁, 이제 ‘노조법 적용 투쟁’으로

편집부
2026-02-25
조회수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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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부품물류지회 투쟁은 집단해고·고용승계 투쟁이면서 동시에, 노조법 2조 개정 이후 현장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을 입증하기 위한 투쟁이었다. 노동조합과 사회단체, 진보정당으로 구성된 공대위는 ‘연대’에 머물지 않고, 법의 취지를 현장의 언어로 만들며 원청 한국GM과 정부가 이 사태를 외면하지 못하도록 정치적 힘을 형성했다. 이제 과제는 분명하다. 노조법 2조가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적용’되는 것을 쟁취해야 한다.

 

GM부품물류지회의 투쟁은 무엇을 남겼나

물류센터에 노동조합이 만들어지자, 원청은 하청업체 뒤에 숨어 노동자들의 단결을 흔들었다. ‘사적 계약’이라는 말로 집단해고를 정당화하려 했지만, 그 실체에는 원청의 통제와 책임 회피가 있었다. 공대위는 이 투쟁을 ‘하청노동자 노조할 권리 탄압 및 집단해고’라고 성격을 정의하고 세종을 중심으로 충북, 대전, 충남지역을 대상으로 투쟁에 함께 할 노조·사회운동·진보정당을 조직했다. 지역이라는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다양한 기획 활동을 전국단위에 제안해 사회적 연대 전선을 확대해냈다. 현장 노동자들의 단결, 원청노조의 “함께 투쟁하겠다”는 결의, 공대위의 사회적 공론화 기획이 맞물리며 이 사태는 ‘하청 내부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처음 대전노동청은 원청 개입 정황이 뚜렷한데도 “사적 계약이라 개입할 수 없다.”라는 태도를 보였던 것을, 노동자들의 끊임없는 정부 책임 요구와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고용의 연속성’이 노조가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파기된 사실을 사회적으로 알리는 투쟁으로 뒤집어냈다. 결과적으로 이번 투쟁은 노조법 2조 개정의 취지(실질 사용자에게 교섭과 책임을 묻는 것)를 현장에서 먼저 당겨온 사례가 됐다. 우리는 법이 바뀌기를 기다린 게 아니라, 법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를 현장에서 증명했다.

 

이제부터는 ‘적용의 쟁취’다

2026년 3월 10일 이후 노조법 2조가 시행돼도, 시행령·해석·교섭관행이 길을 막으면 원청은 또다시 책임을 회피하며 빠져나갈 것이다. 정부는 시행령에서 원·하청 교섭 시 교섭단위 분리 기준을 ‘원칙/예외’로 이원화하고, 사용자성 기준을 ‘구조적 통제’(원청이 임금·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을 사실상 결정)로 제시했다. 사용자성 판단을 돕는 현장 자문기구 설치도 예고했다. 하지만 제도가 현장에 어떻게 안착하는지는 결국 누가,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적용하느냐의 투쟁에 달려 있다. 다음 국면은 법을 적용시키는 힘을 만들어내는 투쟁이어야 한다. 

24일 정부가 통과시킨 노란봉투법 시행령이 ‘예외 규정’을 통해 하청노조에 더 넓은 분리 교섭권을 보장하겠다고 해도, 교섭창구단일화 틀 속에서 하청노조의 교섭권이 쉽게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원청교섭에 기업 단위 교섭을 전제로 한 창구단일화 틀을 그대로 끼워 맞추면, 원청교섭의 취지가 절차 속에서 희석되고 현장의 혼란만 커질 수 있다. 원청 사용자성을 판단하겠다는 구상 역시, 단계별 공고·대상·참여주체가 촘촘히 전제된 절차와 충돌하며 “적용”을 늦추는 장치로 작동할 위험이 있다. 그래서 적용투쟁의 핵심은 단순히 제도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쟁의권을 보장하고 부당노동행위의 사례를 쌓아 실질적으로 교섭권을 쟁취하는 투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불법파견 소송을 통해서만 사용자성을 확인받는 것 역시 넘어야 하는 과제다. 소송은 중요하지만, 판정이 나올 때까지 시간이 길어 원청의 책임이 유예된다. 사용자성은 법정에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현장 노동자들의 투쟁, 교섭, 여론, 판정이 함께 만들어내는 기준이다. 더구나 교섭단위 분리 절차만으로 원청 사용자성을 충분히 다투고 판단받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 ‘소송을 넘어서는 사용자성 적용투쟁’이 필요하다.

적용투쟁은 ‘구조적 통제’를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일에서 시작된다. 물량·단가·인력투입·업무시스템·안전·품질 기준이 어떻게 현장의 노동조건을 사실상 결정해 왔는지, 현장 기록과 자료를 축적하고 들어내야 한다. 또한, 하청업체는 해결할 수 없는 책임의 공백을 드러내 원청을 교섭장으로 끌어내야 한다. 원청의 책임 회피가 계속될수록 사회적 비용이 커지게 만드는 정치적 압박도 결합해야 한다.

 

적용투쟁을 ‘사회적 힘’으로, 노동자대중을 만나는 길로!

노조법 개정을 위해 지난 20년간의 투쟁 속에서 사회단체와 진보정당이 역할을 해왔듯, 노조법이 현장에서 적용되기 위해서도 사회적 투쟁으로 만들어내는 과제가 필요하다. 진보정당의 역할은 법이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사회적·정치적 책임을 원청과 정부에 부과하는 것이다. 동시에 사회단체와 진보정당의 결합은 ‘단발 연대’가 아니라 노동자 대중을 만나는 상시 조직 활동이 되어야 한다. 

지역 하청노동자들과 만나기 위한 기획을 만들어내고, ‘노조법 2조를 현장에서 실제로 적용시키기 위한 투쟁’을 현장과 함께 조직하고 확산해야 한다. 정부가 사용자성 판단을 돕는 기구를 설치하겠다면, 그 기구가 사용자 책임을 축소하는 장치가 되지 않도록 감시하고 현장 사례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야 한다. 이 문제가 ‘노조 내부의 문제’로 좁혀지지 않도록, 헌법상 단결권을 실질화하는 사회적 쟁점으로 확장해나가야 한다. 적용투쟁은 ‘제도’가 아니라 우리의 ‘힘’으로 관철될 것이다. 그 힘은 현장과 지역에서 노동자들을 만나고, 함께 싸우고, 함께 배워가며 만들어나가야 한다. 

GM부품물류지회 노동자들이 투쟁 과정에서 자주 했던 말이 있다. “우리는 비정규노동자들의 20년 투쟁 위에 서 있다”는 말이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앞선 투쟁이 없었다면 노조법 2조의 개정도 없었고, GM부품물류지회의 승리 역시 없었을 것이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성과를 ‘적용’으로 완성하는 것이다. 노조법 2조 개정의 의미를 살리려면, 원청 사용자성 인정과 원청 교섭이 현장 표준이 되어야 한다. 노동조합은 전선을 열고, 진보정당과 사회단체는 그 전선을 사회적 힘으로 키워야 한다. 우리가 만든 승리를, 우리가 만든 기준으로 확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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