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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시선[국제동향] 남미 정치의 우경화와 좌파정치

편집부
2026-08-21
조회수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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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정치의 우경화와 좌파정치


1990년대 말 2천년대 초반 1차 핑크타이드, 2020년대 초반 2차 핑크타이드라 불리며, 좌파정권이 대부분을 차지했던 2023년 아르헨티나에서, 자유지상주의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연속적으로 우파 정권이 집권하면서 남미 정치가 우경화되었다. 이에 대해 ‘핑크타이드’와 비교하여  ‘블루 타이드’라 이름붙이거나, 혹자는 ‘Angry 타이드’(분노의 물결)이라 부르기도 한다. 역대 정권이 취해온 긴축 정책과 계급적 위계와 지배에 맞서 수시로 터져 나왔던 민중들의 사회적 투쟁들의 요구를 집권했던 좌파정권이 충족시키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남미 정치 우경화 흐름 


블루타이드의 시작은 2023년 아르헨티나에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의 당선이다. 밀레이를 상징하는 것은 ‘전기톱’이다. 방만한 재정, 각종 보조금, ‘철밥통’ 공무원 등을 싹 다 잘라버리겠다는 ‘충격 요법’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되었다. 당선된 이후 대학과 장애인에 대한 보조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등 정부지출을 줄였으며, 국영기업을 민영화하고 노동법상의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펼쳤다. 외교정책으로는 브릭스(BRICS) 가입 유보, 이스라엘·우크라이나 지지, 트럼프 지지 등을 명시적으로 표명하였다.


아르헨티나에 이어 엘살바도르의 부켈레 대통령이 2019년에 이어 2024년 재집권에 성공하였다. 만연한 갱단 범죄와 부패 척결을 향한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 폭력 때문에 불안한 일상을 보내는 주민들이 지지를 받은 것이다. 이어서 2024년 파나마에서도 우파 정권이 집권하였다. 2024년 멕시코에서 클라우디아 쉐인바움 대통령의 당선, 이어서 우르과이에서의 좌파연합정권이 집권함으로써 우경화 물결이 주춤하는 듯 하였지만, 2025년 10월 볼리비아에서 20년 간의 좌파집권이 막을 내리고 우파인 로드리고 파스 페레이라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어서 11월에는 온두라스에서 우익 국민당 후보인 나스리 아스푸라가 당선되었다. 트럼프가 ‘나스리가 낙선할 경우 원조를 중단할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지지 표명을 했듯이, 미국의 부당한 외압을 행사했다는 것과 함께 재검표가 이뤄지는 등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12월에는 칠레에서 극우포퓰리즘 정치인인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러한 우경화 물결은 2026년에도 지속되었다. 1월에 핑크 타이드의 대표적인 인물인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가 미국에 의해 납치·체포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현재 베네수엘라는 부통령이었던 델시 로드리게즈가 대통령 직무대행의 역할을 맡고 있으나, 미국 정부의 힘에 좌우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월에는 코스타리카에서 우파 여당 국민주권당(PPSO) 소속 라우라 페르난데스(39) 후보가 승리하여 재집권하였다. ‘마약밀매 범죄 엄단’ ‘외국인 범죄 추방’이 주요하게 내건 공약이었다. 4월에는 에콰도르에서 좌파후보를 누르고 우파후보인 현직 대통령 다니엘 노보아가 재선에 성공하였다. 기업 친화적 정책 강화와 부패 척결, 군경을 동원한 강력한 치안 유지가 그의 주요 공약이었다. 


우경화의 물결은 6월에 실시된 페루와 콜롬비아로 이어졌다. 페루 대통령 선거에서 우파후보인 후지모리 게이코가 좌파후보인 산체스 후보를 결선투표에서 0.1%라는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되었다. 콜롬비아에선 스스로를 ‘호랑이’라고 부르는 극우 성향의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에야가 좌파 성향의 이반 세페다에 앞서서 당선되었다. 에스프리에야는 '엘살바도르식' 대형 감옥 건설 등 강경한 치안 대책과 함께 공공지출 축소, 친기업·친시장 정책 등을 내세웠다. 두 나라 모두에서 재검표가 요구되고, 외국 거주자의 몰표 등 부정선거 의혹과 더불어 미국의 선거개입 의혹이 제기된 바가 있다. 그 와중에서 니카라과 대통령인 다니엘 오르테가가 한 발언이 주목된 바가 있다. 산디니스타 혁명 기념행사 연설에서 현재 40여년 집권을 해온 대통령이 ‘더 이상 선거는 없을 것’이라고 발언했다면서 미국의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SNS를 통해 ‘국내 탄압을 통해 민주주의를 종식시키려는 것이라며, 미국이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란 취지의 말을 했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바가 있다. 이에 대해 발언의 맥락은 ‘부정선거를 통해 정권을 장악하려 시도할 수 있는 선거를 다시는 보지 못할 것’이었다며, 언론 보도가 맥락을 자르고 왜곡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남미 정치 우경화의 배경 


