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7월 3일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7월 15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되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가 주도한 소액주주운동의 요구가 이재명 정부의 “코스피 5000 시대”, “자사주 소각 의무화”와 같은 주주자본주의 기조와 만나 법제화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6월 11일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핵심은 증시”라며 “주식 시장을 부동산에 버금가는 대체 투자 수단으로 만들겠다” 말하고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방안으로 “비정상적인 것을 고치는 것만 해도 (국내 증시가) 2배 정도는 평가받을 수 있다”며 “상법 개정이 거기에 속한다” 말하는 등, 상법 개정의 취지가 주식시장 활성화와 증시 부양을 위한 방안임을 밝혔다.
상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
현행 상법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로 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사는 회사의 이익을 위하여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주주에 대해서는 충실의무가 없다. 그러나 개정법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며,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여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이사는 의사결정시 회사뿐만 아니라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라는 의도이다.
상장회사의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 의무선임 비율 1/4에서 1/3으로 상향 조정
개정법은 상장회사의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여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독립이사는 ‘사외이사로서 사내이사, 집행임원 및 업무집행 지시자로부터 독립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이사를 말한다’라고 명시한다. 또한 독립이사 선임 의무비율을 1/4에서 1/3으로 확대한다. 이는 상장회사에서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업무집행 감독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이다.
전자주주총회의 법적 근거 마련 및 대규모 상장사의 전자주주총회 병행 개최 의무화
개정법은 전자주주총회를 병행 개최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대규모 상장사의 경우 병행 개최를 의무화한다. 이는 주주 참여의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상장회사의 의사결정에 있어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의도이다.
감사위원 선임 및 해임 시 최대주주의 의결권 제한(“3% 룰”) 강화
현행 상법은 사외이사가 아닌 감사위원의 선임 및 해임의 경우 특수관계인 등이 소유한 주식을 합산하여 발행주식 총수의 3% 초과 소유 여부를 판단하고 3%를 초과하는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으나,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의 선임 및 해임의 경우 특수관계인 등이 소유한 주식을 합산하지 않고 판단한다. 개정 상법은 사외이사 여부와 무관하게 감사위원의 선임 및 해임시 특수관계인 등이 소유한 주식을 합산하여 3% 초과 소유 여부를 판단한다. 이에 따라 감사위원 선임 및 해임에 대한 소수 주주의 영향력은 강화되고 최대주주의 영향력은 약화된다.
이렇듯 개정안의 핵심은 주주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화하며, 전자주주총회로 소액주주의 참여를 확대하고, 감사위원 선임 및 해임에 대한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등, 주주의 권한을 강화해 최대주주(지배 주주)를 견제하는 것이다. 그럼 상법 개정안이 미칠 영향은 무엇일까?
상법 개정 = 경제민주화?
소액주주운동을 경제민주화, 재벌개혁의 경로로 간주하고 요구해온 참여연대 등의 시민운동, 그리고 민주당발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한 정당들, 그리고 민주노총까지 상법 개정을 지지하고 있다.
정부의 상법개정안에 대해 소액주주운동을 경제민주화, 재벌개혁의 경로로 간주하고 요구해온 참여연대는 “지배주주들의 전횡을 막는 첫걸음이 될 중요한 진전”이라며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소액주주운동은 1997년 외환위기를 촉발시킨 한보 사태와 함께 시작되었다. 재계 순위 14위의 한보그룹의 부실경영은 연쇄 도산과 외환위기의 시발점이었다. 시민운동은 한보그룹의 부실경영을 인지하고도 5조원 이상의 불법 대출을 제공한 제일은행 경영진에게 문제를 제기했다. 참여연대가 제일은행 소액주주 110명으로부터 약 89만주를 모집해 주주대표소송 제기요건인 82만주(0.5%)를 충족하고 부실 대출을 승인한 이사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철수 전 제일은행장 등 4명의 피고에게 400억원을 은행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소액주주운동은 삼성전자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제기, 쌍용자동차 및 상하이자동차 경영진에 대한 손해배상 요구 주주대표소송, 대우조선해양 손해배상 소송 등으로 이어졌다.
