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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노동[주목] 물음표 가득한 이재명표 국정과제 : 노동정책을 중심으로

편집부
2025-09-10
조회수 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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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기획위원회가 8월 발표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에 대한 반응이 흥미롭다. 민주노총은 ‘긍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 사실상의 환영 성명을 냈다. 반면 공공운수노조는 ‘대선공약보다 좁아진 국정과제’를 지적하며 ‘일구이언이 아닌 언행일치를 보일 것’을 주문했다.

<국정계획(안)>은 ‘12대 중점 전략과제’와 ‘123대 국정과제’로 구성돼 있다. 전반을 상징하는 키워드는 ‘성장’과 ‘AI’다. 불평등의 시대에 ‘성장’을 핵심 과제로 삼은 것도 마뜩잖지만, 수없이 반복되는 ‘AI’ 정책의 홍수 속에, 누가 그리고 어떤 가치를 위해 AI에 접근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고위험군 AI’를 지정하고, 이에 대한 통제 과정에 노동자의 적극 개입을 보장하는 것과 같은 해외의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이재명의 ‘실용’이 ‘덮어놓고 성장’을 뜻하는 것이라면 걱정이다.

123개 국정과제 중 노동은 총 6회 등장한다. ▴일하는 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안전한 나라(75번 과제) ▴인구변동-디지털전환-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노동대전환(92번 과제) ▴차별과 배제 없는 일터(93번 과제) ▴노동존중 실현과 노동기본권 보장(94번 과제) ▴일-가정-삶이 공존하는 행복한 일터(95번 과제) ▴혁신적 일자리 정책(96번 과제) 등이 그것이다.

노동의제 중에서는 ‘노동안전’이 강조됐다. 노동계의 오랜 요구였던 ‘작업중지권 요건 완화’나 ‘노동자 예방 주체 강화’ 등 그나마 구체적인 대책이 서술된 것도 이 부분이다. 하지만 사망 사고가 집중되고 있는 50인 미만 사업장과 이주노동자, 배달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대책은 여전히 공백이다. 또 위험의 외주화를 지적하면서도 그 대책으로 공시제도 수준을 제시한 것은 실망이다. 이미 수차례에 걸쳐 효능성에 의문이 제기된 정책이기 때문이다. 작업중지권 요건을 완화한다면서도 노조-하청의 중지권이나 임금 손실 보전방안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노조법 2-3조 개정이나 비정규직 고용안정, 임금체불 근절 등을 담은 ‘차별과 배제 없는 일터’ 부분도, 한 발만 더 들어가보면 구멍이 많다. 노조법 2-3조 개정 이후 벌써부터 노동부가 ‘하청업체 노조 간 창구단일화 강제’와 같이 제도 개선의 취지를 무너뜨리는 지침-시행령 개정에 손을 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비정규직 고용을 안정시키겠다고 하면서도, 민간의 경우 ‘정규직 전환 지원금 사업’ 수준에 머물고 있다. 당정에서는 ‘인국공 사태를 다시 겪어선 안된다’는 기조 속에 비정규직 정책에 극도로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근로감독을 강화하겠다면서 ‘지방자치단체 근로가독권한 이관’을 제시한 것은 언어도단이다. 이렇게 될 경우 지역에 따라 노동행정의 일관성이 사라지고, 기업유치의 일환으로 ‘유연한 근로행정’이 등장할 위험도 높다.

‘노동존중’ 관련 공약으로 ‘근로자의 날 명칭 변경’이 첫 머리에 등장한 것은 다소 황당하다. 해야 할 일이지만 지나치게 보여주기식이기 때문이다. 정작 중요한 ‘초기업 교섭 활성화’ 등에 대해서는 목표만 있을 뿐 구체적인 로드맵이나 실행계획이 없다. ‘하긴 할텐데 언제할진 모른다’는 식이다. 경사노위 개선 등 사회적 대화에 대한 강조도 한국적 노사-노정관계의 특성을 무시한 정책방향이란 점에서 우려된다. 주4.5일제와 실노동시간 단축 정책을 펼치겠다는 내용도 나오지만, 목표 시기가 2028년으로 늦춰졌다.

일자리와 노동대전환 정책은 가장 실망이 큰 영역이다. ‘좋은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에 대한 계획이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직업훈련’ 등 박근혜-윤석열을 거치며 앵무새처럼 반복됐던 정책이 또 재탕됐다. 인구변동에 대한 대안으로 정년연장을 제시했는데, 임금삭감-임금체계 개악 금지 등 주요 원칙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생애임금 인상 없는 정년 연장’으로 귀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더 높아졌다. AI 전환에 따른 고용영향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어떻게’와 ‘누구와’에 대한 답이 없다.

사회공공성 영역에서는 후퇴 경향이 더욱 확연하다. 국정기획위는 공공기관 운영 거버넌스와 기관평가에 대한 개선안을 제출하는 등 일부 진전된 내용도 선보였으나, ‘재생에너지 전환’을 강조하는 속에서도 그 핵심인 ‘공공 중심성’은 제시하지 않는 등 한계도 드러냈다. 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목표치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도, KTX-SRT 통합도, 사회서비스원 설치 의무화도 국정과제 보고서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는 국정과제 발표 뒤 이어진 대통령과 정부의 입장 표명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8월14일 열린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 발언을 통해 ‘공공기관 통폐합’을 예고했다. 대규모 구조조정과 은폐된 민영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내용이지만, 이를 통해 공공부문의 재정지출을 줄여보겠다는 것이다. 이어 8월22일 기재부가 발표한 <새정부 경제성장전략>은 마찬가지로 ‘성장’ ‘AI’ 등의 단어로 가득 채우며, ▴대기업 중심 ▴규제완화 ▴공공부문 구조조정 등의 낡은 프레임을 반복하고 있다, 공공기관 노동안전을 확보하고 재생에너지 투자는 을리겠다면서도, 이를 위해 필요한 인력확충과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등에 들어가는 재정지출은 줄이겠다는 말인데, 그 자체로 모순이다. 파란 물감을 사용해 멋진 빨간색을 칠하겠다는 심산이다. 자기 스스로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걸 알텐데도 이런 발표를 내놓는 것을 보면 어느 하나는 거짓말이라는 뜻인데, 과연 어느 말이 진실인지 알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환영 일색’의 입장을 발표한 민주노총의 성명은 이해하기도, 동의하기도 힘들다. 또 국정과제에 자리잡은 노동의제가 구체성을 잃고 허울만 남을 위기에서, 민주노총 위원장이 대통령을 만나 ‘민주노총 건물-부동산에 대한 정부지원금 확대’를 3대 의제 중 하나로 꺼냈다는 사실도 놀랍고 창피하다. 얼마전 중앙위에서의 국회 사회적 대화기구 강행을 민주당과의 ‘밀월’ 혹은 ‘일체화 전략’ 제도화의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민주노총이 대체 어디로 갈 심산인지, 눈 앞이 캄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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