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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시선[초점] 거짓말, 제국주의, 야만 - 미국·이란 전쟁

편집부
2026-04-07
조회수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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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거짓말, 제국주의, 야만

- 미국·이란 전쟁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기습 침공하면서, 미국(이스라엘)-이란전쟁이 한 달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는 침공 후 첫 연설에서 이란을 국가안보의 본질적 위협으로 묘사하면서, 이란 정권(이슬람공화국)의 붕괴를 운운했다. 이란 내 반정부 시위를 지원하고, 이란의 핵위협을 막기 위해 침공했다는 것이다. 전쟁이 임박하지는 않았지만 가상 적국이 미래에 전략적 위협을 가할 가능성이 있을 때에,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하는 전쟁이라는 이른바, ‘예방 전쟁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란 정권의 붕괴라는 목표는 실패했다.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비롯한 주요 지도부를  폭살하고, 막강한 공군력을 동원한 폭격에도 불구하고, 이란 정권은 붕괴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란은 전선을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미군기지가 있는 걸프국가로까지 확대하고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면서,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다.


거짓말

이란의 핵개발과 핵위협을 막기 위한 전쟁, 즉 ‘예방 전쟁’은 타당한가?

미국 정부는 작년 6월의 대이란 폭격으로 이란 핵시설을 괴멸시켰다고 말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도 회복할 수 없는 정도로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제와서 이란이 핵개발을 한다며 이를 막겠다며 기습 공격했다.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인 셈이다. 더욱이 침공 이틀 전에 이란의 양보로 핵협상이 거의 타결 수준에 이르렀는데도 미국과 이스라엘은 선전포고도 없이 전격 침공했다. 협상은 기만술이었던 것이다. 전쟁 이후인 3월 2일, IAEA 사무총장도 "이란에게 핵무기 제조를 위한 프로그램"이 없어 보인다고 발언했다. 따라서 이란 침공을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예방 공격(전쟁)’이라고 정당화하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기시감이 드는 전쟁이 하나 있다. 바로 2003년 3월 20일, 미국(과 연합군)이 지상군까지 투입해 이라크를 침공하여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린 것이다. 당시 미국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해 국제평화를 위협한다며, 이른바 ‘예방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이라크를 침략했다. 그러나 사담 후세인 정권을 전복시킨 뒤 이라크에는 대량살상무기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부시 행정부는 '중동 민주화'란 명분을 내세워 이 거짓말을 감추려 했다.  


제국주의 침략전쟁을 포장하는 예방전쟁론과 선제공격론   

이른바 예방전쟁은 침략 전쟁이라는 본질을 숨기려는 기만적인 정치수사이다. 국제법은 ‘무력사용 금지’를 원칙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헌장 2조 4항은 "모든 유엔 회원국은 국제관계에서 무력 또는 무력 위협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무력 사용에서 안보리 결의와 자위권 행사라는 두 가지 예외 규정만 있을 뿐이다. 즉 국제법상 무력은 안보리 결의나 자위권에 해당할 때만 허용된다. 따라서 이란이 먼저 미국과 이스라엘을 공격하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진 이번 전쟁은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임박한 위협에 대한 선제공격’으로 이란 침공을 포장했는데, 이 ‘선제공격론’ 역시 국제법 위반임은 물론이다. 정권 붕괴 시도도 주권 침해이다. 이란 체제의 유지 또는 변화는 이란 민중의 판단과 힘에 의해서만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트럼프 1기는 오바마 정부 시기인 2015년 7월, 이란의 핵개발을 ‘봉인’한 핵합의(이란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독일이 체결한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가혹한 경제제재를 되살린 바 있다. 이란의 핵개발을 막는 핵합의을 일방적으로 깨더니 이제와서, 이란의 핵무장을 막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침략을 단행한 것이다. 따라서 미국과 이스라엘이야말로 세계평화를 위협하고 파괴하는 테러 국가인 것이다. 즉 전쟁의 원인은 이란의 핵무장 기도가 아니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제국주의적 야욕이다.

‘핵무기 비확산’에 대한 미국의 내로남불식 이중잣대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스라엘이 ‘비공인 핵보유국’이라는 것은 비밀 아닌 비밀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동맹국인 이스라엘에 대해 제재나 공격은커녕, 이스라엘의 핵보유를 인정하면서, 이스라엘을 강력하게 지원해 왔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의 공범으로, 미국은 가자전쟁 발발 이후 2년 동안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에 최소한 217억 달러(약 30조6274원)을 지원했다. 올 2월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총 80억 달러(약 10조6000억원)에 달하는 군사 원조를 단행하는 예산안을 편성했고, 이 중 5조원은 "30일 내 즉시 집행"하기로 했다. 이란과의 전쟁에서 이스라엘의 승리를 위해 전폭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왜 2월 말에 침공했나?

