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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시선[입장] 2026 지선 평가와 독자적 진보정치-체제전환 정치에 던진 과제

편집부
2026-06-29
조회수 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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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지선 평가와 독자적 진보정치-체제전환 정치에 던진 과제


민주당과 국민의힘, 그 누구도 승리하지 못한 선거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만에 실시된 6.3 지방선거가 민주당의 승리로 끝났다. 민주당의 ‘내란 공범 심판론’과 국민의힘의 ‘정부·여당 견제론’이 맞붙은 선거에서, 민주당은 시·도지사 선거가 치러진 16곳에서 12명의 당선인을 냈다. 이는 국민의힘이 17곳 중 12곳에서 당선됐던 4년 전 지방선거와 대비되는 결과다. 

그런데 민주당의 승리는 ‘외형적’ 승리에 불과하다. 이재명 대통령의 높은 국정 지지율, ‘윤어게인-내란정당’을 청산하지 못한 국민의힘,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의 높은 지지율 격차 등, 전반적인 상황은 민주당에 매우 유리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15 대 1' 낙승을 예상했던 민주당의 전망과 달리, 정치적 상징성이 큰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후보가 당선되면서, 민주당은 “선거에서는 승리했지만 정치적으로는 패배”했다. 민주당은 경남도지사 선거와 대구시장 자리도 탈환하지 못하였다. 

광역단체장이 아닌 기초단체장 당선자로 가면 양당은 거의 대등한 성과를 올렸다. 기초단체장은 민주당 대 국민의힘이 119:95로 차이가 크지 않다. 광역비례투표(정당투표) 결과를 봐도, 서울 부산 울산 대구 강원 경북 경남에서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뒤졌고, 광역단체장에서 승리한 충북과 충남에서도 2~3%의 아주 근소한 차이로 승리를 했다. 

민주당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도 패배했다. 대표적으로 부산 북갑 보궐선거에서는 윤어게인과 거리를 둔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당선되었다. 경기 평택을 보궐선거에서도 민주당 김용남 후보와 조국혁신당 조국 후보 간의 치열한 네거티브 공방 속에서 어부지리로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가 당선되었다. '윤 어게인' 세력의 부활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대구 달성의 이진숙 후보, 울산 남갑의 김태규 후보가 당선되었고, 대구시장 선거에서는 내란 주요임무 종사자인 추경호 후보가 뽑혔다.

다수 언론이 지적하듯이, 결국 이번 선거 결과는 윤석열 배출정당이자 극우정당화된 국민의힘에 대한 심판 민심을 반영한 것이자, 거대 여당인 민주당식 정치에 대한 경고, 특히 '윤석열 정권 조작 기소 특검법’ 추진으로 불거진 여당의 독주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이나 부산, 울산 등에서 시장과 시의회를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다르게 가져간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유권자들은 어느 한 당도 일방적으로 지지하지 않았다. 윤석열 쿠데타를 거친 이후에도 윤어게인 세력이 당선된 것은 영남권 중심으로 여전히 지역주의 정치와 정부여당 견제심리가 크게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결국 민주당은 외형적 승리를, 국민의힘은 기사회생의 기회를 얻었다. 


강력한 양당체제의 복원력 

이번 선거는 기득권 양당체제의 복원력이 얼마나 강한지를 다시 보여주었다. 윤어게인-국우정당을 탈피하지 못한 국민의힘이 이재명 정부를 견제하고 심판하기 위한 세력으로 선택을 받았다. 민생위기, 기후위기, 사회불평등의 확대 등, 총체적인 위기상황에 놓인 한국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양당 간 정책경쟁을 대신한 것은 상대 정당을 공격하는 프레임 전쟁을 통해 반사이익을 얻는 것이었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토론회는 지역당 평균 1.2회에 그쳤다. 탄소감축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한 단체장 후보는 고작 3.4%에 불과했다.

