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의 초과이윤은 누구의 몫인가
- 삼성전자 성과급 논쟁의 쟁점과 과제
지난 5월 및 6월 초에 향후 한국에서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가지게 될 논쟁이 벌어졌다. 삼성전자의 다수 노조인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이름은 초기업노조지만 실제로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위주의 노조이다),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면서 파업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기업의 초과이윤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논쟁이 활발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AI와 데이터센터 등에 대한 투자 폭증과 맞물리면서 메모리의 가격이 폭등하였고,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메모리 업체의 영업 이익은 사상 초유의 기록적인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올해 삼성잔자의 영업이익은 최소한 무려 300조가 넘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동종업체인 하이닉스가 작년 9월에 이미 영업이익의 10%를 상한 없이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노사가 합의한 반면, 삼성전자는 그간 성과급 지급 기준이 매우 불투명했거니와 연봉의 50%라는 상한액까지 존재했다. 사상 초유의 영업이익을 내면서도 하이닉스와는 크게 차이가 나는 성과급을 받게 되는 상대적 박탈감이 노조 가입 폭증으로 이어졌고 파업까지 결의하기에 이른 것이다.
노사협상이 결렬되면서 파업 돌입 지침이 내려지는 등 실제로 파업 직전까지 갔지만, 정부의 중재 등으로 최종합의가 이루어졌다. 합의 내용의 핵심은 ‘노사가 합의한 경영성과(영업이익에서 기존 성과급 충당액 등 인건비를 제외한 금액)’의 10.5%를 특별경영 성과급으로 상한 없이 향후 10년간 지급한다는 것이었다. 기존 성과급은 그대로 유지되므로, 결국 영업이익의 약 12% 가량을 성과급으로 받게 되는 것이고 이는 하이닉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부분 및 사업부에 따른 차이가 커서, 300조의 영업이익을 가정할 경우 반도체 부문의 메모리 사업부는 1인당 최대 6억원 가량의 성과급을 받는 반면 비메모리 사업부는 1인당 1억6천 정도이며 반도체가 아닌 모바일과 가전 등 완제품 부문은 1인당 6백만원 가량에 그친다. 이에 따라 비메모리 사업부나 완제품 부문의 반발이 심했지만 노조원 다수가 메모리 사업부 소속이었으므로 해당 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승인되면서 임금협상 자체는 종결되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숱한 쟁점들이 제기되었고 이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발생했다. 쟁점은 결국 어떤 기업이 경제상황과 맞물려 막대한 영업이익 등 초과이윤이 발생했을 때 이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재투자 등 미래를 위해 필요한 금액을 제외하더라도, 막대한 액수에 달하는 초과이윤은 과연 누구의 몫인가라는 것이었다. 기업별 노조라는 한국의 특성 상, 이는 당장은 해당 기업과 직접 관련된 주체들 사이에서의 분배 문제로 논의되었다. 해당 기업의 노사 즉 노동자와 경영진 및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주주 등 세 집단 간의 분배가 주로 이야기된 것이다.
삼성전자 주주들의 주장, 타당한가?
노조의 주장에 대해 경영진과 보수언론 및 정부는 파업으로 공장이 멈추면 국민경제가 흔들린다는 식의 전통적인 반노조 정서를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 상투적인 주장이었고, 노동자의 몫을 최대한 줄이려는 것 이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노조의 주장에 반대하면서도 이와는 약간 결이 다른 주주들의 주장도 있었다. 노동자는 이미 임금을 받았거니와 이런 것들은 이미 비용으로 계산되어 영업이익에서 제외된만큼, 남은 영업이익은 잔여청구권을 가진 주주들이 배당 등으로 받아가야 하는 것이지 노조가 추가로 성과급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기본급을 최대한 적게 주는 대신 성과급을 통해 이를 보충하는 방식이 이미 정착된 한국 대기업의 그간의 관행을 무시한 주장이다.
