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과 비슷한, 아니, 어쩌면 지금보다 더욱 혼란스러웠던 시대의 비판적 성찰을 통해 지금 상황에서의 과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 위하여 당일 이야기는 나누는 과정에서 나온 "왜 이 영화를 같이 보자고 했는가? (무려 3시간이 넘는 영화를 말이다!!!)"라는 질문의 답은 아무래도 위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당일에는 너무 갑자기 훅 들어온 질문에 제가 당황해서 이래저래 버벅거렸던 기억밖에 없긴 하지만, (감독을 좋아해서, 예전에 아주우~ 살짝 비스무리끄리한 경험이 있어서... 라는 답이 전혀 아니라는 뜻은 아닙니다. 실제로도 좋아하는 감독이고, 무언가의 경험이 영향을 준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영화의 초반부, 연합적군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그려낸 장면은 당시 일본사회가 얼마나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는지를 빠른 교차편집과 쉴 틈 없는 나레이션으로 보여줍니다. 영화의 성격상 일본 공산주의자 동맹(Bund(분트, '동맹'이라는 뜻의 독일어)) 내부의 사성적 분화와 대립만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그야말로 정신없이 지나가는 고유명사들의 홍수에 질릴 지경인데, 당시 지배 이데올로기 내부의 혼란상까지 생각하면 (미시마 유키오의 활동 시기 역시 이 시기이다) 당시 일본사회 전체가 얼마나 정신없는 혼란의 시기였는지를 능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정신없는 혼란기의 특징은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상황이다. 어느 쪽이든 그저 당장 눈 앞의 과제를 봉합하기에 급급해 장기적 과제를 살펴볼 시간도, 내부 구성원의 결속을 다질 겨를도 없다. 이러한 혼란상에 지친 사람들은 '가장 쌈빡하고 단순한' 마법의 열쇠 같은 대안을 갈망하게 되고, 이 극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두 조직, 적군파와 혁명좌파 역시 '무력에 의한 세계혁명전쟁'이라는 단순하고 알기 쉬운, 그러면서 모든 난맥상을 한 방에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대안을 선택하게 된다. 누구와 협상하고, 누구와 손 잡고, 무엇을 양보하고, 무엇은 반드시 지키고... 매 순간 이런 것을 판단하고 실행하는 일이 얼마나 머리아픈 일인가? 죽창 한 방이면 모든 것이 해결될 텐데? 이후의 사건은 역사가 보여 주는 그대로이다. 혁명좌파의 산악베이스를 거점으로 한 군사훈련은 「총괄(総括)」 이라는 미명 하에 이루어진 집단 린치로 12명의 '내부 불순분자'를 살해하였고, 좁혀오는 경찰의 포위망을 피해 도망치던 일부 조직원들이 아사마 산장을 점거하고 산장 관리인의 부인을 인질삼아 9일간 경찰과 대치 끝에 전원 체포된다. 당시 아사마 산장 사건은 NHK를 통해 9일 내내 생중계되어 9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일본 사회 전체를 큰 충격에 빠트리게 되었고, 이들의 체포를 통해 그 동안 알려져 있지 않았던 산악 베이스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면서 이후 일본 사회 운동이 궤멸적인 타격을 입히게 된다. 산악베이스 사건과 아마사 산장 사건이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은 당시 일본 사회의 난맥상과 지금의 한국 상황이 너무 닮아 있다고 느껴서이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혼란한 상황이 국제적으로는 물론 국내적으로도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극단적 배제를 주장하는 이들의 세력이 점차 커져가고 있는, 모두가 모두의 적인 상황에서 점점 고립되어 가고 있는 좌파의 입지 등은 지금 우리 사회와 너무나도 비슷해 보인다. 너무나 뻔한 이야기일 수도 이지만, 결국 더욱 더 견고하게, 더욱 더 폭넓게 서로를 연결해 나가는 것이 해법이 아닐까? 연합적군의 실패는 그들 스스로 택한, (하지만 사회에 의해 강요된) 고립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고립된 와중에 서로의 순수성을 겨루게 되는 과정이 얼마나 큰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 작품을 통해 결코 고립되지 않기를, 그러면서도 어설픈 타협으로 보수화되지 않는, '뜨거운 아이스크림' 같은 무언가를 함께 모색할 수 있는 동지들을 더욱 많이 만나고 싶다._박수영 |
활동 브리핑 - 10월
- 영화 <실록 연합적군> 감상 후기
영화의 배경과 단상!
1960년대 말은 68혁명을 중심으로 세계 각지에서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었음. 공항과 오일쇼크로 인한 자본주의 경제 위기와 미국 닉슨 독트린 발표에 따른 아시아와 중동의 불안정, 베트남 전쟁과 중국의 문화혁명 등이 있었음.