이재명 정부가 노동자민중의 생활고와 한국사회의 복합위기를 해결할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민주당이 팬덤정치에 의존하면서 대중과 괴리된다면, ‘문재인 정부와 실패 → 윤석열 집권’이라는 전철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 결과: 부동산의 힘과 ’정원오세훈‘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후보가 당선된 이유로 오세훈 후보가 윤어게인 세력과 거리를 둔 점,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약체후보를 내세운 것도 있지만, ‘부동산 문제’를 주목해 봐야 한다.  작년 6월에 치러진 21대 대선에서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이재명 대통령보다 많이 득표한 자치구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등 4곳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 지선에서는 기존 강남3구를 넘어 오세훈 후보의 표가 확장성을 보였다. 민주당 우세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가 몇천 표 정도 이긴 반면, 강남 3구에선 몇만 표 차이로 져 두 당 후보 간의 표차를 늘렸다. 강남구에서 두 사람의 표차만 9만 9598표로, 서울 전체 표차 5만3460표보다 컸다. 강남3구에 덧붙여 한강벨트(용산·동작·광진·영등포·강동)를 중심으로 최근 1년간 집값 상승 톱10 중 8곳에서 오세훈 후보 지지율이 높았다. “부동산이 이긴 선거”라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 패배, 이대통령이 부동산 말을 너무 많이 해서"(김종인)의 진단처럼, 선거 직후 정부의 부동산 규제대책을 비판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근거로 부동산 규제를 풀라는 목소리가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여당이 민주당이 이 목소리에 귀기울인다면 패착 중의 패착이 될 것이다. 

이미 패착은 선거과정에서 나타났고, 이는 민주당의 패배로 결과했다. 정원오·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오세훈 후보가 ‘신통기획’을 내세웠다면 정원오 후보는 ‘착착개발’을 내세워, 모두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재개발·재건축을 하겠다고 공약했다. 정원오 후보는 재산세 감면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서울의 핵심 이슈인 부동산 공약면에서 보면, 서울시장 선거는 ‘정원오세훈’ 선거였다. 서울에서 자가로 거주하는 세대가 44.1%에 불과한 상황에서, 절반 이상의 가구가 소외된 선거였던 것이다. 민주당이 기댈 곳은 강남3구와 한강벨트의 부동산 투표 성향을 압도할 친서민-친노동정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원오 후보는 이를 공약화하는 대신 오세훈 따라하기에 나섰고, 대통령의 높은 국정지지도에만 기대면서 텔레비전 토론까지 거부하는 소극적인 행보를 펼쳤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 승리를 낙관한 것은 과욕이었다. 

그런데, 이런 ‘차이없음’은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97년 한국사회가 신자유주의로 재편된 이후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함께 ‘신자유주의 지배블록’의 일원이 되었다. 현 정부의 핵심정책인 ‘코스피 5000시대-AI·반도체 강국’과 주식시장 호황 뒤에는 ‘양극화의 확대, 서울의 부동산 과열과 연동되는 주거난, 청년실업과 불안정 고용의 확대, 자영업자의 폐업, 고물가’ 같은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더불어 총체적 삶의 위기를 낳은 공동책임자이자 기득권 정당인데, 그들에게 그 어떤 진보적 정치와 정책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재현된 2030년 청년남성의 보수적 투표 성향  

