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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노동[이슈와 동향]합의의 강박, 강박의 합의 : 민주노총 <사회적 대화> 중간 점검

편집부
2026-03-24
조회수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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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의 역설’이란 말이 있다. 협상 타결에 집착하는 사람이 오히려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크고 작은 ‘노사정 사회적 대화’가 이뤄지고 있는 지금, 이 협상의 역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더 큰 사달이 나기 전에 중간 점검해 본다.

 

가장 최근 합의와 발표에 다다른 사회적 대화 의제는 ‘퇴직연금 노사정 공동선언’이었다. 노동부는 지난해 10월 ‘퇴직연금 기능 강화 노사정TF’를 발족한 이후, 올 2월 6일 ‘노사정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김영훈 장관은 노사정 공동선언 자리에서 “(이 합의로) 모든 사업장에서 퇴직연금 도입 의무화가 추진될 것”이라 치켜세웠다. 하지만 이 합의에는 빈 곳이 너무 많다. 민주노총은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 기조에 따라 특고-플랫폼 및 1년 미만 근속 노동자에 대한 퇴직연금 적용을 주장해 왔지만, 이 의제는 아예 시작부터 논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퇴직연금 수탁기관의 기금운용위원회 등 실질적-핵심적 기관에 노동자 참여 보장도 이뤄지지 못했다. 퇴직연금기금의 공공성 확대를 위해 공공기관의 역할을 강화해야 하지만 이 부분도 축소에 축소를 거듭했다. 노사정 선언대로라면 수백조 원에 이르는 퇴직연금이 ‘영업력’을 앞세운 시중은행과 재발금융사의 손아귀에 장악된다. 민주노총 스스로도 ‘한국의 대다수 자산운용사들의 지배구조와 영업 기반은 재벌과 대기업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다. 삼성, 현대차, LG 등 주요 그룹의 퇴직연금 시장은 자산운용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수익원이며 계열사의 상장 주관, 회사채 인수 등 수많은 B2B 금융거래 계약이 재벌 및 대기업의 의사결정에 좌우된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사용자단체 반대가 심하다’는 이유로 더 논쟁하기보다는 합의에 이르는 선택을 했다.

 

지난해 9월 민주노총 중앙위원회 결정을 통해 참여하고 있는 국회 사회적 대화기구 상황도 갑갑하긴 마찬가지다. 국회 사회적 대화 기구는 제1의제(첨단-신산업 경쟁력 강화)와 제2의제(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사회보험-사회안전망)의 2개 주제를 두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국회 사회적 대화 기구는 3월 말 합의문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논의 막바지에 이른 지금 내용을 보면 실망스럽다.

민주노총 2026년 제4차 중앙집행위(3.19.)에 제출된 보고에 따르면, 제2의제는 노사 공동선언문 합의에 사실상 다다랐다. 보고된 공동선언문(안)에는 특고-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의 ▴산재-고용보험 적용 확대 필요성 인식 ▴육아 활동으로 인한 소득 손실에 대한 사회적 보호 필요성 인식 ▴업무 외 부상이나 질병에 따른 손실에 대한 사회적 보호 필요성 공감 ▴사회보험 운영 개선 추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양경수 위원장은 국회 사회적 대화 기구 참여 여부를 두고 치열한 토론이 이뤄졌던 2025년 9월 민주노총 중앙위원회에서 ‘경사노위와 달리 국회 사회적 대화 기구는 구체적인 국회 입법 실현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와 참여 필요성이 있다’는 취지의 설명을 강조했다. 하지만 공동선언문에 적시된 내용은 모두가 하나같이 ‘인식’과 ‘공감’ 수준이다. 이미 문제점이 알려진 문제에 대해 해결을 하겠다며 사회적 대화기구에 참여해서는, 정작 문제점만 다시 확인한 꼴이다.

제1의제(첨단-신산업 경쟁력 강화)는 문제가 더 컸다. 민주노총이 들고온 합의문 초안은 ‘산업경쟁력 강화’를 정점으로 고용-노동-개인정보 등이 부차화되는 구조를 띄고 있다. ‘사회적 대화 공동선언문’이라는 제목만 가리면 오히려 '정부-사용자단체 합의문'으로 읽힐만한 내용이다. 이에 실무검토 단계에서 ‘민주노조가 합의의 주체로 함께 서명하기 어려운 내용’이라는 반발이 있었지만, 민주노총 집행부는 ‘경쟁력이라는 단어 하나 때문에 합의를 거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했다. 결국 중앙집행위원회 논의를 통해서야 겨우 합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정할 수 있었다.

 

일련의 사회적 대화 과정에서 민주노총 집행부가 보인 태도는 일관된다. 미흡한 논의 의제 설정에 대해서는 ‘시작부터 그렇게 하기로 했다’는 입장이다. 위험한 표현에 대해서는 ‘함께 논의했는데 민주노총만 반대한다며 합의를 거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이행과제나 조치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합의하고 이후에 추가로 논의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대화를 통한 의제의 관철이 목적인지, 아니면 대화 테이블의 한 자리를 보장받는 것이 목적인지, 그도 아니면 내용의 후퇴도 불사한 합의 그 자체가 목적이라는 강박에 빠진 것인지 불분명해 보일 지경에 이르렀다. 밖에서는 ‘합의의 강박’에 발목 잡혀 후퇴를 거듭하고, 안에서는 ‘강박의 합의’를 관철하고자 내부의 반발을 누르는 형국이다.

민주노총은 앞의 의제들 이외에도 ▴정년연장 ▴실노동시간 단축 등 의제별 노사정(노-사-민주당) 대화 기구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2월 11일에는 고용노동부와 운영협의체를 발족하고 사실상 제한 없는 의제를 다루기로 했다. 이재명 정부 제1기 경사노위는 3월 19일 ‘사회적 대화 2.0’을 기치로 출범하며 민주노총의 동참을 재차 호소했다. ‘협상의 역설’을 걱정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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