주주들은 잔여청구권의 근거로 주주는 회사가 어려워지면 주가 하락이나 무배당, 최악의 경우 청산 등으로 주식이 휴지조각이 되는 리스크를 부담하지만, 노동자는 임금을 먼저 받는 등 아무런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주주는 최악의 경우라도 유한책임 즉 자신이 투자한 금액만큼만 책임을 진다. 이른바 유한책임이 주식회사의 특징이며, 이는 주주라도 재투자분을 제외한 회사의 영업이익을 독차지할 권리가 없음을 의미한다. 회사의 주인은 주주라는 주장도 있었지만 이는 주주자본주의의 이데올로기일 뿐 회사의 주인은 주주가 아니라 법인이라는 별도의 독립적 인격이다(법인은 법적으로는 자연인과 동일한 인격이다). 또한 회사가 어려워졌을 때의 리스크를 주주만 부담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노동자가 더 큰 리스크를 감수해왔다. 주주는 돈만 약간 손해보면 되지만 노동자는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 등 생계가 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막대한 삼성전자의 초과이윤에 기여한 주체는?
결국 노동자와 경영진 및 주주 등 기업 내부의 주체만 생각한다면, 더 많은 분배를 요구하는 노동자의 요구를 반박할 근거는 매우 취약하다. 하지만 진정한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기업 내부의 세 집단이 아니더라도 삼성전자의 막대한 초과이윤에 기여한 외부의 주체들이 많다는 것이다. 우선 사내외의 각종 협력 및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 사업장 내에만 파견이나 도급 등의 형식으로 일하는 사내 협력 및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무려 3만 5천명 가량이 된다. 사외의 협력 및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포함하면 그 숫자는 수십만명에 달한다. 회사가 어려워졌을 때의 리스크만 따지더라도, 이들은 삼성전자 내부의 세 집단에 비해 훨씬 큰 리스크를 부담한다. 그럼에도 이번 성과급 논쟁에서 이들은 철저히 소외되었다. 성과급은커녕 최소한의 보상도 받지 못했다. 삼성이 5조원 규모의 협력기금을 조정하겠다고 했지만 그것이 노동자에게 돌아간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이들만 있는 것도 아니다. 우선 정부도 막대한 감세 등 각종 지원을 통해 막대한 영업이익에 크게 기여했다. 일부에서는 정부는 받을 세금을 받으면 되는 것이지 영업이익에 관여할 근거는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정부가 받을 세금조차 받지 못했음을 무시한 주장이다. 기존에도 이미 R&D 투자세액공제 등 각종 세액공제 제도를 통해 막대한 감세를 해주었거니와, 2023년에 통과된 이른바 K칩스법에 따라 반도체 설비투자에 대해서도 막대한 감세조치가 있었다. 지난 10년간 삼성전자의 감세액은 총 43조 가량에 달했거니와, 이 중 31.5조원 가량이 지난 5년간에 집중되었다. 단지 세금만도 아니다. 반도체 산업을 위한 각종 지원, 가령 전력이나 용수 및 도로 등 관련 인프라에도 막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이 투입되었다.
이러한 정부의 혜택은 사실은 평범한 일반인들을 포함한 사회 전체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에 기여했다는 점을 의미한다. 사실 이번 삼성전자의 막대한 영업이익은 노동자까지 포함하더라도 삼성전자 관련 주체들만이 노력해서 이루어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AI와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 폭증이라는 외부적 요인이 결정적이었다. 그런데 AI나 데이터센터 투자 폭증의 동력은 어디에서 나왔는가. 과거와 현재의 인류가 만들어낸 각종 데이터 즉 정보의 축적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인류의 지적 정보가 축적된 것, 즉 모두가 만들어낸 데이터를 기업 등 일부가 이윤 추구를 위해 사적으로 활용하면서 이것이 돈이 된다고 판단함으로써 투자가 폭증했고, 그 결과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도 폭증한 것이다. 결국 삼성전자의 막대한 초과이윤의 원천은 우리 사회 전체이지, 결코 내부 주체 등 일부의 기여에 의한 것이 아니다.