시민운동의 상법개정안 찬성은 소액주주운동의 일환이다. 참여연대는 상법개정안에 대한 논평에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명문화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대선공약이 아니었던 합산 3%룰 강화 등이 포함되었다고 환영하는 입장과 함께, 민주당의 공약이었던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이 제외된 데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상법 개정은 기업지배구조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개선하고, 총수일가 지배주주의 전횡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며 정부가 상법개정안을 주식시장 부양을 위한 수단으로만 삼는 것이 아닌지 우려를 표하며, 공정경제와 경제민주화 실현의 관점에서 개혁을 추진할 것을 요구한다. 이는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위한 경로로써 상법개정안을 바라보는 시민사회 일부의 시각을 보여준다.
그러나 경제민주화가 주주자본주의로써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은 공상이다. 주주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소액주주의 참여를 확대하는 것은 결국 주주가 주식 투자를 통해 주가 상승과 배당으로 더 큰 이윤을 얻기 위한 방향으로 기업 경영을 유도하는 결과를 낳는다. 사외이사의 독립성 강화와 감사위원 선임 및 해임에 대한 최대주주의 의결권 제한은 기업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순기능은 있지만, 이 역시 주주, 즉 자본의 이익을 위한 투명성에 불과하다는 한계가 있다.
경제민주화는 이름 그대로 경제를 민주주의에 기반해서 운영해야 한다는 사상으로, 주주자본주의는 기업의 주인을 ‘주주’로만 한정한다는 점에서 결코 민주적이지 않다. 한 기업이 돌아가기 위해서는 그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 그 기업이 활동하는 지역사회, 국가 제도와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경제민주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노동자와 지역사회 등의 사회적 통제가 담보되어야 한다. 더 근본적으로는 경제민주화는 기업이 자본의 이윤과 주주 배당, 주가 부양이라는 사익을 위해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지역주민, 그리고 전사회적 공익에 맞게 운영되었을 때, 온전히 실현될 수 있다. 따라서 주주의 권리 강화를 초점에 두는 주주자본주의는 재벌 총수 등 지배주주의 전횡을 일정하게 막는 역할을 할 수는 있어도 경제민주주의는 결코 실현할 수 없다.
상법 개정, ‘경제의 금융화(투기화)’ 더욱 부추길 것
소액주주 권한 확대는 경제민주화, 경제적 민주주의의 핵심인 자본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강화하고, 경영의 의사결정에 노동자가 참여하는 것과 무관한 것을 넘어서서, 더 큰 문제가 있다.
기업의 주주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면 필연적으로 기업이 연구개발(R&D) 투자나 설비투자 등 장기적 관점의 경영 대신 배당, 자사주 소각, 대규모 정리해고 등 단기 실적 중심의 경영을 하도록 유도한다.
이미 미국식 주주자본주의는 수많은 문제를 보여 왔다. 주주 환원 중심의 경영을 위해 원가를 절감하고, 핵심 부품을 외주화하고, 연구개발 비용을 축소한 보잉은 기술력이 무너지고 결함 있는 비행기들을 생산한 끝에, 2018년부터 2025년 현재까지 수많은 사고를 내며 수백명 이상의 인명을 살상하고 자본잠식 기업이 되었다. 성공가도를 달리는 우량기업들 역시 문제가 산적한다. 미국의 거의 모든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통한 주주 환원에 대부분의 이익을 소모한다. 주주환원율(자사주매입+배당)/순이익)이 OECD 평균 약 68%, 중국과 한국은 약 32%인 반해, 미국은 약 92%에 달한다. 높은 주주환원율은 필연적으로 연구개발(R&D), 설비 등에 대한 장기적 관점의 투자를 가로막고, 부족한 자기자본으로 기업의 파산 위험을 높인다.
‘경제의 금융화(투기화)’도 더욱 심화할 것이다. 이재명 신정부의 핵심 국정 정책은 “주식시장 부흥(코스피 5000시대)”이며, 이번 상법개정에 동의한 국힘과 조국혁신당 역시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오명을 벗고 자본시장을 밸류업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들만이 아니다. 민주당발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한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그리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까지 상법 개정을 적극 촉구해 왔다.
민주노총은 4월 1일 한덕수가 상법 개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자, “상법 개정안은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통해 글로벌 스탠다드를 구현함으로써 자본시장을 건전화하는 중대한 전환점이다. ... 자본시장을 한 단계 레벨 업시키는 이번 개정안 통과에 적극 협조할 것을 촉구한다.”라는 성명서를 시민운동과 공동 발표했다. 경제성장의 동력을 주식시장 부양에서 찾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맞서 싸워야 할 자칭 진보정당들과 민주노총이 주주자본주의론에 근거한 주식시장 부양론에 적극 동조하고 있는 개탄스런 현실이다.