2월 말에,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전격 침공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스라엘에게 중동지역의 친팔레스타인-반이스라엘 진영(이른바 저항의 축)의 핵심축인 이란은 눈엣가시거리다. 이스라엘은 정착식민주의 노선에 따라 작년 말 가자전쟁 휴전 이후에도 팔레스타인 학살과 서안지구 점령을 지속하고 있으며, 레바논과의 휴전 합의 이후에도 헤즈볼라의 근거지인 레바논 남부에 대한 공격을 지속해왔다.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 붕괴, 헤즈볼라와 하마스의 무장력 약화 등, 저항의 축의 힘이 이전보다 약화된 상황에서, 이란마저 곤란한 상황(극심한 경제난, 올해 초 광범한 반정부 시위와 시위대에 대한 정권의 잔혹한 탄압, 작년 여름 폭격으로 훼손된 군사력)에 처하자, 이란을 무력화할 결정적 시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역시 이러한 정세 인식을 이스라엘 정부와 같이 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의 존재는 미국의 중동지역 패권 유지에 필요한 핵심 국가이다. 특히 1979년 이슬람혁명으로 중동의 대표적 친미정권이 팔레비 왕정이 붕괴하자, 이스라엘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 커졌다. 2000년대 들어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러시아 참여로 인한 OPEC+로 확대되고, 중동지역 최대교역국으로 중국이 부상하면서 중동지역에 대한 미국의 통제권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자, 미국에게 이스라엘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기 전 “이스라엘이 없었다면 우리는 또 다른 이스라엘을 만들어야 했을 것이다.”란 발언은 미국에게 이스라엘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상징적으로 잘 드러내 준다. 


미제국주의의 이란 개입의 역사

이번 이란 침공 전에도 미국은 역사적으로 석유 확보와 중동 패권 유지를 위해, 이란에 적극 개입해왔다, 1953년, 반식민주의를 내걸고 외국기업이 지배한 석유산업 무상 국유화를 추진한 민족주의자 모사데크 총리를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영국 해외정보국(MI6)과 함께 축출하는 쿠데타를 사주했다. 그 결과 팔레비 왕정이 들어서고, 이란은 이스라엘과 함께 미국의 대중동 정책의 핵심파트너국이 되었고, 미국 기업들은 부흥하던 이란 석유 산업을 장악했다. 그러나 팔레비 정권의 친미·친이스라엘·폭압정치는 이란 민중의 반발을 불러와 결국 1979년 이란 혁명을 통해 몰락하고 그 대신 현재의 이슬람공화국이 탄생했다. 이렇듯 트럼프 정부가 붕괴시키려 하는 반미 노선의 이슬람공화국은 초기의 영국, 그리고 이후 미국의 제국주의적 야욕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 이후에도 미국은 1980년 이라크의 침략으로 시작된 ‘이란-이라크 8년 전쟁’ 배후에서 이라크를 지원했다. 강력한 제재로 이란 민중의 삶을 피폐하고 만들고, 제재는 오히려 반민주적-반민중적 이슬람공화국의 국내 통치력의 조건을 제공했다. 게다가 최근 이란 침공으로 이란 내 진보적 목소리는 더욱 작아지고 이란혁명수비대 등 군부의 영향력이 강화하면서 더 경직되고 동원 중심의 통치모델로의 전환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은 “억압적인 정부로부터 이란 민중을 해방하기 위해” 전쟁을 벌였다고 얘기하지만, 미국은 역사적으로나 지금이나 이란 진보와 민주주의 진전의 방해자, 파괴자이다.


트럼프의 대중동 전략: ‘아브라함 협정’과 ‘에너지 지배력’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기치로 내걸고, 돈로 독트린을 천명한 트럼프 2.0의 대외전략은 ‘고립주의’도 아니고, ‘반전주의’도, 미국의 힘을 ‘아메리카 대륙’에만 집중하는 것도 아님이 이란 침공에서 드러났다. 그 본질은 미국의 패권전략에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지 국제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침공을 감행하는 야만적인 '아메리카 퍼스트'임이 확인되었다. 미국의 이란 침공은 미국-이스라엘 주도의 중동질서의 최종적 재편을 꾀하는 것인데, 이 재편전략은 두 축이다. 