핵심은 막대한 초과이윤의 사회적 환수문제
따라서 진정으로 논의해야 할 핵심 쟁점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거대기업의 막대한 초과이윤을 어떻게 사회 전체가 환수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우선적으로는 사내외 협력 및 하청업체 노동자에게도 영업이익의 일부가 적절하게 분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업별 노조가 아닌 산별노조와 산별협약 및 임단협의 효력확장 등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당장은 그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사내외 협력 및 하청업체 노사를 모두 포함한 공급망 차원에서의 노사협약이 필요하다. 이미 노조법 개정으로 인해 원청 사용자에 대한 협상 요구가 가능한만큼 대기업 그 자체만이 아니라 해당 기업의 하청 및 협력업체 전체를 포괄한 노사협상 구조를 만들어내어야 한다.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의 각종 제도적 노력도 중요하다. 최우선적으로는 각종 감세조치에 대한 환수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현행 세법은 기업이 손실이 났을 때는 해당 손실분을 이월해서 이후 연도의 법인세 납부 때 그만큼 차감이 가능하다. 반면 한 번 감세해 준 금액은 이후 해당 기업에 막대한 영업이익이 발생하더라도 감세액을 다시 환수할 수 없다. 손실은 이후로 이월이 가능한데 이익은 이전의 것을 환수할 수 없다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이익이 날 경우 이전 감세분을 환수할 수 있도록 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단지 감세분 환수만이 아니라 더 적극적인 환수 조치 즉 이익과 환수를 처음부터 연계시키는 조치도 필요하다. 사실 이는 이미 미국에서조차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k칩스법의 원형인 미국의 칩스법의 경우, 감세 등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신 애초의 예상을 뛰어넘는 일정 기준 이상의 초과이윤이 발생할 경우 해당 이익의 최대 75%를 정부가 환수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k칩스법 입법 논의 당시 비슷한 조항을 포함시킬 지가 잠시 논의되었으나 업계의 강력한 반발 및 정부와 국회의 무책임으로 인해 제외되었다. 즉 한국은 미국보다도 훨씬 더 자본 친화적으로 입법이 이루어진 것인데, 이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보다 일반적인 차원에서 조세체계 전체를 재정립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우선 법인세 최고구간을 신설하여 최고세율을 높여야 한다. 현재 한국의 법인세 최고구간은 과표 3천억원 초과일 때 25%이다. 3천억원과 300조원을 동일하게 과세할 것이 아니라 수십조 단위의 초과이윤에 대해서는 구간을 신설하여 최고세율을 더 높이거나 적어도 초과이윤세를 신설하여 해당 초과이윤을 더 강력히 환수해야 한다. 법인 자체만이 아니라 주주 등도 주가 상승 및 배당 등으로 상당한 이익을 보는 만큼, 도입 직전에 여야 합의로 폐지했던 금융투자소득세를 다시 도입하고 배당소득 등 각종 분리과세를 확대할 것이 아니라 모든 소득에 대한 종합과세 합산 또한 필요하다.
근본 대안은 사회화
좀 더 근본적인 대안도 이야기되어야 한다. 이미 논의했듯이, 기업의 초과이윤의 원천이 우리 사회 전체라면 기업의 지분 그 자체를 사회적으로 환수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 또한 자본주의의 최첨병인 미국에서 이미 선례가 있다. 앞서 언급한 미국의 칩스법에는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신 이를 기업의 지분으로 환수할 수 있는 조항도 있다. 이 조항에 따라, 인텔의 지분 10%를 미국 정부가 인수했고 이를 통해 미국 정부는 인텔의 최대 주주가 되었다. 게다가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실행한 것이다. 버니 샌더스는 훨씬 더 나가서 'AI국부펀드'를 조성하여 AI 기업의 지분 50%를 정부가 소유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즉 초거대기업의 지분 자체를 인수하여 기업을 사회화하는 대안은 이미 일부 실행 및 제안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 또한 이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사실 법인세 강화나 각종 조세체계 개편만으로는 세수 자체는 증가하지만 기업의 소유구조를 건드리지는 못한다. 초과 세수가 단기적으로 필요한 부분에만 쓰일뿐 근본적인 구조개혁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별도의 입법을 통해 거대기업의 초과이윤 중 일부를 별도로 환수하여 국부펀드를 조성하고, 이를 통해 해당 기업의 지분을 인수하는 등 기업을 단계적으로 사회화시킬 방안이 논의되어야 한다. 또한 이에는 (역시 별도의 입법이 필요하지만) 초과세수 중 일정부분을 해당 국부펀드에 투입하여 지분 확보율을 높이는 등의 조치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번 성과급 논쟁은 액수가 매우 커서이기도 하지만, 거대기업의 초과이윤 그 자체가 사회적으로 형성된 것이며 공공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지 해당 초과이윤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라는 차원을 넘어서서 거대기업에 대한 사회화 및 공공적 통제의 필요성과 그 방안이 반드시 논의되어야만 근본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노동운동과 진보정당, 스스로 돌아봐야
한편 이와는 별도로 노동운동과 진보정당 등이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도 명백하다. 위에서 인급했듯이, 이번 논쟁은 단지 영업이익의 적절한 분배 수준이 아니라 기업 이윤의 원천과 그에 대한 사회화의 필요성이라는 매우 핵심적인 문제까지 함께 결부된 주제이다. 그럼에도 노동운동과 진보정당은 이에 대해 제대로 된 문제제기조차 해내지 못했다. 사회화는커녕 초과이윤의 분배와 관련된 문제조차 사실상 아무런 입장이 없었다. 긴급조정권 발동 검토를 비판하는 논평을 낸 것을 제외하면 민주노총이든 진보정당이든 마찬가지였다.
