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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시선[입장] 허풍과 공포에 맞서자 - 대한민국 인공지능 정책 비판

편집부
2026-08-21
조회수 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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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풍과 공포에 맞서자

- 대한민국 인공지능 정책 비판



1. 윤석열 정부로부터 이재명 정부로, AI에 대한 한국정부의 강한 집착


AI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리라는 막연하고 위험천만한 공상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계엄 전 윤석열 정권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자. 윤석열 정권은 계엄령 6주 전인 2024년 9월 26일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인 국가AI위원회를 설치했다. 당시 윤석열은 “AI 3대 강국 도약 위해 민·관 원팀의 ‘국가 총력전’ 선포”까지 할 정도로 인공지능을 국운을 건 사업으로 선포하고 있었다. 윤석열의 계엄령이 좌절된 직후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의회에서 탄핵안을 둘러싸고 격렬하게 대립했지만 그 대립이 정리되기도 전이었던 12월 10일 양당의 합의 속에서 금투세와 가상자산 과세는 폐지, 유예되었다. 이후 이재명 정부는 국가AI위원회를 국가AI전략위원회로 확대하여 재구성하였다. 


2025년 10월 APEC정상회의 즈음에서는 엔비디아(NVIDIA)의 CEO 젠슨 황이 방문해 서울의 치킨집에서 삼성의 이재용 회장,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회장과 맥주를 마시는 쇼를 언론에 공개했다. 이 맥주집 회동 다음 날인 10월 31일 이재명 대통령은 맥주집 회동의 삼성, 현대차그룹, 엔비디아에 더해 SK와 네이버의 대표자들과 접견을 진행했다. 이 결과 엔비디아(NVIDIA)는 한국 정부와 삼성, SK, 현대차, 네이버에 GPU를 우선 공급하겠다고 선언했다. 전세계적으로 AI 사용에 필요한 GPU 품귀현상이 나타나던 시기에 GPU26만개 우선공급 소식은 정부의 AI 정책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처럼 보였다.


코스피(KOSPI)에서 꾸준히 비중을 올려가던 삼성과 SK등 반도체 업종은 저 선언 이후인 최근 급격히 성장하여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 대비 40%를 넘긴 게 3월이었고 5월 50%를 넘겼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재명 정권 출범 후 증가한 증시총액만 4천조원에 달한다. 반도체 업종은 코스피 폭등의 중심으로 부각되며 동시에 이 거대한 폭등을 끝장내버릴 수 있는 위험한 뇌관이 되었다. 이재명 정권이 시작할 당시만 하더라도 정부의 부총리가 직접 AI버블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호언장담했지만, 이후 하정우 수석에 의해 AI버블이 있더라도 AI투자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말이 바뀌었고, 이제는 그런 말을 바꾼 담당자마저도 AI수석 자리를 사퇴하고 공석이 되어버렸을 정도로 책임자가 점차 말을 바꾸거나 사라지고 있다. 부동산 대신 주식투자시장을 활성화시킨다는 민주당 정부의 숙원과 AI산업이 긴밀하게 연결되어서 작동하는 것이다. AI관련 업체 중 하나인 네이버를 비롯한 테크기업 출신들이 정부의 요직들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가AI전략은 윤석열 정권과 이재명 정권의 연속선상에 있으며, 양대 보수정권이 어떤 성격인지 그래서 진보정치가 보수정치에 어떻게 맞서야 하는가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지점이 되었다.


 

2. AI 기본사회, 대체 무엇인가.


정부의 인공지능전략은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중심으로 전국가적인 역량을 총동원하여 세계 3대 AI강국을 만들어 ‘글로벌 AI 기본사회’를 실현시킨다는 것으로 표현된다. AI기본사회는 한국을 방문한 브라질과 인도네시아의 정상간 회담에서 언급되기도 할 정도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문제는 그 글로벌 AI기본사회의 의미가 무엇인지 모호하다는 것이다. 이미 AI와 관련된 문제들을 다루는 시민사회운동에서는 AI기본사회가 AI를 모든 국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인지, 아니면 AI로 인한 실업에 대한 피해 보전과 생산성 향상으로 인한 이익 분배를 조절하겠다는 것인지를 지적해온 바 있다. 그렇다면 AI기본사회란 무엇인가? AI기본사회에 대한 이재명 본인의 언급을 참고한다면 AI로 인한 생산성 증대의 부를 분배하는 것으로 세금을 면제할 수 있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기에 AI도입으로 인한 손해를 AI로 인한 수익 회수를 통해 재분배하는 국가모델을 지칭하는 듯하다. 동시에 인공지능 행동계획에서 묘사되는 AI기본사회를 위한 액션은 국가의 전 분야에 AI도입을 장려하고, 모든 국민들의 AI사용을 장려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일선 민원처리까지 AI도입을 하겠다는 선언이나 AI수석의 홍보, 주권 AI사업 공모 등을 참고하면 LLM의 전면적 도입을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AI기본사회는 AI 도입을 정부 차원에서 사회 전 분야에 강제함과 동시에, 그 도입으로 인한 부작용을 이익 재분배를 통해 수용하도록 하는 전략으로 정리할 수 있다.


