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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노동[지금 현장은] 6.13 노동자·시민 대행진을 통해 본 정의로운 전환, 그 정세와 실천 과제

편집부
2026-06-24
조회수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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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3일(토), 2026 정의로운 전환 노동자·시민 대행진이 경남 창원에서 열렸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와 전환을 둘러싸고,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을 요구하는 대중적 결집이 시작된 것도 4년에 이른다. 매년 4월 전후 기후총파업, 발전노동자 행진, 충남노동자 행진 등을 거쳐 작년에는 정의로운 전환 노동자·시민 대행진으로, 석탄화력발전소들이 밀집한 충남의 태안과 경남의 창원에서 동시에 진행되었고, 올해는 역시 경남 창원에서 열린 것이다.


작년 12월 태안 1호기를 시작으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가 본격화되었고, 올해 하동 1호기, 태안 2호기 폐쇄가 예정된 바 있었다. 다만 중동 상황 등으로 인한 대통령의 언급이 있으면서 올해 폐쇄는 일단 내년으로 연기되었다. 정부 계획상으로는 2038년까지 40기가 폐쇄된다. 전체 61기 중 2/3 이상이 폐쇄되고 LNG 발전으로 대체되거나 아예 대체 계획이 없는 경우도 있다. 핵발전이 확대되고 있고, 재생에너지 발전도 꾸준히 늘고 있다. 다만 폐쇄되는 석탄화력발전소의 대부분은 발전공기업들이 운영하지만, 확대되는 재생에너지 발전의 대부분은 민간부문이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현재는 공공부문이 떠받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전력 생산은 머지않아 민간부문이 주력이 된다. 지난 시기처럼 정부가 전력 민영화를 애써 획책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민영화가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사실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와 전환은 한 산업 전반이 전면적으로 전환되는 첫 번째 사례이다. 2023년 제정된 산업전환고용안정지원법과 그에 따라 구성된 산업전환고용안정전문위의 첫 주요 현안 역시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와 전환이었다. 물론 당연하게도, 제대로 된 대책이 여적 제시되고 있지는 못하다.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와 전환에 주목하는 것은 이것이 사실상의 첫 산업전환 사례로서 타 산업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점뿐만 아니라, 상기한 바와 같이 전력 민영화와 더불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산업구조 변화의 주요 상들을 보여준다는 점에 있다. 전환의 비용은 누가 부담하고 그 편익은 누가 가져가는가, 기후위기 대응으로 인해 산업구조는 어떻게 바뀌고 공공과 민간의 역할은 어떻게 재편되는가 등의 질문들에 대해 한국정부와 자본이 상정하는 답들이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와 전환 과정에서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우선적으로, 산업전환과 ‘그에 따른’ 노동전환이 분리된다. 즉 산업적 고려, 자본 측면의 고려에 따른 전환이 결정되고, 노동자의 고용이나 노동조건의 변화는 부수적 변화로 치부된다. 정부와 자본이 조율하는 산업정책에 노동자가 참여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산업전환과 분리된 노동전환은 결국 불가피하게 산업전환의 비용으로서의 고용과 노동조건의 변화를 사후적으로, 부분적으로 보상하는 정도에 그치고 만다. 현재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와 전환에서 나타나는 모습이 그러하다. 발전 노동자, 특히 발전소 비정규 노동자의 고용에 대한 대책은 전환 자체의 주요 고려 요소가 아닌 것이다. 노동자의 고용과 노동조건은 전환의 비용으로서 노동자 자신들에게 부과될 뿐이다. 비용을 떠넘기는 전환, 고용 유지를 비롯한 대책이 삭제된 전환, 정부와 자본이 그리는 산업전환의 모습이다. 


전환으로 새롭게 형성되는 산업구조 속에서 민간 자본의 편익은 극대화된다. 고용 부담을 덜어내고, 공공부문의 의도된 공백으로 발생하는 시장은 민간 자본이 주도한다. 횡재세라고까지 이야기했던, 유가 폭등으로 인한 수익 증대 같은 현상은 민간이 주도하는 에너지산업, 전력 시장에서 일상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기후위기에 대응한다고, 탄소배출을 감축해야 한다고, 석탄화력발전소들을 폐쇄하지만, 이러한 산업전환, 산업구조 변화의 이익은 민간 자본에게 집중되는 것이다. 한국정부와 자본이 그리는, 이른바 탄소중립 녹색성장이다. 한국정부는 K-GX라는 이름으로, 한국형 녹색성장으로서, 이제 기후위기 대응을 리스크 관리를 넘어 새로운 시장 편익 극대화의 기제로 보고 있다. 