위와 같은 남미 정치의 우경화 물결의 배경으로 우선 작용하는 것은 마약범죄의 만연과 이에 따른 폭력의 일상화로 주민들의 불안감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흔히 남미의 극우들은 ‘불안’을 먹고 자란다고 말해진다. 집권한 우익 대통령의 선거공약에서 공통된 내용은 마약범죄 근절, 범죄에 대한 강력한 엄단, 치안 강화, 이민자 범죄 단속 등이다. 빈곤의 만연 속에서 복잡하게 얽혀있는 마약범죄 문제를 ‘전기톱’을 휘두르고, ‘호랑이’를 연상시키고, ‘강철 감옥’을 설치하는 지도자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단순한’ 해법을 제시함으로써, 인기를 얻는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나약한 좌파’에게 그 책임을 전가한다.


두 번째로 들 수 있는 것은 빈곤의 확산이다. 2008년 금융위기와 코로나팬데믹을 겪으면서 빈곤이 더 확대되고 심화되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남미 각 국가에서는 빈곤 해결을 요구하는 인민들의 시위가 끊임없이 벌어지곤 하였다. 빈곤 감축을 내세웠던 좌파정권 하에서도 빈곤문제 해결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반론에 부딪히기도 한다. 콜롬비아의 경우 이전 좌파정부인 페드로 정부는 빈곤감소, 농지개혁, 노동권 보호 등에서는 이전 정부와는 다르게 커다란 성과를 보여왔으며, 그에 따라 좌파정당연합인 ‘역사적 협약’은 의회 상·하원에서 최대정치세력이었으며, 페트로 대통령은 퇴임 직전에도 40% 넘는 지지율로 이전 대통령보다 훨씬 높은 지지를 기록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세 번째 배경으로 미국 트럼프 정부의 제국주의적 압력과 이를 통한 선거개입을 거론한다. 앞서 얘기한 온두라스 대통령 선거에의 노골적인 개입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12월에 1820년대의 미국 중심의 패권주의와 고립주의를 내건 ‘먼로 독트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돈로 독트린’을 제시한 바가 있다. 이 정책은 서반구를 미국의 패권 하에 두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것의 첫 사례가 베네수엘라를 침공하여 마두로 대통령을 납치·체포한 것이다. 이 정책은 1970년대 칠레의 좌파정부였던 아옌데 정권을 쿠데타로 무너뜨리고 피노체트 정권을 세웠던 것처럼 남미에 미국의 패권에 종속되고, 이를 지지하는 정부를 세우는 것, 미국 주도의 ‘파시스트 대륙 건설을 목표로 한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올해 3월에는 미국 마이애미의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하고 있는 골프클럽에서 남미 12개국이 참여한 정상회의가 열렸다. 트럼프는 이를 “counter-cartel coalition”(카르텔 대응 연합)이라고 불렀는데, 백악관은 “Shield of the Americas” summit.(‘미주 방패’정상회의)라고 이름붙였다. 온두라스 대통령 선거뿐만 아니라 콜롬비아, 페루의 대통령 선거에서도 미국의 개입이 있었으며, 올해 치러질 예정인 브라질 대통령 선거에도 이전 우익 대통령인 보우소나루의 아들이 대통령 선거에 나서면서 미국이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올 10월 브라질 선거의 향방은? 


위와 같은 남미 ‘우경화 물결’이 최종적으로 결실을 맺으려 하는 나라가 브라질이다. 브라질 대통령 선거는 오는 10월에 치러진다. 1차 투표는 10월 4일에 치러지며, 과반득표자가 없을 시 결선 투표는 10월 25일에 치러질 예정이다. 좌파후보로는 현 대통령인 룰라가 확실시되며, 우파후보로는 전 대통령인 보우소나루의 아들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가 유력하다. 4월에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차범위 내에서(2%p) 플라비오가 룰라대통령에 소폭 앞서 있다고 알려지며, 누가 유리할지는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다. 룰라대통령이 지명한 대법관 임명이 상원에서 부결되고,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감형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는 등 현 룰라대통령의 좌파정부는 의회장악력이 약화되고 있다. 상파울루 주지사가 플라비오를 지지하는 등 팔라비오에 대한 중도층의 표심의 향방도 관건이다. 또한 룰라정부의 부채탕감 정책의 의회통과 여부도 불투명하고, 그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지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플라비오 진영은 보우소나루의 부인(플라비오의 어머니)과의 갈등과 가족의 부패가 폭로되는 등의 내부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무튼 브라질 대통령 선거 결과는 남미대륙이 미국의 ‘앞마당’으로, 미제국주의의 놀이터가 될 지 향방을 결정적으로 좌우하게 될 것이다. 