따라서 AI 기본사회는 이렇게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전 국민, 전 분야에 대해 AI의 실질적 필요성이나 필요를 묻지 않고 AI의 도입을 강제하는 보급/확산정책이자 동시에 AI 산업의 비대화를 통한 이익을 국민들에게 분배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그 직후에 삼성 초과이윤에 따른 초과세수를 국민배당하자는 청와대 수석의 제안을 이재명 대통령이 거부하고 미래투자자금으로 쓰겠다고 한 점이나, 삼성 노동자들의 성과급 요구에 대해 긴급조정권을 언급하며 기업의 이윤은 주주에게 배당되어야 한다고 한 점 등에서 나타나듯, AI기본사회는 실질적으로 AI도입 강제책으로서의 성격만 남는다. AI도입 강제의 영역은 노동과정에서 노동자들에 대한 주도권 박탈과 노동자에 대한 통제 강화로, AI이익의 분배는 코스피에서의 위험한 수준의 집중이 나타내듯 주식시장의 폭주로 나타나고 있다. 

 

1) 노동 통제 강화로서의 AI, 일상 통제 강화로서의 AI


AI 도입에 대한 비판에서 데이터 주권의 문제는 중요하게 다뤄진다. 그렇다면 왜 데이터의 주권이 중요한 문제로 이야기되는가?


현재의 AI모델들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AI가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인간의 동작이나 판단과정 등을 흉내내야 하며, 그 흉내를 정교하게 하기 위해서 가능한 한 세밀한 동작이나 자료들을 수집하는 것이다. AI기업들이 양질의 데이터 확보를 위해 혈안이 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AI기업에 데이터를 빼앗긴 사람들의 작업은 AI에 의해 어느정도 비슷하게 흉내당하기 때문에 더 이상 쓸모없는 것으로 취급된다.


데이터를 박탈당하는 만큼 데이터를 만들어낸 실제 인간들은 엉성한 AI들에게 밀려나며, 동시에 데이터의 완전무결함의 신앙심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데이터화되기 어려운 지식과 통찰은 쓸모없고 잊혀지고 사라져야 할 도태된 것으로 취급된다.

 

데이터화될 수 없는 것들은 인간만이 가능한 창조적 능력이며, 통제에 저항하고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인간 특유의 자발성이다. 물론 이것은 노동과정을 통제하여 이윤을 축적하려는 자본에게는 가장 없애고 싶은 영역이다. 따라서 AI의 도입, 특히 그 과정에서 인간의 암묵적 지식을 명목적 지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은 자본의 통제욕구를 반영한 기술의 형태다. 그보다는 자본의 통제욕구를 기술의 껍데기를 씌워 강요하는 수단이라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480억을 들여 노동자의 암묵지를 AI에 도입시키겠다는 ‘암묵지 M.AX’ 사업을 발표하고, 이에 대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반발하는 것은 노동과정에서의 통제를 둘러싼 노동과 자본(정부) 간의 계급투쟁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이와 같은 숙련지식의 데이터화는 노동자와 정부 간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AI를 도입하고 강화하는 것이 지상 목적인 정부의 입장에서는 현재의 소외된 자동화 형태의 AI의 개발에 반대하는 적극적 입장뿐만 아니라 단순히 AI를 일상에서 덜 사용하고자 하는 소극적인 형태의 입장들조차도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현재의 AI 문제는 단순히 생산이 효율적이냐 아니냐는 것을 넘어서 노동자에 대한, 그리고 나아가서는 전체 국민에 대한 자율성 박탈로부터 이어지는 테크자본과 정부의 통제권 강화라는 목적성을 지닌 정치적 운동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미 과거에도 자동화 기계의 도입과정에서 개별 자본들이 비용 문제로 신기술의 도입을 어려워하는 경우, 정부기관이 나서서 노동자들의 통제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도입을 강제하는 역할을 맡아온 사례가 있다.(레드뷰 시선4호의 “AI어떻게 볼 것인가?” 참조)

