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관세협상과 계급투쟁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고율 관세 부과로 시작된 대미관세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한미 양국 정부는 이미 총액 35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현지투자를 합의했으며, 그 구체적인 내용과 방식에 대해 실무 차원에서의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10월 31일과 11월 1일 경주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 이전에 실무 합의까지 끝내려고 양국 정부는 노력하고 있다.
트럼프의 요구가 관세를 무기로 한 사실상 협박이며, 매우 무리한 요구라는 것은 확실하다. 따라서 트럼프의 횡포를 규탄하면서 한국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총연맹 집행부 세력을 비롯한 노동운동과 사회운동 내 자민통 세력들은 이번 사태를 주로 미국의 경제수탈이라는 시각에서만 바라보고 있는데, 이는 이번 사태의 본질 중 일부만을 강조하는 것으로서 사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대응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 또한 이재명 정부와 한국 대자본의 의도 및 책임을 경시함으로써 이들에게 일정하게 면죄부를 주고 국내의 계급투쟁을 약화시킬 우려도 크다.
이재명 정부와 한국 대자본은 미국의 횡포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고 있는 피해자가 전혀 아니다. 그들 또한 이번 사태를 일종의 기회로 활용하려고 하는 측면도 상당히 있다. 물론 3500억 달러 전액을 현금으로 투자하라는 식의 비상식적이고 어차피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한 요구는 한국이 외환시장의 충격 때문에라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렇기에 통화스와프니 뭐니 해가면서 ‘국익에 위배되는 합의는 할 수 없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추후 실제 합의가 이루어졌을 때, 그 합의가 미국의 무리한 요구에 맞서 나름 선방한 것이라는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다. 이재명 정부와 한국 대자본은 아예 합의 자체를 안 하려는 마음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서 관세율이 높으면 수출에 타격이 온다는 것은 우선 말하는 핑계일 뿐, 핵심적인 이유가 아니다. 고율 관세는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미국에게도 미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 등 심각한 타격이 되므로 이를 언제까지 지속할 수는 없다. 그 기간 동안 고율 관세를 감수하더라도, 그로 인해 발생하는 한국의 피해액은 향휴 3~4년간 누적해서 최대 5~600억 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5~600억 달러 피해를 입지 않으려고 350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건 돈만 따진다면 말이 안 된다. 즉 3500억 달러 투자 약속은 수출 피해 때문이 아니다.
자본가 입장에서 투자는 더 큰 돈을 벌 기회이기도 하다. 광대한 미국의 소비시장이나 소프트웨어 기술력 등을 감안할 때, 대미직접투자는 성공만 한다면 글로벌 대자본으로 성장할 수 있는 호재이다. 방산이나 제조업 등 미국이 전략적인 이유로 다시 부활시키려고 하는 분야는 더욱 그러하다. 이런 분야에서 대미투자를 통해 미국 시장과 글로벌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다면, 한국의 대자본은 지금까지보다 훨씬 업그레이드된 글로벌 대자본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이재명 정부 또한 이런 대자본의 입장에 적극 동조하고 있다. 국정기획위의 ‘진짜성장 보고서’나 집권 후의 각종 장관 인사 및 경제정책 등을 살펴보면, 이재명 정부는 이미 성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조로 완전히 돌아섰다. 산업안전 강조나 노란봉투법 등은 노동을 달래기 위해 일종의 이미지 정치를 하는 것일뿐, 실제 정책방향은 철저히 성장 중심이고 대자본의 입장에 충실하다. 그래서 재벌 등 대자본 역시 이재명 정부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한미관세협상에서도 재벌 총수들이 한꺼번에 트럼프와 골프 회동을 하는 등 이재명 정부를 적극 돕고 있다.
재벌 등 대자본이 이렇게 이재명 정부를 돕는 것은 ‘국익’ 때문이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대미직접투자 확대가 자신들에게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 논의되는 방식은 개별 자본이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다. 사실 투자는 성공하면 기회지만 늘 일정한 리스크가 따른다. 특히 미국의 방산이나 제조업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더욱 그러하다. 가령 한화 필리조선소의 경우 배 1척당 생산비용이 한국의 5배 가량에 달한다. 고비용인데다가 숙련 노동력도 부족하다. 방산이나 제조업이라는 것이 돈만 때려박는다고 부활한다는 보장이 없다. 지속적인 고비용이나 숙련 노동력의 문제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도 매우 크다. 개별 자본이 직접 투자할 경우 그 손실은 모두 개별 자본의 책임이다.