특히 변명이긴 하지만 진보정당은 지방선거 대응이라는 중요 현안이 있었지만, 노동운동의 내셔널센터인 민주노총이 이 문제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지 못한 것은 명백히 비판되어야 할 사안이다. 세제개편이나 사회화는 차치하더라도, 영업이익의 분배 문제만큼은 입장을 내는 것이 마땅하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소속 노조가 아니다 내지 해당 노조의 투쟁을 무조건 옹호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이를 비판하기도 애매하다는 이유로 그냥 방관하고 있을 문제가 아니지 않는가. 적어도 사내외의 협력 및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도 영업이익의 일부를 적절하게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야 한다. 또한 이를 위해 이미 언급했듯이 산별노조와 산별협약 또는 해당 기업의 원하청 노사를 모두 포함한 전체 공급망 차원에서의 노사협상 구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 정도는 했어야 한다. 그게 총연맹으로서의 당연한 역할이다.
그럼에도 민주노총조차 실제로는 기업별 노조의 관성 및 소속이냐 아니냐만을 따지는 관료적 행태에 안주하고 있지 않았는지 스스로 돌이켜봐야 한다. 또한 산별협약 내지 전체 공급망 차원에서의 노사협상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려면 협력 및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실제로 조직되어야 한다. 결국 대기업이나 공공부문 노조 위주로 조직되면서 협력 및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요구를 대변할 실질적인 조직역량이 매우 취약하다는 현 노동운동의 한계는 이번 성과급 논쟁 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노동운동과 노동자계급에 기반한 진보정당은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반격이 가능하다.
기업의 초과이윤은 누구의 몫인가
- 삼성전자 성과급 논쟁의 쟁점과 과제
지난 5월 및 6월 초에 향후 한국에서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가지게 될 논쟁이 벌어졌다. 삼성전자의 다수 노조인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이름은 초기업노조지만 실제로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위주의 노조이다),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면서 파업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기업의 초과이윤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논쟁이 활발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AI와 데이터센터 등에 대한 투자 폭증과 맞물리면서 메모리의 가격이 폭등하였고,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메모리 업체의 영업 이익은 사상 초유의 기록적인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올해 삼성잔자의 영업이익은 최소한 무려 300조가 넘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동종업체인 하이닉스가 작년 9월에 이미 영업이익의 10%를 상한 없이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노사가 합의한 반면, 삼성전자는 그간 성과급 지급 기준이 매우 불투명했거니와 연봉의 50%라는 상한액까지 존재했다. 사상 초유의 영업이익을 내면서도 하이닉스와는 크게 차이가 나는 성과급을 받게 되는 상대적 박탈감이 노조 가입 폭증으로 이어졌고 파업까지 결의하기에 이른 것이다.
노사협상이 결렬되면서 파업 돌입 지침이 내려지는 등 실제로 파업 직전까지 갔지만, 정부의 중재 등으로 최종합의가 이루어졌다. 합의 내용의 핵심은 ‘노사가 합의한 경영성과(영업이익에서 기존 성과급 충당액 등 인건비를 제외한 금액)’의 10.5%를 특별경영 성과급으로 상한 없이 향후 10년간 지급한다는 것이었다. 기존 성과급은 그대로 유지되므로, 결국 영업이익의 약 12% 가량을 성과급으로 받게 되는 것이고 이는 하이닉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부분 및 사업부에 따른 차이가 커서, 300조의 영업이익을 가정할 경우 반도체 부문의 메모리 사업부는 1인당 최대 6억원 가량의 성과급을 받는 반면 비메모리 사업부는 1인당 1억6천 정도이며 반도체가 아닌 모바일과 가전 등 완제품 부문은 1인당 6백만원 가량에 그친다. 이에 따라 비메모리 사업부나 완제품 부문의 반발이 심했지만 노조원 다수가 메모리 사업부 소속이었으므로 해당 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승인되면서 임금협상 자체는 종결되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숱한 쟁점들이 제기되었고 이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발생했다. 쟁점은 결국 어떤 기업이 경제상황과 맞물려 막대한 영업이익 등 초과이윤이 발생했을 때 이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재투자 등 미래를 위해 필요한 금액을 제외하더라도, 막대한 액수에 달하는 초과이윤은 과연 누구의 몫인가라는 것이었다. 기업별 노조라는 한국의 특성 상, 이는 당장은 해당 기업과 직접 관련된 주체들 사이에서의 분배 문제로 논의되었다. 해당 기업의 노사 즉 노동자와 경영진 및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주주 등 세 집단 간의 분배가 주로 이야기된 것이다.