서울시장 선거에서 2030 남성청년들의 오세훈 후보 지지율이 정원오 후보 지지율보다 압도적으로 높게 나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선거 이후 2030년 청년남성의 보수화-극우화 논란이 또 불거졌다. 오세훈 후보는 서울 20대 이하에서 69.8퍼센트, 30대에서 57.8퍼센트를 얻은 반면, 정원오 후보는 23.7%, 35.9%만을 얻었다. 2022년 20대 대선, 2025년 21대 대선을 거치면서 뚜렷해진 ‘2030 남성의 보수화' 경향이 이번 선거, 특히 서울시장 선거에서 재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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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젊은 남성층의 보수화경향(그리고 일부의 극우화 경향)은 ’신자유주의-기득권 보수 양당체제‘로 집약되는 한국사회 체제가 낳은 산물이다. 특히 우리는 2030청년남성의 보수화가 문재인 정부의 출범 이후 거의 고착화되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촛불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정부의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약속은 전혀 구현되지 못했으며, 조국 사태는 특히 젊은 남성층에게 ‘민주당=위선과 내로남불 정당’으로 다가왔다(이는 진실이기도 하다). 구조적 불평등이 심화된 결과, 안정된 직장과 미래가 희소성을 갖게 되고, 이 희소성을 획득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구도에 청년층이 내몰리면서, 이른바 기회 상실 공포(FOMO, Fear Of Missing Out)와 능력주의 담론이 젊은 남성층에게 깊이 파고들었다. 한국사회가 신자유주의로 재편된 이후 전면화된 ‘남성성의 위기, 삶의 불안 및 열패감’은 한 젊은이가 페북에 올린 글처럼 20대 남성층의 시대정신을 “망해가는 대한민국”에서 “나의 인생 지키기”로 만들었다. “나의 인생 지키기”가 시대정신이 된 그들에게, 정부·여당의 ‘내란청산’ 기치는 대안이 될 수 없었고 부동산에 몰린 돈을 주식시장으로 옮기려는 정부의 주가부양정책은 이미 집을 가진 집단의 기득권 지키기로 다가왔다.   

게다가 민주당의 주요 스피커들은 그동안 청년남성층을 비난해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2030 남성층의 보수화를 단순히 ‘이명박 정부의 세뇌에 따른 것’이라거나, 2030들을 “사고 체계가 없는 집단”이라고 비방했다. “설득이 아니라 권력으로 제압해야 한다”, “일베를 박멸할 때 전두환 식의 탱크로 밀어 버려야 한다”는 등, 파시즘적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2030 남성들의 민주당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을 더욱 키울 뿐이다.


약진하지 못한 독자적 진보정치

민주당에 기대지 않는 ‘독자적 진보정치의 세력화’를 위해 연대해 온 이른바 신호등연대(노동당, 녹색당, 정의당의 3당 연대)는 3당 합해서 총 64명의 후보를 출마시켰으나, 지선 결과는 썩 좋지 않다.

노동당은 2022년 지방선거에 비해 더 많은 지역에서 총 9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울산동구청장에 나온 이장후 후보는 14.05%로 꽤 많이 득표했으나 3위를, 서울 강북구청장 윤정현 후보가 1.62%로 3위를 기록했다. 그 밖에 경기 파주, 충북 청주, 전북, 인천, 창원, 부산에서 광역/기초의원 후보로 출마했으나 지지율은 1.58∽4.23%로 낮은 득표율을 얻었으며, 비례후보(전주, 인천) 득표율도 각각 1.2%와 0.2%를 기록해, 당선자는 없었다. 이전 지선보다 많은 후보가 출마한 것은 일정한 진전이라 할 수 있지만, 전반적인 득표 결과는 매우 취약하다.

진보3당 중 가장 많은 후보를 낸 곳은 정의당이다. 정의당은 서울과 전남·광주에서 광역단체장 후보를 내, 권영국 서울시장 후보는 1.03%로 3위, 강은미 전남·광주 통합특별시장 후보는 3.85%로 3위를 기록했다. 두 곳에서 낸 기초단체장도 당선되지 못했다. 2018년 지방선거 37명(광역의원 11명, 기초의원 26명), 2022년 지방선거 9명(광역의원 2명, 기초의원 7명)을 당선시킨 것에 비해, 이번에는 기초의원에서만 6명이 당선되면서 당선자 수가 줄었다. 광역·기초의원 비례투표에서도 1% 안팎의 득표에 그쳐, 2022년 광역의회의원 비례대표 전국 득표율 4.14%보다 지지율이 하락했다. 

진보3당 중 가장 큰 성과를 낸 곳은 녹색당이다. 총 3명(경북 안동, 서울 강서, 제주 광역비례)의 후보를 낸 녹색당은 보수텃밭인 안동에서 녹색당 허승규 후보가 1위로 시의원에 당선되면서, 2012년 녹색당 창당 이후 첫 공직선거 당선자를 냈다. 녹색당의 논평대로 “보수양당 정치독점 깬” 성과이자, 꾸준한 지역활동의 결과물이다. 강서구는 2.06%, 제주는 3.1%의 득표율을 얻었다. 

