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노자 『붉은 시대』
오랜 시간 반공 이데올로기에 지배된 한국에서 식민지 시기 사회주의 운동의 역사는 철저히 지워졌다. 극우 세력이 다시 ‘멸공’을 이용하며 목소리를 키우는 지금, 조선공산당 창당 100주년에 번역된 <붉은 시대>는 그 자체로 시의성을 갖는다. 저자는 1919년부터 1930년대까지, 모든 소수자가 해방운동을 전개했던 시기의 조선 사회주의 운동을 다룬다.
1부 <조직>에서는 식민지 체제 하에서 조선 공산주의가 어떤 분열과 발전을 겪었는지 설명한다. 혁명 전 러시아와 달리 조선 공산주의는 인텔리겐치아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다.. 그들의 비전은 조선의 급진적인 노동자와 결합하였고, 투사들의 고향은 대부분 농촌이었기에 농민운동 역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였다. 이후 운동은 대중의 일상적 삶과 연계되어 노동자 파업과 학생들의 동맹휴업을 주도하였다. 식민 탄압을 받는 타국과의 국제적 연대까지 포함한 이러한 ‘다계층적 동맹’은 오늘날에도 참고할 만한 중요한 기록이다.
2부 <새로운 지식>에서는 외부에서 유입된 이론이 어떻게 공산주의 조직 내에서 수용되었는지 살펴본다. 1920년대 이론 소개에 그쳤던 마르크스 철학은 점차 학술적인 형태를 갖추었고, 민족 개념의 한계를 말하는 지식인들이 등장했다. 중국 농촌의 대중적 조직화 경험과 혁명 이후 모스크바 역시 조선 공산주의자들에게는 대안적인 근대를 비춰주는 좋은 모델이 되어주었다. 그러나 분단 이후 북을 선택한 이들 중 다수는 숙청되었고, 결국 ‘붉은 시대’의 정체성은 남북 모두에게서 배제되는 현실을 맞이하였다.
저자는 당시 시대의 열망이 어떻게 좌절되었는지 다소 담담하게 설명하지만, 한국의 현재를 사회주의의 실패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비록 역사의 주류로 자리 잡지 못하였더라도, 이 시기의 사상은 현재의 제도와 이데올로기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들의 고민은 현재의 과제로 이어졌고, 노동자 중심의 진보정당이 등장하면서 복지는 한국 정치의 핵심 의제가 되었다.
<붉은 시대>는 조선 역시 공산주의 사상의 지적 전통을 가지고 있었으며, 단순히 이념을 수입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혼란스러운 시절 정세를 해석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려 했던 당시의 노동자, 농민, 지식인이 남겨준 소중한 유산이기도 하다. 이 미완의 유산을 어떻게 이어갈지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몫으로 남아있다.
박노자 『붉은 시대』
오랜 시간 반공 이데올로기에 지배된 한국에서 식민지 시기 사회주의 운동의 역사는 철저히 지워졌다. 극우 세력이 다시 ‘멸공’을 이용하며 목소리를 키우는 지금, 조선공산당 창당 100주년에 번역된 <붉은 시대>는 그 자체로 시의성을 갖는다. 저자는 1919년부터 1930년대까지, 모든 소수자가 해방운동을 전개했던 시기의 조선 사회주의 운동을 다룬다.
1부 <조직>에서는 식민지 체제 하에서 조선 공산주의가 어떤 분열과 발전을 겪었는지 설명한다. 혁명 전 러시아와 달리 조선 공산주의는 인텔리겐치아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다.. 그들의 비전은 조선의 급진적인 노동자와 결합하였고, 투사들의 고향은 대부분 농촌이었기에 농민운동 역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였다. 이후 운동은 대중의 일상적 삶과 연계되어 노동자 파업과 학생들의 동맹휴업을 주도하였다. 식민 탄압을 받는 타국과의 국제적 연대까지 포함한 이러한 ‘다계층적 동맹’은 오늘날에도 참고할 만한 중요한 기록이다.
2부 <새로운 지식>에서는 외부에서 유입된 이론이 어떻게 공산주의 조직 내에서 수용되었는지 살펴본다. 1920년대 이론 소개에 그쳤던 마르크스 철학은 점차 학술적인 형태를 갖추었고, 민족 개념의 한계를 말하는 지식인들이 등장했다. 중국 농촌의 대중적 조직화 경험과 혁명 이후 모스크바 역시 조선 공산주의자들에게는 대안적인 근대를 비춰주는 좋은 모델이 되어주었다. 그러나 분단 이후 북을 선택한 이들 중 다수는 숙청되었고, 결국 ‘붉은 시대’의 정체성은 남북 모두에게서 배제되는 현실을 맞이하였다.
저자는 당시 시대의 열망이 어떻게 좌절되었는지 다소 담담하게 설명하지만, 한국의 현재를 사회주의의 실패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비록 역사의 주류로 자리 잡지 못하였더라도, 이 시기의 사상은 현재의 제도와 이데올로기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들의 고민은 현재의 과제로 이어졌고, 노동자 중심의 진보정당이 등장하면서 복지는 한국 정치의 핵심 의제가 되었다.
<붉은 시대>는 조선 역시 공산주의 사상의 지적 전통을 가지고 있었으며, 단순히 이념을 수입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혼란스러운 시절 정세를 해석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려 했던 당시의 노동자, 농민, 지식인이 남겨준 소중한 유산이기도 하다. 이 미완의 유산을 어떻게 이어갈지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몫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