같은시기 미일안보조약에 반대하는 전공투 및 학생운동이 격렬하게 전개 되었고 적군파 역시 이러한 배경에서 등장함.
영화의 도입 부분에서도 이러한 정세를 언급하면서 혁명에 있어서 적군파가 무장으로 ‘뇌관’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인식. 하지만 일본의 공산당을 비롯한 사회주의 계열의 정당들은 위와 같은 흐름을 지지하거나 동참하지 않고 관망하거나 반대하였음.
약 3부로 전개되는 이 영화는 도입 부분에서 위와 같은 흐름을 보여줌. 당시 영상을 자료로 활용하여 다큐 형식을 차용한 드라마.
‘적군파’는 혁명을 조직하기 위해 산속에서 게릴라 투쟁을 전개하지만, 이는 대중과 괴리되고 고립되어 나갔으며 모순을 내부에서 찾게 되면서 조직원 간의 사상투쟁을 벌임. 나약한 활동에 대한 비판 및 총괄 활동으로 심각한 내부 분열이 이어졌음. 실제 전개된 여학생이 자신의 얼굴을 구타하는 장면, 클로즈업으로 보여주고, 임신상태인 여성을 폭행하는 장면, 서로 죽이는 장면은 매우 충격적 이었음.
중간 부분 조직원들 간의 상호비판과 총괄시켜 나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마지막 ‘아사마 산장’에서 항쟁하다 일망타진 되는 것으로 막을 내림.
감독은 3시간 넘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그의 카메라는 조직원들의 시선으로 촬영됨. 특히 산장 안 전투장면은 경찰이 어떻게 제압 할 것인가보다 대응과 저항을 중심으로 긴박하게 전개됨. 조직원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소년이 울부짓으며 내밸는 대사는 감독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으로 해석되었으며, 산장 여자의 불안한 표정과 연민 어린 시선은 관객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였음.
결과적으로 영화처럼 일본 사회주의 운동은 적군파의 활동 이후 침체하거나 점차 우경화되어 나감. 이후 80년대를 거쳐 일본 경제는 높은 경제성장율을 보이며 호황기를 누렸으나 그후 미국과의 ‘플라자합의’ 이후 버블경제로 들어섰고, 지금은 기나긴 침체를 벗어나고 있지 못음.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 정치적 우경화와 노동자들 간의 차별, 빈곤과 고령화 등등 위기에 직면하고 있음.
이 영화가 일본 사회주의 운동의 종말과 ‘극혐’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지만, 좌익소아병적 활동에 대한 경고와 ‘비판적 성찰’도 될 수 있다고 봄._최인기
영화를 고를 때 포스터와 제목 외에는 추가적인 정보를 찾아보지 않고 관람하는 편이다. 그래서 실록 연합적군에 대해서도 이외의 정보 없이 모임 장소에 가게 되었는데, 영화를 전부 관람한 뒤 든 생각은 역시 이 영화 길다는 것. 러닝타임이 3시간이기도 했는데, 2부와 3부는 거의 동일한 장소에서 고립되어 이루어지다보니 그런 감상이 깊어진 것 같다. 영화의 텐션을 끌어오기 위해서 비슷한 의도를 가진 장면들이 길게 이어지기도 했고….