삼성전자 주주들의 주장, 타당한가?
노조의 주장에 대해 경영진과 보수언론 및 정부는 파업으로 공장이 멈추면 국민경제가 흔들린다는 식의 전통적인 반노조 정서를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 상투적인 주장이었고, 노동자의 몫을 최대한 줄이려는 것 이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노조의 주장에 반대하면서도 이와는 약간 결이 다른 주주들의 주장도 있었다. 노동자는 이미 임금을 받았거니와 이런 것들은 이미 비용으로 계산되어 영업이익에서 제외된만큼, 남은 영업이익은 잔여청구권을 가진 주주들이 배당 등으로 받아가야 하는 것이지 노조가 추가로 성과급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기본급을 최대한 적게 주는 대신 성과급을 통해 이를 보충하는 방식이 이미 정착된 한국 대기업의 그간의 관행을 무시한 주장이다.
주주들은 잔여청구권의 근거로 주주는 회사가 어려워지면 주가 하락이나 무배당, 최악의 경우 청산 등으로 주식이 휴지조각이 되는 리스크를 부담하지만, 노동자는 임금을 먼저 받는 등 아무런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주주는 최악의 경우라도 유한책임 즉 자신이 투자한 금액만큼만 책임을 진다. 이른바 유한책임이 주식회사의 특징이며, 이는 주주라도 재투자분을 제외한 회사의 영업이익을 독차지할 권리가 없음을 의미한다. 회사의 주인은 주주라는 주장도 있었지만 이는 주주자본주의의 이데올로기일 뿐 회사의 주인은 주주가 아니라 법인이라는 별도의 독립적 인격이다(법인은 법적으로는 자연인과 동일한 인격이다). 또한 회사가 어려워졌을 때의 리스크를 주주만 부담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노동자가 더 큰 리스크를 감수해왔다. 주주는 돈만 약간 손해보면 되지만 노동자는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 등 생계가 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막대한 삼성전자의 초과이윤에 기여한 주체는?
결국 노동자와 경영진 및 주주 등 기업 내부의 주체만 생각한다면, 더 많은 분배를 요구하는 노동자의 요구를 반박할 근거는 매우 취약하다. 하지만 진정한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기업 내부의 세 집단이 아니더라도 삼성전자의 막대한 초과이윤에 기여한 외부의 주체들이 많다는 것이다. 우선 사내외의 각종 협력 및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 사업장 내에만 파견이나 도급 등의 형식으로 일하는 사내 협력 및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무려 3만 5천명 가량이 된다. 사외의 협력 및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포함하면 그 숫자는 수십만명에 달한다. 회사가 어려워졌을 때의 리스크만 따지더라도, 이들은 삼성전자 내부의 세 집단에 비해 훨씬 큰 리스크를 부담한다. 그럼에도 이번 성과급 논쟁에서 이들은 철저히 소외되었다. 성과급은커녕 최소한의 보상도 받지 못했다. 삼성이 5조원 규모의 협력기금을 조정하겠다고 했지만 그것이 노동자에게 돌아간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이들만 있는 것도 아니다. 우선 정부도 막대한 감세 등 각종 지원을 통해 막대한 영업이익에 크게 기여했다. 일부에서는 정부는 받을 세금을 받으면 되는 것이지 영업이익에 관여할 근거는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정부가 받을 세금조차 받지 못했음을 무시한 주장이다. 기존에도 이미 R&D 투자세액공제 등 각종 세액공제 제도를 통해 막대한 감세를 해주었거니와, 2023년에 통과된 이른바 K칩스법에 따라 반도체 설비투자에 대해서도 막대한 감세조치가 있었다. 지난 10년간 삼성전자의 감세액은 총 43조 가량에 달했거니와, 이 중 31.5조원 가량이 지난 5년간에 집중되었다. 단지 세금만도 아니다. 반도체 산업을 위한 각종 지원, 가령 전력이나 용수 및 도로 등 관련 인프라에도 막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이 투입되었다.