 

단순히 현 시점에서 아직 불완전하고 검증되지 않은 한계투성이인 기술의 도입을 고용관계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강요하는 데 성공했다 하더라도, 소비자들이 그 조야한 결과물을 납득할 수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자본 간 경쟁이라는 방식으로 도입되는 전사회적인 몰입은 소비자들에게도 보편적인 상품의 질적 저하를 받아들이게끔 하도록 하는 강제력으로 작용한다. 현재 정부가 AI가 사용된 상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한다는 우대책을 펼치는 것은 역으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일반적으로는 AI가 도입되기 어려운 수준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소비대중에게 AI제품의 사용을 강제하는 강제책이기도 하다. 


이는 노동과정에서 노동계급에 대한 통제력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서의 AI가 동시에 소비대중의 안목과 요구 수준을 하락시키는 우민화의 수단으로 작동한다는 지적을 가능케 한다. 노동계급에 대한 노동과정에서의 실질적 포섭 강화가 보편적인 사회의 지적 수준의 저하를 부추긴다면 역으로 보편적인 사회의 지적 수준의 향상은 노동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자율성이 보장되고 노동자들의 통제 하에서 더 나은 생산을 조직했을 때 가능하다는 추론또한 가능할 것이다.


노동계급이 노동과정을 더 민주적으로 바꾸는 운동은 노동계급에게만 민주적인 것이 아니라 그 노동과정을 거쳐 전체 사회에서 후퇴하고 있는 민주주의와 대중의 지적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수단인 것이다


2) 주식시장은 무엇을 누구에게 분배하는가. 이재명 대통령의 긴급조정권 발언의 중요성


AI총력전을 위한 국가전략의 발표와 엔비디아(NVIDIA)와 국내 테크재벌들의 치맥 파티에 힘입어 코스피는 인공지능 관련 특정 몇 개 기업이 전체 50% 이상을 차지하는 위험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독주체제는 보수언론에서조차 그 위험성을 지적할 정도로 과열된 양상을 띄고 있다. 정부에서는 부총리가 25년 말에 단호하게 AI 버블은 없다고 선언했다가, 26년 3월 이후엔 AI미래기획수석이 이미 AGI에 도달했다면서 버블을 도약 기회로 삼아야한다고 인터뷰하기에 이르렀다. 현재의 AI가 실제 AGI라고 불리는 완전히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지능에 도달했는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저 주식시장을 과대평가시켜주고 그 위험할 정도로 부풀어오른 주가를 지지율과 연동시키고 있는 정부의 목적만 달성한다면 무슨 말이라도 갖다붙일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정부는 최근 자산 비중의 비율을 맞춰야 한다는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보유 한도 기준을 변화시키고 리밸런싱을 유예하면서까지 주가 폭등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 일례로 현재의 AI행동계획에서 올 하반기까지 설립하겠다고 호언하고 있는 ‘국가초지능연구소’의 경우도 문제이다. 그 인간의 능력을 능가하는 지적 능력이라는 의미의 ‘초지능’에 대해서는 유럽에서는 과학자들에 의해 비과학적인 AI기업들의 마케팅성 용어이며 그런 비과학적 마케팅이 정책에 반영된다면 오히려 과학적으로도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당한 바 있을 정도다.


하지만 정부 정책이 비과학적이기까지한 AI기업들의 마케팅에 놀아나면서도 이것을 지적하기는 쉽지 않다. 현재 주식시장의 막대한 비중이 현재 AI산업과 관련된 삼성, 현대, SK세 개 기업의 과두체제로 확립되어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태를 지적하는 것은 국가를 위태롭게 만드는 것으로 취급되거나, 주식투자자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현재 AI부문에서 나오는 주장들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이야기하는 것을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그저 AI에는 잘못이 없으니 AI를 잘 이용해보자는 수준의 가벼운 지적들만 넘쳐나고 있다.

 

얼마 전 삼성전자 파업에 대해 대통령은 기업의 영업이익은 노동자가 아니라 주주들에게 분배되어야 한다며 파업에 대한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제기하며 헌법상의 기본권까지 정지시킬 수 있음을 시사했다. 현재 한국의 민주주의는 주식시장 만능주의에 의해 가로막히고 있으며,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주식투자자의 이권을 위해서라면 노동3권 보장을 명시한 헌법조차도 주식투자자들의 이익보다 우선순위가 밀릴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주식시장에게 위협받고 있다.