진보3당은 ‘일부 진보정치세력의 퇴행과 진보정치의 위기’ 속에서 ‘독자적 진보정치-체제전환 정치’를 위해 2024년 총선 이후 연대해왔다. 이번 지선에서는 ‘부자 우선 성장주의’에 맞서 ‘공공성’을, 양당체제에 맞서 ‘기후-진보정치’를 내세우면서, 10대 공통공약을 발표하고, 가능한 지역에서는 ‘단일후보’ 운동으로 함께했다. 이러한 연대는 독자적 체제전환 정치의 공동성장을 소중한 발걸음이자, 일부 지역에서 득표율 상승으로 이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긍정적 지점은 있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전반적으로 진보3당은 취약한 성적표를 얻었다. 이는 군소정당에게 불리한 선거제도, 강고한 양당체제라는 구조적 문제도 있지만, 독자적 진보정치세력의 당력과 지지기반이 여전히 취약함을 말해주는 것이다. 


여전히 민주진보대연합에 갇힌 정당들

2024년 진보당과 기본소득당 등, 일부 진보정당이 민주당발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한 이후 전면화된 이른바 ‘민주진보대연합’이 이번 지선에서도 재연되었다. 기본소득당은 노골적으로 “이재명과 함께! AI 대전환”을 선거공보물에 내걸었다. 이재명 정부 정책과 차별성과 보이기보다는 오히려 정부의 높은 지지율과 AI 정책에 편승하는 선거전략을 펼쳐, 독자적 야당으로서의 정체성을 전혀 부각시키지 못하였다.

진보당은 어떤가. 이번 선거에서 전국적으로 304명의 후보를 낸 진보당은 지방의원 41명(광역의원 7명, 기초의원 34명)을 당선시켜, 4년 전 대비 2배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진보당의 자평대로 이는 “지역밀착 생활정치를 실천한”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도 진보당은 민주당과의 연대전략을 추진했다. 선거공보물에 김재연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이 함께 찍은 사진을 넣는가 하면, “30여 명의 진보당 후보들이 사퇴하며 울산시장 등 여러 곳에서 승리를 만들었다”고 자평하듯이, 울산동구와 부산연제구에서 기초단체장의 당선을 기대하며 많은 지역에서 ‘사퇴용’ 후보를 출마시켰다. 하지만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당선자를 내지 못했고, 특히 울산시장 선거 단일화 과정에서 진보당의 여론조작 문제가 또다시 불거졌다. 광역비례 3% 달성이라는 목표도 이루지 못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진보당이 지역밀착정치를 통해 자력으로 지방의회에 입성할 수는 있지만, 민주당에 의존하는(연대하는) 전략을 버리지 않는 한 대안정당으로 제대로 설 수 없음을, 당선을 위한 정치공학적 행보는 대중의 선택을 받을 수 없음을 시사해준다. 진보당은 진보정치를 민주당 정치의 종속물로 전락시킬 것인가 아닌가의 기로에 서 있다. 

진보정당은 아니지만 조국혁신당 역시 그 한계를 분명히 드러냈다. 평택을 보궐선거 과정에서 ‘진짜 민주당’ 논란 및 ‘누가 검찰개혁을 잘할 것인가’ 를 놓고 민주당과 치열하게 다툰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조국혁신당은 민주당과 별도 정당으로 존재할 이유를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 조국 대표가 ‘국힘 제로’를 내세우며 평택을 보궐 선거에 나왔지만, 국민의힘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되는데 일등공신을 역할을 하는 역설도 발생했다. 