그런 의미에서 영화 중후반부는 구태여 하나의 씬을 길게 이어가며 분위기를 쌓아올려 고립의 위험성을 느끼게 해준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소수 인원만으로 구성된 갇힌 사회에서는 기존의 위계가 심해지고, 교류가 한정되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다만 그렇게 산장으로 들어간 사람들이, 물론 각각 훈련과 농성을 목적으로 스스로 고립되었던 건 맞으면서도, 그러한 선택지만을 남겨둔 건 일본 사회이기에 조금 심란했던 것 같다. 그런 사회와 체제에 대항하기 위해 이러한 방식의 싸움으로 내몰린 것인데, 그렇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도 깨어지고 골이 깊어지는 상황이라. 엔딩 크레딧이나 영화 중간에 팔레스타인과 하마스 또한 언급되어서 더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또 누군가 죽었을 때는 그 인물의 인생을 짧게 요약하면서 이름과 나이를 알려주는데, 일본 이름이다보니 영화 내내 알아듣기는 힘들었지만… 사망한 시점의 나이가 전부 이십대 초반 정도였다. 산장에서 농성했을 때는 부모님이 불려오기도 했고. 죽은 사람들도 생존한 이들도 전부 굉장히 어린 축에 속하는 셈인데, 그래서 적군 소속 인원과 분명 연상일 산장 주인의 아내와의 관계가 더 특이하게 느껴지기도 했던 것 같다. 인질이 아니라고 하지만 사실상 인질과 다름 없는 상황이 기만적이기도 하면서, 아예 인질과 괴한의 관계와는 다른 점이 있던 것도 사실이고, 마지막 부분의 다른 건 괜찮지만 재판에 증인으로 부르지는 말아달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재판에 나간다면 ‘인질’으로서의 역할을 요구받을테니 그러고 싶지 않았던 걸까 싶기도 하면서도, 농성기간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기 싫었던 걸까 싶기도 하다. 어느 쪽이든, 2부에 비해서 더 급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내부 갈등이 크지는 않았던 이유 중 하나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좌우간 실록 연합적군에는 물론 감독의 주관과 경찰에게 제출한 증언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결코 객관적일 수는 없는 기록이지만—과연 객관적인 기록은 존재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우선 뒤로하고—다큐멘터리에 가까운 형태를 취하고 있고, 그렇기에 영화 속 인물은 캐릭터가 아닌 역사 속의 인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영화의 전체적인 메시지만큼이나 우리와 나의 운동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잘 알지 못하던 일본의 운동 역사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기에, 러닝타임을 함께 견딜 수 있는 동지들이 있고(^^) 일본운동사에 관심 있다면 볼만 한 듯._시원
*일본에도 사회주의 계열의 정치적 움직임이 있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것이 정치의 계절이라고 불린다고 알고 있다. 정치의 계절은 적군파의 아사마 산장 사건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이 영화는 아사마 산장 사건을 따라가며 일본 내 사회주의의 움직임이 단순히 산장 사건으로 인해 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산장에 고립된 상황, 적군파가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자아비판이 전체주의의 숙청 도구로 사용되며 일본의 좌파 운동은 자멸한 것이다.
감독은 구태여 이 사건을 최대한 충실히 재현하여 경찰 측에서 재현한 산장 사건과도, 신화화되는 산장 사건과도 거리를 두며 이 사건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_엄정후
지금과 비슷한, 아니, 어쩌면 지금보다 더욱 혼란스러웠던 시대의 비판적 성찰을 통해 지금 상황에서의 과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 위하여
당일 이야기는 나누는 과정에서 나온 "왜 이 영화를 같이 보자고 했는가? (무려 3시간이 넘는 영화를 말이다!!!)"라는 질문의 답은 아무래도 위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당일에는 너무 갑자기 훅 들어온 질문에 제가 당황해서 이래저래 버벅거렸던 기억밖에 없긴 하지만, (감독을 좋아해서, 예전에 아주우~ 살짝 비스무리끄리한 경험이 있어서... 라는 답이 전혀 아니라는 뜻은 아닙니다. 실제로도 좋아하는 감독이고, 무언가의 경험이 영향을 준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영화의 초반부, 연합적군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그려낸 장면은 당시 일본사회가 얼마나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는지를 빠른 교차편집과 쉴 틈 없는 나레이션으로 보여줍니다. 영화의 성격상 일본 공산주의자 동맹(Bund(분트, '동맹'이라는 뜻의 독일어)) 내부의 사성적 분화와 대립만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그야말로 정신없이 지나가는 고유명사들의 홍수에 질릴 지경인데, 당시 지배 이데올로기 내부의 혼란상까지 생각하면 (미시마 유키오의 활동 시기 역시 이 시기이다) 당시 일본사회 전체가 얼마나 정신없는 혼란의 시기였는지를 능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정신없는 혼란기의 특징은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상황이다. 어느 쪽이든 그저 당장 눈 앞의 과제를 봉합하기에 급급해 장기적 과제를 살펴볼 시간도, 내부 구성원의 결속을 다질 겨를도 없다. 이러한 혼란상에 지친 사람들은 '가장 쌈빡하고 단순한' 마법의 열쇠 같은 대안을 갈망하게 되고, 이 극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두 조직, 적군파와 혁명좌파 역시 '무력에 의한 세계혁명전쟁'이라는 단순하고 알기 쉬운, 그러면서 모든 난맥상을 한 방에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대안을 선택하게 된다. 누구와 협상하고, 누구와 손 잡고, 무엇을 양보하고, 무엇은 반드시 지키고... 매 순간 이런 것을 판단하고 실행하는 일이 얼마나 머리아픈 일인가? 죽창 한 방이면 모든 것이 해결될 텐데?