상법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자사주 많은 기업에 투자하라? 이재명 정부 '상법 개정안' 최대 수혜주는?” 같은 주식투기를 조장하는 글들이 떠돌고 있다. 이렇듯 상법개정은 노동자민중의 삶의 위기와 불평등을 심화한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축적전략인 ‘자산 기반 성장 전략’의 심화일 뿐이다.
필요한 경제개혁은 ‘노동·생태·돌봄 중심의 공공경제’
주주자본주의는 우리의 산업, 우리의 노동, 우리의 삶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없다. 우리는 주주에 대한 기업의 책임, 즉 주주의 이익이 아니라 노동자, 소비자, 지역사회, 협력업체 등의 다양한 사회 구성원과 이해당사자를 고려한 공공성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기업이 갖도록 해야 한다. 노동자가 경영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
현재 한국경제 필요한 개혁은 주주자본주의로의 개혁(?)이 아니다. 주주자본주의는 불안정노동체제의 고착화, 불평등 심화를 극복하기는커녕 이를 더욱 심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개혁은 한국경제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경제운영의 제1원리를 이윤이 아니라 사람과 자연으로 바꿔야 한다. 불안정노동-저임금-장시간 노동 체제를 끝내야 한다. 공공이 책임지고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주거 교육 의료 돌봄 교통 에너지 통신과 같이 우리 삶에 필요한 필수재화와 서비스를 보편적으로 무상 또는 저렴하게 제공해야 한다. 지구생태계 한계 내에서 생산과 소비가 이뤄지는 경제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필수산업과 기간산업을 장악하고 있는 재벌 대기업, 플랫폼 독점기업, 금융기관을 민주적 통제 하에 공영화하여 ‘노동·생태·돌봄 중심의 공공경제’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주주, 즉 자본의 이익만을 위한 주주자본주의가 아닌 모두를 위한 경제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
2025년 7월 3일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7월 15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되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가 주도한 소액주주운동의 요구가 이재명 정부의 “코스피 5000 시대”, “자사주 소각 의무화”와 같은 주주자본주의 기조와 만나 법제화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6월 11일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핵심은 증시”라며 “주식 시장을 부동산에 버금가는 대체 투자 수단으로 만들겠다” 말하고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방안으로 “비정상적인 것을 고치는 것만 해도 (국내 증시가) 2배 정도는 평가받을 수 있다”며 “상법 개정이 거기에 속한다” 말하는 등, 상법 개정의 취지가 주식시장 활성화와 증시 부양을 위한 방안임을 밝혔다.
상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
현행 상법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로 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사는 회사의 이익을 위하여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주주에 대해서는 충실의무가 없다. 그러나 개정법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며,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여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이사는 의사결정시 회사뿐만 아니라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라는 의도이다.
상장회사의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 의무선임 비율 1/4에서 1/3으로 상향 조정
개정법은 상장회사의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여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독립이사는 ‘사외이사로서 사내이사, 집행임원 및 업무집행 지시자로부터 독립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이사를 말한다’라고 명시한다. 또한 독립이사 선임 의무비율을 1/4에서 1/3으로 확대한다. 이는 상장회사에서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업무집행 감독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이다.
전자주주총회의 법적 근거 마련 및 대규모 상장사의 전자주주총회 병행 개최 의무화
개정법은 전자주주총회를 병행 개최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대규모 상장사의 경우 병행 개최를 의무화한다. 이는 주주 참여의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상장회사의 의사결정에 있어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의도이다.
감사위원 선임 및 해임 시 최대주주의 의결권 제한(“3% 룰”) 강화
현행 상법은 사외이사가 아닌 감사위원의 선임 및 해임의 경우 특수관계인 등이 소유한 주식을 합산하여 발행주식 총수의 3% 초과 소유 여부를 판단하고 3%를 초과하는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으나,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의 선임 및 해임의 경우 특수관계인 등이 소유한 주식을 합산하지 않고 판단한다. 개정 상법은 사외이사 여부와 무관하게 감사위원의 선임 및 해임시 특수관계인 등이 소유한 주식을 합산하여 3% 초과 소유 여부를 판단한다. 이에 따라 감사위원 선임 및 해임에 대한 소수 주주의 영향력은 강화되고 최대주주의 영향력은 약화된다.