이러한 정부의 혜택은 사실은 평범한 일반인들을 포함한 사회 전체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에 기여했다는 점을 의미한다. 사실 이번 삼성전자의 막대한 영업이익은 노동자까지 포함하더라도 삼성전자 관련 주체들만이 노력해서 이루어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AI와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 폭증이라는 외부적 요인이 결정적이었다. 그런데 AI나 데이터센터 투자 폭증의 동력은 어디에서 나왔는가. 과거와 현재의 인류가 만들어낸 각종 데이터 즉 정보의 축적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인류의 지적 정보가 축적된 것, 즉 모두가 만들어낸 데이터를 기업 등 일부가 이윤 추구를 위해 사적으로 활용하면서 이것이 돈이 된다고 판단함으로써 투자가 폭증했고, 그 결과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도 폭증한 것이다. 결국 삼성전자의 막대한 초과이윤의 원천은 우리 사회 전체이지, 결코 내부 주체 등 일부의 기여에 의한 것이 아니다.
핵심은 막대한 초과이윤의 사회적 환수문제
따라서 진정으로 논의해야 할 핵심 쟁점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거대기업의 막대한 초과이윤을 어떻게 사회 전체가 환수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우선적으로는 사내외 협력 및 하청업체 노동자에게도 영업이익의 일부가 적절하게 분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업별 노조가 아닌 산별노조와 산별협약 및 임단협의 효력확장 등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당장은 그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사내외 협력 및 하청업체 노사를 모두 포함한 공급망 차원에서의 노사협약이 필요하다. 이미 노조법 개정으로 인해 원청 사용자에 대한 협상 요구가 가능한만큼 대기업 그 자체만이 아니라 해당 기업의 하청 및 협력업체 전체를 포괄한 노사협상 구조를 만들어내어야 한다.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의 각종 제도적 노력도 중요하다. 최우선적으로는 각종 감세조치에 대한 환수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현행 세법은 기업이 손실이 났을 때는 해당 손실분을 이월해서 이후 연도의 법인세 납부 때 그만큼 차감이 가능하다. 반면 한 번 감세해 준 금액은 이후 해당 기업에 막대한 영업이익이 발생하더라도 감세액을 다시 환수할 수 없다. 손실은 이후로 이월이 가능한데 이익은 이전의 것을 환수할 수 없다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이익이 날 경우 이전 감세분을 환수할 수 있도록 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단지 감세분 환수만이 아니라 더 적극적인 환수 조치 즉 이익과 환수를 처음부터 연계시키는 조치도 필요하다. 사실 이는 이미 미국에서조차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k칩스법의 원형인 미국의 칩스법의 경우, 감세 등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신 애초의 예상을 뛰어넘는 일정 기준 이상의 초과이윤이 발생할 경우 해당 이익의 최대 75%를 정부가 환수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k칩스법 입법 논의 당시 비슷한 조항을 포함시킬 지가 잠시 논의되었으나 업계의 강력한 반발 및 정부와 국회의 무책임으로 인해 제외되었다. 즉 한국은 미국보다도 훨씬 더 자본 친화적으로 입법이 이루어진 것인데, 이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보다 일반적인 차원에서 조세체계 전체를 재정립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우선 법인세 최고구간을 신설하여 최고세율을 높여야 한다. 현재 한국의 법인세 최고구간은 과표 3천억원 초과일 때 25%이다. 3천억원과 300조원을 동일하게 과세할 것이 아니라 수십조 단위의 초과이윤에 대해서는 구간을 신설하여 최고세율을 더 높이거나 적어도 초과이윤세를 신설하여 해당 초과이윤을 더 강력히 환수해야 한다. 법인 자체만이 아니라 주주 등도 주가 상승 및 배당 등으로 상당한 이익을 보는 만큼, 도입 직전에 여야 합의로 폐지했던 금융투자소득세를 다시 도입하고 배당소득 등 각종 분리과세를 확대할 것이 아니라 모든 소득에 대한 종합과세 합산 또한 필요하다.