하나는 ‘미완의 아브라함 협정 완성’이다. 아브라함 협정은 2020년 트럼프 1기 시절,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수단이 체결한 외교관계 정상화 협정으로, 이 협정에 중동의 핵심국인 사우디아라비아까지 합류하면 완성되는 그림이었다. 그리고 이 구상은 ‘인도-중동-유럽을 잇는 교역회랑’을 건설해, 중국의 중동 진출(일대일로)을 막는 것과 연결된다. 그러나 2023년 터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수교 직전에 있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수교는 파탄났다. 시리아의 친이란 정부였던 알아사드 정권이 2024년 말 붕괴하고, 작년 말 트럼프의 개입으로 가자전쟁이 공식적으로 휴전(?)에 들어가면서, 트럼프는 마지막 걸림돌인 이란 정권의 붕괴를 통해, 중동의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아브라함 협정을 완성시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는 이란의 석유 장악과 에너지 지배이다.  "솔직히 말해 가장 맘에 드는 건 이란 내 원유 장악“이라는 트럼프의 발언에서 확인되듯이, 트럼프는 이란 정권 교체(체제 붕괴) 또는 이란 정권의 항복을 통해, 베네수엘라의 사례와 같이 이란의 석유자원을 장악하는 것을 목표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트럼프 정부의 ‘에너지 지배’ 전략에 근거한다. ‘에너지 지배’는 ‘미국 내 화석연료와 원자력을 활용한 에너지 자립, 국제 에너지 가격에 대한 영향력 행사, 미국과 동맹국들에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제공, 중국의 그린에너지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 축소’가 내용이다. 지난해 2월 출범한 대통령 직속 ‘국가에너지지배력위원회’(NEDC)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에너지 지배국’으로 돌려놓겠다고 약속한다”고 밝혔다. 즉 에너지 지배는 미국이 석유자원을 장악하거나 통제하며,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라는 추세를 뒤엎고, 재생에너지 선두 국가인 중국의 지배력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에너지 지배 전략은 ‘중국에 대한 견제구’이기도 하다. 중국의 에너지 공급원인 베네수엘라와 이란을 연이어 공격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가 브릭스(BRICS)와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왔고, 이 구상의 핵심국가 중 하나가 이란이었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이란 침공은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에너지 지배는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를 유지하고 미국의 부채경제를 지탱하는 페트로 달러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후술하겠지만, 트럼프의 이란 침략으로, 이 구상은 실현되기는커녕 오히려 미국을 수렁에 빠뜨렸다. 


전쟁의 폐해 

이란 정권의 조속한 붕괴는 오판이었음이 드러났다. 이란 정권의 “생존을 위한 존재적 전쟁”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무기가 소진되고, 미군기지와 미국기업이 있는 걸프 국가와 이스라엘의 방공망이 뚫리고 있다. 특히 이란은 걸프 국가 중 가장 친미·친이스라엘 노선을 걷는 아랍에미리트(UAE)에 대한 공격을 집중해왔다. 친이란 헤즈볼라와 후티반군의 참전으로 전쟁은 확전 양상을 띠고 있다. 미국은 군사시설뿐만 아니라 석유저장 시설, 교량, 민간시설까지 공격해 왔으며, 4월 1일 트럼프는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굴복하지 않으면 “이란을 석기시대로 만들겠다”며, 교량을 파괴하고, 원전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며, 수자원에 대한 공격도 거론하고 있다. 이란 역시 걸프 국가 내 미군기지와 공항을 넘어 미국기업 등에 대한 공격으로 맞대응하면서, 중동지역에서는 인도적, 생태적, 경제적 지옥도가 펼쳐지고 있다. 막대한 사상자는 물론이고, 어린이를 포함한 다수 민간인이 희생되고 있다. 중동지역에서 개전 일주일만에 20만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의 난민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이 지상전까지 감행하면 피해가 더욱 커지는 것은 물론이다. 

폐해는 중동지역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원유, 천연가스, 비료 가격 등이 폭등하며, 전세계적 인플레이션을 불러오며 전세계 노동자민중의 생활을 압박하고 있다. 일명 후티반군이라 불리는 안사르 알라가 홍해까지 봉쇄하면,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이다. 종전이 되더라도, 전쟁으로 인해 파괴된 에너지 및 운송인프라가 복구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며.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된다고 하더라도 선박 통행이 정상화되는 데는 수개월 이상의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치솟은 에너지 가격이 빠른 시일 내에 내려오지 않을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빠른 종전, 가능한가?