이렇듯 개정안의 핵심은 주주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화하며, 전자주주총회로 소액주주의 참여를 확대하고, 감사위원 선임 및 해임에 대한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등, 주주의 권한을 강화해 최대주주(지배 주주)를 견제하는 것이다. 그럼 상법 개정안이 미칠 영향은 무엇일까?
상법 개정 = 경제민주화?
소액주주운동을 경제민주화, 재벌개혁의 경로로 간주하고 요구해온 참여연대 등의 시민운동, 그리고 민주당발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한 정당들, 그리고 민주노총까지 상법 개정을 지지하고 있다.
정부의 상법개정안에 대해 소액주주운동을 경제민주화, 재벌개혁의 경로로 간주하고 요구해온 참여연대는 “지배주주들의 전횡을 막는 첫걸음이 될 중요한 진전”이라며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소액주주운동은 1997년 외환위기를 촉발시킨 한보 사태와 함께 시작되었다. 재계 순위 14위의 한보그룹의 부실경영은 연쇄 도산과 외환위기의 시발점이었다. 시민운동은 한보그룹의 부실경영을 인지하고도 5조원 이상의 불법 대출을 제공한 제일은행 경영진에게 문제를 제기했다. 참여연대가 제일은행 소액주주 110명으로부터 약 89만주를 모집해 주주대표소송 제기요건인 82만주(0.5%)를 충족하고 부실 대출을 승인한 이사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철수 전 제일은행장 등 4명의 피고에게 400억원을 은행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소액주주운동은 삼성전자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제기, 쌍용자동차 및 상하이자동차 경영진에 대한 손해배상 요구 주주대표소송, 대우조선해양 손해배상 소송 등으로 이어졌다.
시민운동의 상법개정안 찬성은 소액주주운동의 일환이다. 참여연대는 상법개정안에 대한 논평에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명문화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대선공약이 아니었던 합산 3%룰 강화 등이 포함되었다고 환영하는 입장과 함께, 민주당의 공약이었던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이 제외된 데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상법 개정은 기업지배구조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개선하고, 총수일가 지배주주의 전횡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며 정부가 상법개정안을 주식시장 부양을 위한 수단으로만 삼는 것이 아닌지 우려를 표하며, 공정경제와 경제민주화 실현의 관점에서 개혁을 추진할 것을 요구한다. 이는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위한 경로로써 상법개정안을 바라보는 시민사회 일부의 시각을 보여준다.
그러나 경제민주화가 주주자본주의로써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은 공상이다. 주주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소액주주의 참여를 확대하는 것은 결국 주주가 주식 투자를 통해 주가 상승과 배당으로 더 큰 이윤을 얻기 위한 방향으로 기업 경영을 유도하는 결과를 낳는다. 사외이사의 독립성 강화와 감사위원 선임 및 해임에 대한 최대주주의 의결권 제한은 기업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순기능은 있지만, 이 역시 주주, 즉 자본의 이익을 위한 투명성에 불과하다는 한계가 있다.
경제민주화는 이름 그대로 경제를 민주주의에 기반해서 운영해야 한다는 사상으로, 주주자본주의는 기업의 주인을 ‘주주’로만 한정한다는 점에서 결코 민주적이지 않다. 한 기업이 돌아가기 위해서는 그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 그 기업이 활동하는 지역사회, 국가 제도와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경제민주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노동자와 지역사회 등의 사회적 통제가 담보되어야 한다. 더 근본적으로는 경제민주화는 기업이 자본의 이윤과 주주 배당, 주가 부양이라는 사익을 위해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지역주민, 그리고 전사회적 공익에 맞게 운영되었을 때, 온전히 실현될 수 있다. 따라서 주주의 권리 강화를 초점에 두는 주주자본주의는 재벌 총수 등 지배주주의 전횡을 일정하게 막는 역할을 할 수는 있어도 경제민주주의는 결코 실현할 수 없다.