노동자 계급투표의 실종 

이번 선거는 2024년 총선, 2025년 대선과 마찬가지로 계급투표가 실종되었음을 또 다시 드러냈다. 진보3당의 당선자가 대부분은 광주전남 지역에서 배출되었고, 그 외 지역에서는 극히 소수만이 당선되었다(정의당 당선자 6명 중 4명이 광주전남). 진보당으로 넓혀 보아도 마찬가지이다. 진보당 당선자 41명 중, 호남지역 당선자가 27명이다. 즉 호남지역을 제외한 곳에서는 진보정당의 당선자 수는 적으며, 이는 날로 보수 양당 구도가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계급투표는 사라졌다. 이는 과거 진보정치와 계급투표의 핵심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울산과 창원의 선거 결과에서 이는 뚜렷이 드러난다. 울산의 경우 광역의원은 진보당과 민주당이 전면적인 후보 단일화를 해, 총 4명 중 3명이 진보당 후보로 단일화됐지만 진보당 당선자는 단 1명에 그쳤다. 과거에는 상당수가 당선되었던 기초의원 당선자 역시 단 1명뿐이었다. 창원도 상황은 비슷해서 창원 전체에서 보수 양당 이외의 당선자는 진보당이 오랫동안 공을 들여온 의창구의 기초의원 단 1명뿐이었다. 게다가 3인 선거구이고 민주당이 1명만 공천한 곳이었기에 당선된 측면도 있다. 즉 울산이든 창원이든 노동자라고 해서 특별히 진보정당을 더 지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노동당 후보가 출마했던 창원 성산구도 마찬가지였다. 한때 진보정치 1번지라고 불릴 정도로 진보정당의 지지세가 강했던 곳이지만, 이번 선거 결과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진보3당 공동후보였음에도 과거에 출마했던 진보정당 후보들에 비해 저조한 득표율을 얻었다. 진보당 후보도 나와서 표가 분산된 탓도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진보당 후보의 득표까지 합치더라도 민주당과 국힘의 두 번째 후보 즉 1-나와 2-나 후보보다 적은 득표수였다. 즉 6명의 후보 중 1위부터 4위까지를 민주당과 국힘이 2명씩 나눠가졌다. 결국 창원 성산구에서도 보수양당 구도가 강화되고 계급투표는 거의 사라졌던 셈이다.


선관위의 부실선거 사태, 선거관리 개혁과 다양한 참정권 침해를 없애는 개혁으로 나가야

이번 지선을 휩쓴 가장 큰 이슈는 선관위의 부실선거 관리사태이다. 어처구니없는 이 사태는 ‘부정선거 음모론’를 외쳐온 극우세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다. 여기에 당대표가 된 이후 계속 극우 행보를 보여온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까지 이에 편승하면서, 정치공학적 이해관계에 근거한 재선거와 사전투표 폐지까지 주장하면서, 선관위 사태의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많은 대학 학생들이 선관위 사태에 대해 ‘공정한 참정권’ 요구를 중심으로 시국선언을 발표하는가 하면, 분노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잠실에 집결하였다. 그러나 싸움이 벌어지고 몸수색 등 광장이 폭력성을 띠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광장은 극우 성향의 시민들로 재편되면서, 선관위의 부실선거 관리는 극우세력 발흥의 기폭제가 되었다. 전세계적 극우 발흥의 배경이 신자유주의와 주류정치라는 구조적 문제에 있듯이, 선관위 사태 역시 민주적 통제가 없는 현 선거관리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 따라서 정부로부터 독립된 선관위의 위상은 유지되어야 하지만, 민주적 통제를 받는 선거관리 시스템으로 어떻게 선관위를 개혁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로 제기된다. 그래야 부정선거 음모론과 사전투표 폐지론이 시민들 사이에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인한 참정권 박탈 외에도, 그동안 이슈화되지 못한 참정권 박탈의 사례들도 이번에 시정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장애인 투표권의 안정적 보장과 투표날에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는 노동자들(교대·야간노동자, 건설, 택배, 특수고용노동자, 5인 미만 사업장)의  문제가 그것이다. 따라서 장애인 투표권의 온전한 보장, ‘선거일 유급휴가 법제화,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온전한 투표시간 보장’ 등이 이뤄져야 한다. 장애 유무, 사업장 규모나 고용형태를 이유로 참정권을 박탈해온 오랜 관행을 개혁해야 한다. 