AI가 그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음에도 AI산업은 게걸스럽게 새로운 데이터와 데이터센터를, 그리고 그 데이터센터가 먹어치우고 오염시키며 소비할 열과 전기, 물을 요구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데이터센터가 이미 건설된 지역에서는 수질오염과 소음, 전력난, 생활-농업용수 고갈 등의 문제가 제기되며 앞으로 데이터센터가 침략할 영토의 주민들이 투쟁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에 데이터센터는 점점 발언권이 적은 지역으로 침략의 방향을 틀고 있다. 이것이 현재의 비민주적인 상황과 겹친다면 수도권 집중의 한국에서 수도권의 이익을 위해 지방에 데이터센터 등의 흉물이 떠밀리는 지역 수탈이 더욱 극심해질 것이다.


 

3. 허풍에 속지말고, 위기에 대처하자


현재의 AI붐이 지금과 같은 추세로 이어지지 않고 서서히 사그라들거나 혹은 소리만 요란했던 빈 수레로 끝날 것이라는 AI버블, AI겨울이 점점 더 현실성 있는 것으로 논의되고 있다. 다만 여전히, 특히 국운을 AI분야와 연동된 주식시장 폭등에 맡기고 있는 한국에서는 당분간은 그 과대평가가 지속될 것이다.


자본과 정부는 AI가 노동을 대체할 수 있다는, 대체할 수 있는 한 대체해버릴 것이라는, 대체가 잘 안 되더라도 지배와 통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협박을 하고 있고, 계속 할 것이다. 지금은 한물 간 4차 산업혁명이 그랬고, 현재의 AI붐이 사그라들더라도 그와 비슷한 무엇을 내세워서 그럴 것이다. 이것은 현재의 AI붐 이전에도 줄곧 있었던 일이다.


그 협박에 맞서기 위해서는, 허풍과 현실적 위험을 구분해야 한다. AI허풍은 인간의 판단을 마비시키고 복종하기 쉬운 상태를 만든다. 현실적인 위험은 정말로 대비해야만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특히 현재의 AI붐의 주축이 되었던 LLM이나 각종 인간형 로봇 등의 기술 쇼가 대중을 압도해서 정치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의인화를 택하고, 기술적 결함조차 인간적인 모습이라는 식으로 포장하는 데 집착했다는 점을 주목하자. 실질적 위협과 구분되는 의도적이고 전략적인 공포 조장이라는 것은 이번 AI붐의 특징 중 하나다.


1) 허풍으로 지배하려 한다면 공포로 조직하자


자본이 노동대중에게 공포를 조장하는 허풍을 퍼뜨릴 때 사람들은 당연히 겁을 먹는다. 이것은 그 기술이 우스꽝스럽더라도 그 우스꽝스러운 기계를 가지고 사람들을 실제로 해고시켜버리거나, 형편없는 결과물일지라도 인간을 압도하고 있다는 식의 포장을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든 것이 블랙박스화되어 어떤 엉터리 결과물조차도 알기 어려운 알고리즘의 뜻이라는 형태로 소비되는 현 시점 AI의 특성은 AI와 관련된 논의에서 인간의 판단 부분을 앗아가는 비민주적인 의사결정구조를 유발, 심화시키기 쉽다. 그래서 지배하려는 자들은 공포를 퍼뜨리고 대중이 그 앞에서 무기력하다고 느끼게끔 굴욕을 준다.


그래서 공포는 대중적으로 퍼진다. 이 공포는 자신이 어쩔 수 없는 재앙을 마주한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하지만 인간은 그 두려움을 두려움으로만 방치하지 않았다. 두려움에 대해 조직적으로 파악하고 대처하면서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개선시키며 사회를 발전시켰다. 공포 앞에 선 인간은 자칫하면 지배당하기도 좋지만, 동시에 같은 공포 앞에서 모일 수도 있는 존재다. 지배당하기보다는 맞서 싸울 수 있도록 조직할 수 있어야 한다. 공포 앞에서 무기력해진다면 지배당하고, 무기력에 맞서기 위해 조직된다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AI가 마치 비판은커녕 피할 수 없는 절대적인 운명으로까지 여겨질수록, AI에 맞서는 것은 비합리적이고 의미 없는 일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절망감은 AI를 내세운 자본의 지배를 비현실적인 수준으로까지 강화시킨다. 허풍을 걷어내고 진짜 위험한 것이 무엇인지를 가려야 한다. 노동과정에서 노동계급에 대한 자본계급의 통제 강화를 노동운동이 맞서고 그 노동과정의 결과물을 통해 전 사회적인 통제가 강화되고 있는 현재,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의 협력만이 그 절망을 걷어내고 대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2) 위기에 대비하며 과장된 공포를 걷어내자