상법 개정, ‘경제의 금융화(투기화)’ 더욱 부추길 것
소액주주 권한 확대는 경제민주화, 경제적 민주주의의 핵심인 자본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강화하고, 경영의 의사결정에 노동자가 참여하는 것과 무관한 것을 넘어서서, 더 큰 문제가 있다.
기업의 주주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면 필연적으로 기업이 연구개발(R&D) 투자나 설비투자 등 장기적 관점의 경영 대신 배당, 자사주 소각, 대규모 정리해고 등 단기 실적 중심의 경영을 하도록 유도한다.
이미 미국식 주주자본주의는 수많은 문제를 보여 왔다. 주주 환원 중심의 경영을 위해 원가를 절감하고, 핵심 부품을 외주화하고, 연구개발 비용을 축소한 보잉은 기술력이 무너지고 결함 있는 비행기들을 생산한 끝에, 2018년부터 2025년 현재까지 수많은 사고를 내며 수백명 이상의 인명을 살상하고 자본잠식 기업이 되었다. 성공가도를 달리는 우량기업들 역시 문제가 산적한다. 미국의 거의 모든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통한 주주 환원에 대부분의 이익을 소모한다. 주주환원율(자사주매입+배당)/순이익)이 OECD 평균 약 68%, 중국과 한국은 약 32%인 반해, 미국은 약 92%에 달한다. 높은 주주환원율은 필연적으로 연구개발(R&D), 설비 등에 대한 장기적 관점의 투자를 가로막고, 부족한 자기자본으로 기업의 파산 위험을 높인다.
‘경제의 금융화(투기화)’도 더욱 심화할 것이다. 이재명 신정부의 핵심 국정 정책은 “주식시장 부흥(코스피 5000시대)”이며, 이번 상법개정에 동의한 국힘과 조국혁신당 역시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오명을 벗고 자본시장을 밸류업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들만이 아니다. 민주당발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한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그리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까지 상법 개정을 적극 촉구해 왔다.
민주노총은 4월 1일 한덕수가 상법 개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자, “상법 개정안은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통해 글로벌 스탠다드를 구현함으로써 자본시장을 건전화하는 중대한 전환점이다. ... 자본시장을 한 단계 레벨 업시키는 이번 개정안 통과에 적극 협조할 것을 촉구한다.”라는 성명서를 시민운동과 공동 발표했다. 경제성장의 동력을 주식시장 부양에서 찾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맞서 싸워야 할 자칭 진보정당들과 민주노총이 주주자본주의론에 근거한 주식시장 부양론에 적극 동조하고 있는 개탄스런 현실이다.
상법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자사주 많은 기업에 투자하라? 이재명 정부 '상법 개정안' 최대 수혜주는?” 같은 주식투기를 조장하는 글들이 떠돌고 있다. 이렇듯 상법개정은 노동자민중의 삶의 위기와 불평등을 심화한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축적전략인 ‘자산 기반 성장 전략’의 심화일 뿐이다.
필요한 경제개혁은 ‘노동·생태·돌봄 중심의 공공경제’
주주자본주의는 우리의 산업, 우리의 노동, 우리의 삶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없다. 우리는 주주에 대한 기업의 책임, 즉 주주의 이익이 아니라 노동자, 소비자, 지역사회, 협력업체 등의 다양한 사회 구성원과 이해당사자를 고려한 공공성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기업이 갖도록 해야 한다. 노동자가 경영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
현재 한국경제 필요한 개혁은 주주자본주의로의 개혁(?)이 아니다. 주주자본주의는 불안정노동체제의 고착화, 불평등 심화를 극복하기는커녕 이를 더욱 심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개혁은 한국경제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경제운영의 제1원리를 이윤이 아니라 사람과 자연으로 바꿔야 한다. 불안정노동-저임금-장시간 노동 체제를 끝내야 한다. 공공이 책임지고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주거 교육 의료 돌봄 교통 에너지 통신과 같이 우리 삶에 필요한 필수재화와 서비스를 보편적으로 무상 또는 저렴하게 제공해야 한다. 지구생태계 한계 내에서 생산과 소비가 이뤄지는 경제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필수산업과 기간산업을 장악하고 있는 재벌 대기업, 플랫폼 독점기업, 금융기관을 민주적 통제 하에 공영화하여 ‘노동·생태·돌봄 중심의 공공경제’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주주, 즉 자본의 이익만을 위한 주주자본주의가 아닌 모두를 위한 경제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