이후의 사건은 역사가 보여 주는 그대로이다. 혁명좌파의 산악베이스를 거점으로 한 군사훈련은 「총괄(総括)」 이라는 미명 하에 이루어진 집단 린치로 12명의 '내부 불순분자'를 살해하였고, 좁혀오는 경찰의 포위망을 피해 도망치던 일부 조직원들이 아사마 산장을 점거하고 산장 관리인의 부인을 인질삼아 9일간 경찰과 대치 끝에 전원 체포된다. 당시 아사마 산장 사건은 NHK를 통해 9일 내내 생중계되어 9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일본 사회 전체를 큰 충격에 빠트리게 되었고, 이들의 체포를 통해 그 동안 알려져 있지 않았던 산악 베이스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면서 이후 일본 사회 운동이 궤멸적인 타격을 입히게 된다.
산악베이스 사건과 아마사 산장 사건이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은 당시 일본 사회의 난맥상과 지금의 한국 상황이 너무 닮아 있다고 느껴서이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혼란한 상황이 국제적으로는 물론 국내적으로도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극단적 배제를 주장하는 이들의 세력이 점차 커져가고 있는, 모두가 모두의 적인 상황에서 점점 고립되어 가고 있는 좌파의 입지 등은 지금 우리 사회와 너무나도 비슷해 보인다.
너무나 뻔한 이야기일 수도 이지만, 결국 더욱 더 견고하게, 더욱 더 폭넓게 서로를 연결해 나가는 것이 해법이 아닐까? 연합적군의 실패는 그들 스스로 택한, (하지만 사회에 의해 강요된) 고립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고립된 와중에 서로의 순수성을 겨루게 되는 과정이 얼마나 큰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 작품을 통해 결코 고립되지 않기를, 그러면서도 어설픈 타협으로 보수화되지 않는, '뜨거운 아이스크림' 같은 무언가를 함께 모색할 수 있는 동지들을 더욱 많이 만나고 싶다._박수영
레드무비 4번째 모임의 영화로 박수영 동지가 추천한 '실록 연합적군'을 시청했다. 실록 연합적군은 일본의 역사적인 학생운동인 전공투가 등장하고 소멸하게 된 굵직한 사건들을 가까이서 경험했던 와카마츠 코지 감독의 시선으로 서술된 영화이다. 장장 3시간의 러닝타임의 영화로 박수영 동지가 영화를 3부로 나눠서 각 부 간 인터미션을 두었다.
1부는 전공투가 등장한 일본의 상황과 국제적인 혁명적 분위기를 그리며 적군파와 혁명좌파가 연합하여 연합적군파가 탄생한 일련의 사건들을 그린다. 2부는 산악 베이스 사건에서의 잔악했던 총괄의 모습을 3부에서는 아사마 산장 사건을 보여준다.
일본의 학생운동사를 모르는 나는 1부를 통해서 그때 당시의 상황과 분위기를 대략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많은 정보량들이 있었지만 감독의 역량으로 몰입감있게 영화에 빠져들게 해주었다.
잠깐의 인터미션을 가진 후 시청한 2부는 충격적이고 무거운 시간이었다. 경찰의 눈을 피해 산 속으로 들어간 연합적군파는 외부와의 소통과 단절된 채, 서로를 희생시키는 총괄이란 단어의 자기반성을 실시했다. 총괄이라는 이름으로 벌여진 집단구타 및 살인은 그들이 꿈꾸던 혁명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변질시켜 결국 아무런 관련이 없게끔 만들었다. 혁명의 좌절과 체포라는 공포가 그들을 괴물로 만들었는지 아니면 그릇된 리더가 그들을 괴물로 만들었는지 아니면 원래부터 그들이 괴물이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들을 향한 감독의 연민이 느껴졌었다. _ 한준규
영화 속 총괄(자아비판)은
서로를 단단하게 하기보다 서로를 소진시키는 방식으로 굳어져 있었다.
지도자의 자기 성찰이 부재한 자리에서
비판은 언제나 약한 이들을 향했고,
‘공산주의화’는 추상적 구호로만 떠돌았다.
그 단어는 방향을 가리키지 못한 별자리였고,
갇힌 공간의 감정은 웅덩이의 물처럼
천천히, 그러나 깊고 어둡게 서로를 물들여갔다.
이상을 말하면서 일상을 품어내지 못한 공동체는
결국 내부의 균열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
지금 사회주의를 말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용기는
더 큰 소리나 더 높은 구호가 아니라,
서로의 하루를 지키고, 생활을 함께 구성하려는 용기다.
이상은 하늘에 있으나
혁명은 결국 사람 사이의 온기에서 숨 쉰다.
2025 예술공간 비트의 프로그램들은
레드 무비, 사진, 만화, 전시, 그리고 산책의 이름으로
생활 속 혁명의 기반을 단단히 구축하는 실천의 장이다.
생활을 함께 조직하는 이 시간이 쌓일수록
우리는 서로를 더 명료하게 이해하고,
혁명의 가능성을 더 현실적으로 확장한다. _적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