더 들여다 보자. 투표권에 국한되지 않는 참정권 침해 사례도 많다. 이번 지선에서 무투표 당선자는 513명(기초단체장 3명·지방의원 510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후보가 1명뿐이거나 후보 수가 선출 인원수 이하일 때는 찬반투표 없이 당선자를 결정하는 괴이한 선거제도 때문이다. 무투표 당선의 제도적 허점은 거대 양당의 정치독점 구조를 강화하는 결과도 가져오고 있다. 양당의 공천만 잘 받으면 무투표 당선될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사표 심리를 자극해 양당구조를 고착화하는 결선투표제 미도입도 대표적인 참정권 제약이다. 양당 독식을 강화하는 소선거구제, 선거연합정당 불허용, 교사·공무원의 정치활동 금지·사실상 허가제와 다름없는 정당설립 요건 등도 모두 투표권에 한정되지 않는 참정권 침해 사례들이다. 기득권 양당구조를 고착화하고 참정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하는 정치개혁이 선관위 개혁을 넘어 꼭 이뤄질 필요가 있다. 


2026 지선이 던진 과제  

이번 선거는 기득권 양당구조의 강고함을 보여주었다. 현 정지지형이 지속된다면, 상대 당의 실정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양당이 정권을 교대로 장악하는 악순환적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국자본주의·신자유주의 체제의 공동지배블록인 양당이 한국사회의 다양한 복합위기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음도 분명하다. 선관위 사태는 민주적 통제가 결여된 선거관리 시스템의 문제를 드러내면서, 정치, 경제, 사회 전영역에서의 민주적 통제의 중요성을 재각인시켰다. 허술한 한국의 민주주의 시스템과 삶의 불안을 낳는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는 언제든 극우 발흥의 불쏘시개가 되거나 청년층의 보수화로 이어진다는 점을 또 보여주었다. 자칭 진보정당임을 표방하면서도 민주당에 기대며 민주당과 손잡는 정치는 진보정치의 성장이 아니라 진보정치의 민주당으로의 종속과 기득권 양당체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귀결된다는 점도 다시 한번 드러냈다. 

따라서 노동당을 포함한 ‘독자적 진보정치-체제전환 정치세력’에게 던져진 과제는 매우 크다. 한국사회가 신자유주의로 재편된 이후 주류 이데올로기가 된 능력주의와 공정성은 신자유주의가 낳은 구조적 불평등을 가리는 강력한 지배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가지는 한편, 청년 남성층의 보수화나 극우화의 이데올로기적 바탕이 되고 있다. “망해가는 대한민국에서 내 살 길 찾기”에서 “희망이 있는 대한민국에서 더불어 함게 살 길 찾기”로 전환하기 위한 비전과 정책을 로 제시해야 한다. 민주당의 정책 추진과정에서 불거지는 폐해를 부분적으로 보완하는 정책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프레임을 근본적으로 다시 짜는 비전 경쟁을 본격화해야 한다. 

추상적 기치를 대중의 언어와 정책으로 풀어내는 능력을 갖추고, 노동자민중의 삶의 공간인  일터와 지역에서 대중과 밀착된 정치활동을 획기적으로 진전시켜야 한다. 무너진 계급투표를 살려내기 위해 ‘노동현장의 정치화’를 위해 적극 활동해야 한다. 일상적인 지역정치활동의 축적이 선거대응과 선순환하는 활동패턴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 무엇보다 대중의 고통과 불만을 운동으로 조직하는 ‘운동정치’를 적극 펼쳐내면서 대중의 사회적 힘을 키워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취약한 당력을 강화하고, 체제전환 정치의 주체를 성장시키고 당의 토대를 닦아야 한다. 기득권 양당구조를 재생산하고 참정권을 침해하는 법제도 개선에 앞장서야 함은 물론이다.  

사실 이런 과제는 이번 지선을 통해 새삼스레 제기된 것들이 아니다. 2022년 총선을 경과하면서 확인된 노동자정치세력화-진보정치의 근본적 위기를 진단하면서 나온 것들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과제를 적극적인 실천으로 옮기는 발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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