미제국주의와 우파정치에 맞서는 좌파정치세력의 연대 


이러한 남미의 우경화와 우파정치의 ‘미주방패연합’같은 국제적 연대에 대응하여, 좌파세력도 국제적인 연대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콜롬비아 페드로 대통령은 재임 시절 이스라엘의 학살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하여 이스라엘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하고, 석탄수출을 금지하는 ‘선도국가’의 역할을 주도하였다. 볼리비아와 칠레도 같은 입장을 보인 바가 있으며, 이스라엘에 책임을 묻는 방안을 모색하는 ‘헤이그 그룹’과 같은 기구에서 힘을 합치기도 했다. 


정부 차원에서는 2024년 8월에 창립된 ‘범미주회의’(PanAmerican Congress)가 올해 8월 5일 우르과이 몬테비데오에서 3번째 열렸다. 이 회의는 1차 회의는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2차 회의는 멕시코시티에서 열렸으며, 각각 미주지역의 미래에 대한 공동의 비전, 평등· 번영·연대·주권이라는 주제가 논의되었다. 이번 3차 회의에서는 “미주 전역에 걸친 도전 과제가 증가함에 따라 더욱 커졌다. 평화와 외교에서부터 기술과 혁신에 이르기까지, 이제는 낡은 교리에 맞서고 범미주 협력 정신을 새롭게 다져야 할 때”라고 밝히면서, “국민간 연대와 국가간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공동의제를 발굴할 예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범미주회의는 북미, 중미, 남미 및 카리브해 지역의 진보적 의원 간의 연대기구이다. 한편 8월 13일 피델 카스트로 탄생 100주년을 맞아 남미의 각 나라 좌파정당 및 정치인들은 쿠바에 대한 봉쇄조치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우파정부와 정치의 ‘국제적 조직화’에 맞서는 좌파정부와 정치의 ‘국제연대’또한 점점 더 활발해질 것이다. 이는 90년대에 신자유주의세력의 ALCA(스페인어 Área de Libre Comercio de las Américas의 준말, 미주자유무역지대)에 맞선 대안으로 2000년대 초 ALBA(Alianza Bolivariana para los Pueblos de Nuestra América, 우리 아메리카인민을 위한 볼리바르 동맹)가 제시되었듯이 현재 남미는 미 제국주의및 이와 결탁한 우파정치와 좌파정치 간의 ‘고강도 전쟁’에 필적하는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남미의 ‘우경화 물결’이 거세긴 하지만, 그것이 안정적으로 자리잡기는 힘들 전망이다. 볼리비아에서는 우파정부에 맞선 노동자, 농민, 선주민들의 ‘총파업’이 한달 넘게 지속된 바가 있으며, 콜롬비아의 에스프리야 정권은 의회 내에서 극히 소수의 지위를 점하고 있을 뿐이며, 다만 지방정부의 불균등한 장악력이 거의 유일한 기반이다. 이에 콜롬비아 좌파정치세력은 좌파정치세력이 약한 지방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현 우파정부를 다양한 방면과 수준으로 압박하는 투쟁을 전개해 나갈 전망이다. 페루에서도 비슷하다. 매우 근소한 차이인 데다가, 지지표의 많은 부분이 대부분 외국 거주 페루인과 도시지역의 부자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우파정부의지지 기반은 허약한 편이다. 그리고 우파정부가 내건 마약범죄 근절은 강력한 단속이나 외국인에게 전가함으로써 해결될 수가 없기 때문에,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아서 지지 근거도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정부재정 축소 등을 통한 사회보장 혜택의 감소와 빈곤층에 대한 지원 축소는 불평등과 빈곤을 더욱 확대할 것이기에 이에 대한 불만과 저항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남미의 ‘우경화 물결’은 그 동력을 유지하는 시기가 그리 길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밀물과 썰물처럼 ‘핑크타이드’와 ‘블루타이드’가 번갈아 밀려오고 가는 것이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좌파의 대안이 인민들에게 뿌리내리고, 지속될 수 있는 사회적·경제적 전환과 그것을 가능케하는 ‘사회적 힘’을 충분하게 구축해 나가는 것만이 해답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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