4월 1일 트럼프는 기자회견에서 “2~3주 내 종전”을 공언했지만, 이 역시 만만치 않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협상안으로 ‘핵 시설 해체, 우라늄 농축 전면 중단, 탄도미사일 능력 축소(미사일 생산 및 그 사용을 자위로만 엄격히 제한), 호르무즈 해협 개방, 중동에서 동맹 세력에 대한 자금 및 무기 지원 중단’을 요구하면서, 사실상 이란의 완전 항복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적에 의한 침략·암살 완전 중단, 전쟁 피해에 대한 명확한 배상, 이란에 대한 전쟁 재발을 방지하는 견고한 메커니즘 수립, 중동 전역에 걸친 모든 전선과 저항 조직에 대한 전쟁 완전 종결,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이란의 합법적인 주권 행사와 이에 대한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일시적 휴전 후 무기를 정비해 재침략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어, ‘침략 재발을 막기 위한 메커니즘 수립’을 종전의 핵심적 전제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란은 고유가로 인한 미국경제와 세계경제의 혼란, 동맹국마저 미국에 등돌리고 있는 현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이란 침공으로 인한 트럼프의 지지율 급락, 미국과 이스라엘의 무기 소진 등, 미국이 수세에 몰려 있다고 판단하면서 전략적으로 버티고 있다. 양측의 협상안이 접점을 찾기 힘든 상황에서, 전쟁이 이란의 항복을 받아내면서 2∽3주 안에 끝날 가능성은 많지 않다. 트럼프가 이란의 항복을 받아내지 않더라도(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풀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발을 뺄 수 있는 여지를 계속 밝히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가 최고 수뇌부가 제거되어 정권교체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든지, 이란의 군사 능력(미사일, 미사일 산업, 해군 전력)를 대부분 파괴했다든지 등의 발언을 계속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즉 미국은 전쟁을 지속할 정치적, 군사적,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으면 일방적인 승리 선언을 하고 전쟁에서 빠질 수도 있다. 아니면 지상군까지 투입하며 확전으로 나갈 수도 있다. 

이른바 ‘셀프 승리 선언’으로 미국이 전쟁에서 빠진다 해도, 중동의 긴장이 곧바로 해소될 지도 장담할 수 없다. 이스라엘의 이란과 레바논에 대한 공격이 지속될 수 있으며, 이란도 이스라엘 공격과 종전의 전제조건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계속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이란과 UAE 등 걸프 국가들의 무력충돌도 발생할 수 있다. 


세계는 야만의 시대로 들어섰다 

이번 전쟁이 세계질서와 인류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첫째, 직접 침략하여 지배하는 구제국주의가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 전쟁의 이른바 ‘참수 작전’을 보자. 이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하마스 지도부에 대해 사용한 방식과 유사하다. 그러나 차이가 있다. 하메네이는 엄연한 주권국가의 최고 지도자였다. 한 국가가 다른 국가의 최고 수뇌부를 표적 삼아 살해하는 행위는 세계 정치에서 근본적으로 새로운 단계를 의미한다. 미국의 개입이 있었지만, 카다피는 리비아 내부의 붕괴 속에서 반대 세력에 의해 살해되었고, 후세인은 이라크 법원의 재판을 거쳐 처형되었다는 점과도 다르다. 또 오바마 정권 시절, 미국은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지만, 그는 9.11 테러의 배후라는 명분이 있었다.  

미 제국주의의 개입 전략 역시 변화했다. 과거 은밀히 쿠데타를 지원하는 것 같은 간접적인 개입 양식이 이제는 직접 적대국을 침략하는 개입으로 바뀌었다. 군사 침략이 엄포와 협박용이 아니라 실제 행위로 이어졌다. 민주주의 수호, 인권 운운 같은 화려한 수사는 걷어 치우고, ‘석유 장악’과 같은 솔직한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동맹국과의 사전 공유 및 협의, 유엔을 경유하지 않은 침략은 (비록 미국의 이해에 기반한 것이었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설계하고 이끌어온 ‘규칙 기반’ 자유주의 질서가 미국 스스로에 의해 해체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트럼프는 2차 세계대전 전후 구식민지들의 민족해방투쟁으로 쟁취한 ‘주권’이 강대국에 의해 그것도 전쟁을 통해 유린될 수 있는 시대로 세계를 반동적으로 회귀시키고 있다.  