이 와중에 지난 5월 19일 여야 합의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노동자 지원 및 폐지 지역 지원법’은 안보전원, 무탄소전원을 법 조항으로 올리고, 노동자 지원과 참여는 형식적 치장에 그친 채, 폐지 지역들에 재정 지원 정도로 무마하는 악법이 되고 말았다. 안보전원의 이름하에 화석연료 발전은 더 연장할 수도 있고, 무탄소전원이라는 이름으로 핵발전 확대를 획책한다. 노동자와 지역민의 참여는 심의의결 절차도 없는 형식적 과정에 그칠 뿐이다. 


사실 고 김충현 노동자의 사망으로 꾸려진 고김충현협의체에서는 정부와 꽤나 전향적인 합의가 이루어졌었다. 한전KPS 비정규직의 직접고용을 합의했으며, 발전소의 산업재해가 전환 문제와 더불어 구조적 문제로 인해 발생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정규직, 비정규직을 망라해 발전 노동자들의 고용 문제를 탈석탄 정의로운 전환 협의체에서 논의한다는 합의가 있었던 것이다. 정의로운 전환 문제를 정부 정책으로서 직접 시행하는 거의 첫 번째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합의가 이뤄진지 3개월이 지났고, 정부는 그 어떤 합의 이행에도 나서지 않고 있다. 


그 뿐인가? 핵발전소 확대는 이제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기존 핵발전소의 수명연장에 더해, 이제 경북 영덕과 부산 기장에 신규 대형핵발전소와 소형 모듈 원자로(SMR)도 새로 짓겠다고 하고 있다. 


‘정의로운 전환’을 법에 담고, 정책에 반영하겠다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부의 산업전환은 기업 이익 극대화, 산업경쟁력 강화, 성장 기조 유지를 핵심 원칙으로 할 뿐, 노동 관점의 정의로운 전환은 장식품 이상이 아닌 것이다. 


지난 몇 년 간의 정의로운 전환 대행진은 석탄화력발전소의 정의로운 전환이 왜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인지 기후운동, 사회운동이 자기과제로 인식하는 성과를 보여주었다. 올해 역시 전국에서 기후정의버스를 타고 수백명의 노동자, 시민들이 창원으로 모였다. 석탄화력발전소의 정의로운 전환이 곧 공공재생에너지 확대이자, 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이어야 함을 다시금 확인했다. 노동을 배제하고, 공공성을 결여한 전환은 결코 정의롭지도 않으며, 기후정의를 실현하는 전환일 수 없음을 함께 외쳤다. 하지만 남은 과제는 여전히 만만찮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와 전환에 있어서 정의로운 전환 문제를 주요 사회적 쟁점으로, 기후운동과 사회운동의 핵심 과제로 부각시켰지만, 이를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정책적, 법적 진전으로까지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6.13 대행진의 정의로운 전환의 목소리들이 추후 어떤 대중적 실천으로 이어져야 할지 세워내지 못한 것이다. 이것은 한편 주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주체들의 대중적 실천을 결의하기에는 정책 과제로서의 위상이 더 비대해져버린 측면일 수도 있고, 좁은 현장 주체를 넘어 총노동 전체의 과제로 각인시키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지금까지의 성과를 넘어서기 위한 정의로운 전환 투쟁의 핵심 과제라면, 정의로운 전환 자체의 확장, 즉 노동전환, 고용 문제만이 아닌 구조 자체의 변혁과 전환으로 다가설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단지 정책 대안을 넘어서는 실천의 상으로 드러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주체의 확장, 곧 당사자만을 넘어서는 대중적 투쟁으로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겠다. 이미 사회운동, 변혁운동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는 정의로운 전환, 이제 대중운동과 체제전환의 핵심 요구로 세워내는 것이 필요함을, 이번 6.13 대행진을 통해 다시한번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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