그럼에도 실질적인 위기는 여전히 존재한다. AI 도입 때문이 아니라 경영상의 이유더라도 일단 AI도입을 이유로 이뤄지는 정리해고는 ‘AI 워싱’이라는 명칭까지 붙은 채로 일어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숙련노동자들의 숙련 지식을 데이터화시키는 작업을 노동자들과 제대로 된 상의 없이 진행시키고자 분발하고 있으며, 모두가 집 앞에 세워지는 것을 싫어하고 어느정도의 쓸모가 있는지 검증도 안 된 데이터센터는 국가의 비호 아래 AI산업의 요구에 의해 추가로 지어질 계획이다. 앞서 언급했던 ‘국가초지능연구소’ 등의 검증되지 않은 비과학적인 마케팅적 개념의 도입 등도 현재의 AI전략이 실질적인 기능적 효과 이상으로 허풍을 통한 공포 조성이라는 노동계급에 대한 억압적 정치의 일환이라는 점이 잘 드러나는 것이다.

 

결국 AI산업이 허위광고를 해 왔다는 게 들통나더라도 해고당한 사람들은 복직되지 않으며, 한번 데이터화된 지식들은 이후로도 자동화 시스템에 쉬지 않고 도입될것이며, 지어진 데이터센터는 웅웅거리면서 열기와 소음 그리고 오염물을 내뱉을 것이다. 결국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과대평가고 어떤 것들은 실제로 사람들의 삶을 파괴할지를 구분해야 한다.


국가-자본의 동맹은 노동계급이 지금의 엉터리 AI붐에 저항하지 못하도록 실제보다 과장된 허풍으로 공포를 조성하고 있으며 그것을 복종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지배계급이 요구하는 공포 앞에서 뭉쳐야 한다는 위기감 또한 만들어내며 단결의 단초가 되기도 한다. 허풍으로 만들어진 공포는 과장된 공포이지만, 저들이 실제로 원하고 시도하고 있는 것은 AI붐이 아니어도 지속적으로 존재해 왔던 노동계급에 대한 통제 강화라는 현실적 위협이다. 이번 AI붐이 허풍이었다는 것으로 끝날지라도 노동계급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대중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저들의 시도는 이전에 시도되었던 각종 붐과 마찬가지로 다른 형태로 찾아올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허풍으로 만들어진 공포를 극복하면서 동시에 우리가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를 제시하고 그 방향을 토대로 맞서야 한다. 



4. 인간의 발전을 위한 사회를 위하여


이 글이 작성되는 현 시점엔 AI행동계획이라는 거창한 계획은 그 담당자마저 출마를 위해 공석이 되어버렸다. 결국 책임지는 사람은 없이 주식시장의 위험한 폭주만 표류하면서 노동자와 민중 일반의 자기통제력을 박탈하려는 자동기계가 날뛰고 있다.

 

1년이 다 되어서 나타나고 있는 AI 기본사회의 분배론은 노동계급의 기본적 권리조차 박탈하는 주식투자자 우선주의로, AI 기본사회의 생산론은 노동과정과 생활 일반에서의 노동자 민중의 주체성 박탈 시도로 나타나고 있다. 그 어느 것도 노동자 민중의 생활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악화시키고 특정 자본의 이익을 위해 민주주의를 희생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 민중의 이익을 위해 현 정권의 AI전략은 전면적으로 부정되어야 한다. 소외된 자동화 전략으로서의 AI전략을 부정하고 실질적인 인간의 삶과 인간의 숙련 및 지식을 확장하기 위한 인간 중심의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 노동자 민중에게 유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정부의 AI전략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노동자의 암묵지를 명목지로 흡수하여 기존에 점령하지 못한 노동자들의 더 세세한 능력들까지 점령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렇다. AI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결국 우리 노동자들의 동작을 모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새로운 것이라고는 만들어낼 수 없는 모조품에 불과하다. 노동자의 능력을 빼앗고 버릴 준비과정인 암묵지 데이터화 작업에 반대하자. 생태를, 지역의 자치권을 파괴하며 노동자와 민중의 박탈당한 능력을 가공하여 지배하는 데이터센터를 반대하자. 인간의 사회에서 인간의 능력을 배제하는, 인간의 발전을 가로막고 인간 능력 박탈을 발전이라고 포장하는 현재의 방향성에 반대하자. 비판에 직면한 AI가 쉽게 비판받기 어려운 군사안보분야로 도피하는 것을 잡아내고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것에 반대하자. 인간사회의 풍요를 파괴하며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가속주의를 반대해야 한다.