둘째, 2010년대 이후 시작된 ‘미 헤게모니(미 단극) 체제의 약화’를 가속화할 것이다. 

미국 내 의회 동의는 물론이고, 동맹국과의 사전 공유, 유엔 안보리 논의 등도 거치지 않은 이란 침공은 트럼프의 호르무즈해협 파병과 같은 협조 요구에 나토 회원국도 등돌리게 만들었다. 미국의 이란 침략은 에너지값 폭등으로 유럽과 특히 동아시아 동맹국들에게 침략 전쟁의 비용을 전가하고 있다. 한국에서 사드를 빼가고, 대 이란전쟁에 협조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에 무기판매를 끊겠다고 유럽을 협박하며, 호르무즈 해협에 에너지 교역을 의존하는 국가들이 해협의 통행을 직접 이뤄내라고 엄포를 놓았다. 대이란 전쟁을 마무리한 후 나토와의 안보동맹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까지 밝히고 있다. 이는 동맹의 균열이자, 세계경찰과 공공재 공급을 자임해 온 “미제국의 붕괴”이다. 

미국의 동맹국인 걸프 국가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자국 내 미군기지와 주요 시설들이 이란의 공격에 뚫려버리면서 미국의 안보 우산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게 되었다. 석유거래를 오직 미국 달러로만 하기로 합의하고, 중동 산유국이 달러로 벌어들인 수익(잉여 달러)를 미국 국채와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대신 미국은 이들 국가에 안보를 제공해온 ‘페트로 달러 체제’가 이번 전쟁으로 흔들리게 되었다. 석유의 안정적 공급과 미국의 안보 제공이라는 두 전제가 모두 구멍이 뚫린 것이다. 

사실 걸프 친미국가들이 미국에 의한 안보에 의구심을 품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가자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중동 내에서 노골적인 패권을 추구하고, 작년 9월 하마스 지도부를 정밀타격하기 위해 카타르의 수도 도하를 공습한 일은 미국에 대한 믿음을 흔든 계기가 되었다. 그 결과가 작년 사우디아라비아가 핵무기를 보유한 파키스탄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일이다. 따라서 미국-중동 전쟁 이후 미국과 친미 걸프국가 간의 관계에 대한 일정한 재조정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동맹국들의 관계가 흔들리는 대신, 러시아는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상황을 맞이해, 그리고 미국의 일시적인 러시아 원유의 판매조치 허용으로, 오히려 이득을 보고 있다. 이 뿐이 아니다. 미 국방부는 이란과의 전쟁 장기화로 우크라이나에 공급 예정이던 무기를 중동으로 전용할 방안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있어, 우크라이나 전장 상황은 러시아에 더욱 유리하게 전개될 것이다. 

이란이 중국에 대해서는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용하고 위완화로만 결제된 유조선만 통과시키는 것으로 알려지면서(최근 프랑스와 일본의 선박이 통과했다는 보도는 있지만), 중국도 이란산 석유를 국제 시세보다 20~30% 할인된 가격으로 수입하며 이익을 보고 있다. 위완화로만 결제된 유조선만 통과시키는 이란의 전략은 페트로 달러체제를 무너뜨리려는 중국과 이란의 전략적 계산이 깔린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석유 거래의 위안화 결제를 요구해왔는 바, 이란 전쟁의 여파가 페트로 달러체제에 일정한 파열구를 낸다면 이 역시 중국에는 큰 이익이 된다. 

대이란 전쟁으로 미국이 정치적, 군사적 수렁에 빠진 대신, 푸틴과 시진핑은 종전의 중재자로 자신들의 국제적 위상을 높여나가는 한편, 종전 이후 국제 정치의 재편 과정에서 미국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적극 개입할 것이다. 따라서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이란 전쟁의 최대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쇠락하는 미 패권을 복원하려는 트럼프의 전략은 오히려 미 헤게모니체제의 붕괴를 촉진하면서, 중동을 전쟁의 불바다로, 생태적·인도적 위기로, 전세계를 경제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트럼프가 불지른 중동 전쟁은 구제국주의의 부활과 제국주의 침략전쟁의 시대를 새롭게 열어제끼고 있다. 인류는 또다시 노골적인 야만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반제국주의-반전투쟁이 더 절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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