반면 현재 논의되는 방식은 손실을 정부 내지 국책금융기관 등이 같이 부담하게 된다. 3500억 달러 중 현금으로 직접 투자되는 것 빼고는 정부나 국책금융기관의 지급보증이나 대출 등으로 충당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는 실무 협상 과정에서 현금 직접 투자는 최대한 줄이고 지급보증이나 대출의 비중을 늘려서 합의하면서, 이를 성과라고 포장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3500억 달러 전액을 현금으로 직접 투자하는 것은 어차피 외환시장 문제 때문이라도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이었고, 미국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미국 역시 지급보증이나 대출을 통해서라도 자국에 투자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런데 투자 손실이 빌생할 경우, 순수 민간투자와는 달리 정부나 국책금융기관의 지급보증 등이 있으면 그 손실은 정부 내지 국책금융기관이 같이 책임져야 한다. 한국의 대자본 입장에서는 매우 환영할 일이다. 성공하면 글로벌 대자본으로 도약할 수 있고, 실패해도 그 손실을 정부 내지 국책금융기관과 같이 분담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미국의 방산이나 제조업에 대한 투자는 실패할 가능성도 상당히 크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리고 정부 내지 국책금융기관의 부담이란 결국은 한국의 납세자 즉 노동자민중의 부담이다. 이것이야말로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로 떠넘기는’ 또 하나의 방법인 것이다.
결국 현재의 관세협상은 단지 트럼프의 횡포 때문이 아니다. 글로벌 대자본으로의 성장 기회를 잡으면서도 손실은 떠넘기려는 한국 대자본 또한 이를 적극 바라고 있으며, 이미 대자본의 입장에 적극 동조하고 있는 이재명 정부 또한 정말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가 아니라면 적당한 선에서 합의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자본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할 뿐, 노동자민중은 국내투자 축소로 인한 일자리 문제나 투자 손실 분담에 따른 재정 악화로 인한 각종 피해를 입게 된다.
따라서 노동자민중운동 진영은 단지 트럼프만을 규탄할 것이 아니라, 국내투자를 대미투자로 대체하면서 투자에 따른 손실의 위험성도 떠넘기려는 국내 대자본과 이에 적극 호응하고 있는 이재명 정부에 대한 보다 강력한 투쟁에 나서야 한다. 한국 자본이나 정부는 이미 수탈당하는 민족자본 내지 피해자가 아니다. 민족이라는 명분의 계급타협이 아니라 보다 확고한 계급적 관점에서의 투쟁이 필요한 시기이다.
트럼프 관세협상과 계급투쟁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고율 관세 부과로 시작된 대미관세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한미 양국 정부는 이미 총액 35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현지투자를 합의했으며, 그 구체적인 내용과 방식에 대해 실무 차원에서의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10월 31일과 11월 1일 경주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 이전에 실무 합의까지 끝내려고 양국 정부는 노력하고 있다.
트럼프의 요구가 관세를 무기로 한 사실상 협박이며, 매우 무리한 요구라는 것은 확실하다. 따라서 트럼프의 횡포를 규탄하면서 한국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총연맹 집행부 세력을 비롯한 노동운동과 사회운동 내 자민통 세력들은 이번 사태를 주로 미국의 경제수탈이라는 시각에서만 바라보고 있는데, 이는 이번 사태의 본질 중 일부만을 강조하는 것으로서 사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대응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 또한 이재명 정부와 한국 대자본의 의도 및 책임을 경시함으로써 이들에게 일정하게 면죄부를 주고 국내의 계급투쟁을 약화시킬 우려도 크다.
이재명 정부와 한국 대자본은 미국의 횡포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고 있는 피해자가 전혀 아니다. 그들 또한 이번 사태를 일종의 기회로 활용하려고 하는 측면도 상당히 있다. 물론 3500억 달러 전액을 현금으로 투자하라는 식의 비상식적이고 어차피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한 요구는 한국이 외환시장의 충격 때문에라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렇기에 통화스와프니 뭐니 해가면서 ‘국익에 위배되는 합의는 할 수 없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추후 실제 합의가 이루어졌을 때, 그 합의가 미국의 무리한 요구에 맞서 나름 선방한 것이라는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다. 이재명 정부와 한국 대자본은 아예 합의 자체를 안 하려는 마음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서 관세율이 높으면 수출에 타격이 온다는 것은 우선 말하는 핑계일 뿐, 핵심적인 이유가 아니다. 고율 관세는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미국에게도 미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 등 심각한 타격이 되므로 이를 언제까지 지속할 수는 없다. 그 기간 동안 고율 관세를 감수하더라도, 그로 인해 발생하는 한국의 피해액은 향휴 3~4년간 누적해서 최대 5~600억 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5~600억 달러 피해를 입지 않으려고 350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건 돈만 따진다면 말이 안 된다. 즉 3500억 달러 투자 약속은 수출 피해 때문이 아니다.