그 반대와 함께 외치자. 지금 AI붐처럼 인간의 지적 능력과 자율성을 파괴하고 인간 자체를 배제하는 방향이 아니라, 인간의 지적 능력과 자율성을 발전시키고 인간을 발전시키는 발전의 방향이 있다는 것을 외치고 인간에게 이로운 발전을 관철시키자.


인간의 지식이 지배당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 스스로 원하는 바를 위해서 사용할 수 있는 생산을 시도했던 역사적인 사례가 있었다. 1970년대 영국의 항공우주 방위산업체였던 루카스 항공에서 대규모 구조조정 위협이 닥쳤을 때, 루카스 항공의 노동자들은 원직복직을 외치며 다시 경영진들의 관리 아래서 전쟁무기를 만들기를 원하지 않았다. 루카스 항공 노동자들은 기업을 노동자들 스스로가 운영하기를 원했다. 전쟁무기가 아니라 사회에 필요한 것을 만들겠다는 루카스 노동자들의 시도는 본인들이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를 파악하고, 당시 사회에 무엇이 필요한가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그것은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능력을 확인하고 그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였으며, 숙련된 기술 노동자들이 자신의 능력을 특권이 아니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수단이자 사회의 기여를 위해 발전시켜야 할 소중한 권리로 선언했던 사건이었다. 숙련공과 미숙련공의 연대, 공장과 지역사회의 연계를 통해 ‘무엇을 만들고 할 수 있는가’는 ‘무엇을 원할 수 있는가’와 함께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던 계기였다. 그렇게 해서 실제로 사용 가능하고 사람들에게 필요한 각종 의료장비나, 주거난방체계, 동력장치의 활용방식, 산재의 위험을 줄이면서도 노동자가 자신의 숙련을 발휘하고 발달시킬 수 있는 작업장치를 개발했다. 진정으로 노동자들이 사회적 필요를 바탕으로, 인간의 지적 발전을 중심에 두었던 발전은 전쟁무기보다도 인간사회에 더 시급하게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계획은 정확히 그 이유로 경영진과 대처 정부에 의해 탄압받아 끝났다고 전해진다.

 

여기서 루카스 플랜을 기억하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한 가지는 구조조정되는, 혹은 쇠락한 산업,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한 산업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에게 대체일자리를 제공한다는 관점이다. 그것이 기후전환과 관련해서 하나의 긍정적인 요소로 받아들여질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루카스 플랜이 지닌 더 급진적이고 현 시점에 필요한 다른 관점을 간과한 것이다. 그 간과된 두 번째 관점은 인간을 배제하지 않고 인간을 중심에 두는 생산. ‘인간 중심의 시스템’이다. 인간을 배제하는 자동화는 노동자에게 구상하는 힘을 빼앗고 노동자들을 단순히 시키는 대로 단순한 작업만 하는 하찮은 존재로 전락시켜 최종적으로는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있게 하고 완전히 해고시켜버리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인간 중심의 시스템’은 노동자들이 자본의 통제가 아니라 노동자들이 직접 자신들의 지식을 활용할 수 있을 때 지금과는 다른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 그 다른 발전을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노동과정을 더 민주적으로 조직할 수 있어야 하며, 노동자들의 능력을 유용하게 할 사회적 필요를 종합할 사회적인 지식을 부추기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인간의 필요를 위한 설계는 전문가의 설계가 전문가들의 특권이 아니라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총체적인 사회적 필요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그리고 그것이 기존의 기술시스템과 생산양식이 미처 다룰 수 없던, 금지당하기까지 했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우리에게 다른 길이 있다. 언제까지고 한 가지의 길만 있다고 막다른 골목으로 내모는 지배계급의 기술 유토피아의 전망은 디스토피아로 혼자 빠지기 싫은 저들의 추한 발목잡기다. 저들과 함께 디스토피아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인간 사회에 진정으로 필요한 기술을 제안해야 한다. 그것은 지배하는 쪽이 아니라 지배당하고 있어서 여태까지 그 전망을 부정당하고 있던 노동계급의 관점에서 제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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