근본 대안은 사회화
좀 더 근본적인 대안도 이야기되어야 한다. 이미 논의했듯이, 기업의 초과이윤의 원천이 우리 사회 전체라면 기업의 지분 그 자체를 사회적으로 환수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 또한 자본주의의 최첨병인 미국에서 이미 선례가 있다. 앞서 언급한 미국의 칩스법에는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신 이를 기업의 지분으로 환수할 수 있는 조항도 있다. 이 조항에 따라, 인텔의 지분 10%를 미국 정부가 인수했고 이를 통해 미국 정부는 인텔의 최대 주주가 되었다. 게다가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실행한 것이다. 버니 샌더스는 훨씬 더 나가서 'AI국부펀드'를 조성하여 AI 기업의 지분 50%를 정부가 소유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즉 초거대기업의 지분 자체를 인수하여 기업을 사회화하는 대안은 이미 일부 실행 및 제안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 또한 이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사실 법인세 강화나 각종 조세체계 개편만으로는 세수 자체는 증가하지만 기업의 소유구조를 건드리지는 못한다. 초과 세수가 단기적으로 필요한 부분에만 쓰일뿐 근본적인 구조개혁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별도의 입법을 통해 거대기업의 초과이윤 중 일부를 별도로 환수하여 국부펀드를 조성하고, 이를 통해 해당 기업의 지분을 인수하는 등 기업을 단계적으로 사회화시킬 방안이 논의되어야 한다. 또한 이에는 (역시 별도의 입법이 필요하지만) 초과세수 중 일정부분을 해당 국부펀드에 투입하여 지분 확보율을 높이는 등의 조치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번 성과급 논쟁은 액수가 매우 커서이기도 하지만, 거대기업의 초과이윤 그 자체가 사회적으로 형성된 것이며 공공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지 해당 초과이윤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라는 차원을 넘어서서 거대기업에 대한 사회화 및 공공적 통제의 필요성과 그 방안이 반드시 논의되어야만 근본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노동운동과 진보정당, 스스로 돌아봐야
한편 이와는 별도로 노동운동과 진보정당 등이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도 명백하다. 위에서 인급했듯이, 이번 논쟁은 단지 영업이익의 적절한 분배 수준이 아니라 기업 이윤의 원천과 그에 대한 사회화의 필요성이라는 매우 핵심적인 문제까지 함께 결부된 주제이다. 그럼에도 노동운동과 진보정당은 이에 대해 제대로 된 문제제기조차 해내지 못했다. 사회화는커녕 초과이윤의 분배와 관련된 문제조차 사실상 아무런 입장이 없었다. 긴급조정권 발동 검토를 비판하는 논평을 낸 것을 제외하면 민주노총이든 진보정당이든 마찬가지였다.
특히 변명이긴 하지만 진보정당은 지방선거 대응이라는 중요 현안이 있었지만, 노동운동의 내셔널센터인 민주노총이 이 문제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지 못한 것은 명백히 비판되어야 할 사안이다. 세제개편이나 사회화는 차치하더라도, 영업이익의 분배 문제만큼은 입장을 내는 것이 마땅하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소속 노조가 아니다 내지 해당 노조의 투쟁을 무조건 옹호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이를 비판하기도 애매하다는 이유로 그냥 방관하고 있을 문제가 아니지 않는가. 적어도 사내외의 협력 및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도 영업이익의 일부를 적절하게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야 한다. 또한 이를 위해 이미 언급했듯이 산별노조와 산별협약 또는 해당 기업의 원하청 노사를 모두 포함한 전체 공급망 차원에서의 노사협상 구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 정도는 했어야 한다. 그게 총연맹으로서의 당연한 역할이다.
그럼에도 민주노총조차 실제로는 기업별 노조의 관성 및 소속이냐 아니냐만을 따지는 관료적 행태에 안주하고 있지 않았는지 스스로 돌이켜봐야 한다. 또한 산별협약 내지 전체 공급망 차원에서의 노사협상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려면 협력 및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실제로 조직되어야 한다. 결국 대기업이나 공공부문 노조 위주로 조직되면서 협력 및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요구를 대변할 실질적인 조직역량이 매우 취약하다는 현 노동운동의 한계는 이번 성과급 논쟁 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노동운동과 노동자계급에 기반한 진보정당은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반격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