자본가 입장에서 투자는 더 큰 돈을 벌 기회이기도 하다. 광대한 미국의 소비시장이나 소프트웨어 기술력 등을 감안할 때, 대미직접투자는 성공만 한다면 글로벌 대자본으로 성장할 수 있는 호재이다. 방산이나 제조업 등 미국이 전략적인 이유로 다시 부활시키려고 하는 분야는 더욱 그러하다. 이런 분야에서 대미투자를 통해 미국 시장과 글로벌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다면, 한국의 대자본은 지금까지보다 훨씬 업그레이드된 글로벌 대자본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이재명 정부 또한 이런 대자본의 입장에 적극 동조하고 있다. 국정기획위의 ‘진짜성장 보고서’나 집권 후의 각종 장관 인사 및 경제정책 등을 살펴보면, 이재명 정부는 이미 성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조로 완전히 돌아섰다. 산업안전 강조나 노란봉투법 등은 노동을 달래기 위해 일종의 이미지 정치를 하는 것일뿐, 실제 정책방향은 철저히 성장 중심이고 대자본의 입장에 충실하다. 그래서 재벌 등 대자본 역시 이재명 정부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한미관세협상에서도 재벌 총수들이 한꺼번에 트럼프와 골프 회동을 하는 등 이재명 정부를 적극 돕고 있다.
재벌 등 대자본이 이렇게 이재명 정부를 돕는 것은 ‘국익’ 때문이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대미직접투자 확대가 자신들에게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 논의되는 방식은 개별 자본이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다. 사실 투자는 성공하면 기회지만 늘 일정한 리스크가 따른다. 특히 미국의 방산이나 제조업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더욱 그러하다. 가령 한화 필리조선소의 경우 배 1척당 생산비용이 한국의 5배 가량에 달한다. 고비용인데다가 숙련 노동력도 부족하다. 방산이나 제조업이라는 것이 돈만 때려박는다고 부활한다는 보장이 없다. 지속적인 고비용이나 숙련 노동력의 문제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도 매우 크다. 개별 자본이 직접 투자할 경우 그 손실은 모두 개별 자본의 책임이다.
반면 현재 논의되는 방식은 손실을 정부 내지 국책금융기관 등이 같이 부담하게 된다. 3500억 달러 중 현금으로 직접 투자되는 것 빼고는 정부나 국책금융기관의 지급보증이나 대출 등으로 충당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는 실무 협상 과정에서 현금 직접 투자는 최대한 줄이고 지급보증이나 대출의 비중을 늘려서 합의하면서, 이를 성과라고 포장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3500억 달러 전액을 현금으로 직접 투자하는 것은 어차피 외환시장 문제 때문이라도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이었고, 미국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미국 역시 지급보증이나 대출을 통해서라도 자국에 투자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런데 투자 손실이 빌생할 경우, 순수 민간투자와는 달리 정부나 국책금융기관의 지급보증 등이 있으면 그 손실은 정부 내지 국책금융기관이 같이 책임져야 한다. 한국의 대자본 입장에서는 매우 환영할 일이다. 성공하면 글로벌 대자본으로 도약할 수 있고, 실패해도 그 손실을 정부 내지 국책금융기관과 같이 분담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미국의 방산이나 제조업에 대한 투자는 실패할 가능성도 상당히 크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리고 정부 내지 국책금융기관의 부담이란 결국은 한국의 납세자 즉 노동자민중의 부담이다. 이것이야말로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로 떠넘기는’ 또 하나의 방법인 것이다.
결국 현재의 관세협상은 단지 트럼프의 횡포 때문이 아니다. 글로벌 대자본으로의 성장 기회를 잡으면서도 손실은 떠넘기려는 한국 대자본 또한 이를 적극 바라고 있으며, 이미 대자본의 입장에 적극 동조하고 있는 이재명 정부 또한 정말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가 아니라면 적당한 선에서 합의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자본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할 뿐, 노동자민중은 국내투자 축소로 인한 일자리 문제나 투자 손실 분담에 따른 재정 악화로 인한 각종 피해를 입게 된다.
따라서 노동자민중운동 진영은 단지 트럼프만을 규탄할 것이 아니라, 국내투자를 대미투자로 대체하면서 투자에 따른 손실의 위험성도 떠넘기려는 국내 대자본과 이에 적극 호응하고 있는 이재명 정부에 대한 보다 강력한 투쟁에 나서야 한다. 한국 자본이나 정부는 이미 수탈당하는 민족자본 내지 피해자가 아니다. 민족이라는 명분의 계급타협이 아니라 보다 확고한 계급적 관점에서의 투쟁이 필요한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