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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퀴어[리뷰&에세이] 투쟁으로 이룬 사랑 by 피린

편집부
2025-11-03
조회수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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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으로 이룬 사랑 by 피린


8년만에 애인이 생겼다. 그것도 투쟁 현장에서 이루어진 사랑이다. 우리가 처음 만난 것은 4월 18일 이수기업 투쟁문화제에서였다. 이수기업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1차 하청업체로 늘 해오던 고용승계를 하지 않고 노동자들을 부당해고 해버린 것이다. 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을 받자 현대차 자본은 기업을 폐업하고 그대로 도망가버렸다.

이러한 불법파견, 부당해고에 항의하기 위한 이수기업 해고노동자들은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정문 앞에 농성천막을 세우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수백명에 달하는 현대자동차 구사대에게 천막을 폭력적으로 강탈 당했다. 구사대들은 떼로 달려들어 천막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그렇게 갈기갈기 찢은 잔해마저 트럭에 실어 어딘가로 훔쳐가버렸다. 3월 13일에 이어서 4월 18일도 구사대가 천막을 강탈해갔으며, 해고노동자들 뿐아니라 연대시민들에게도 폭력을 휘둘렀다. 그때 총 30여명이 부상을 입었고, 10명이 응급차에 실려갔다. 어떤 동지는 갈비뼈 2개가 골절되었으며, 어떤 동지는 종아리 근육이 파열되었으며, 어떤 동지는 어깨 근육이 끊어졌으며, 어떤 동지는 손가락이 골절되어 수술까지 해야했다. 특히 여성 동지들의 머리채를 붙잡고 바닥에 내동댕이쳐서 뇌진탕에 걸린 동지들도 많았다. 경찰은 이 모든 과정을 그저 수수방관하며 지켜보기만 했다. 뿐만 아니라 현대차 구사대 폭력에 항의하던 동지 3명을 경찰이 연행까지 해갔다. 그에 반해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휘두른 구사대는 단 한명도 체포해가지 않았다. 

나 또한 이 과정에서 구사대에 의해 타박상과 찰과상을 입었으며, 뿐만아니라 그들은 내가 생일선물로 받은 소중한 장투 깃대를 빼앗아가 삼등분으로 부러뜨려놓았다. 깃대에 걸려있던 깃발마저 같이 도난을 당했는데 나중에 구사대가 모여있는 화단에 가보니 부러진 깃대의 잔해와 함께 깃발이 버려져 있었다. 그날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여러 동지들의 깃대도 현대자동차 구사대가 부숴뜨렸다. 삼등분난 깃대 중 제일 아랫단이 아무렇게나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는데 지금의 내 애인이 된 동지가 부러진 깃대들을 수습하여 모으고 있었다. 동지는 부러진 내 깃대와 자신의 깃대를 함께 들어주었다(후에 이 장면의 사진은 현대자동차 구사대 이수기업 폭력사건 진상보고서의 표지가 되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구미 옵티칼 하이테크, 서면시장번영회지회 수요집회, 태경산업 일요집회 등 투쟁현장에서 같이 함께하게 되었다. 동지는 기수였다. 그것도 3m*2m 짜리의 거대한 깃발을 자유자재로 휘두르는. 구미역에서 옵티칼 하이테크 공장까지 11km를 옵티칼 희망뚜벅이를 하면서 걸어갔을 때 깃발을 들고 행진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멋있다고 생각했었고, 동지의 2호기가 러브라이브 깃발(니지가사키 학원 하나만 고를 수 없어 동호회)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같은 러브라이버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태경산업 집회에 연대하러 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하던 도중 동지가 '찾아가는 퀴어퍼레이드를 열자. 성소수 노동자의 힘을 보여주겠다'라고 해서 동지가 성소수자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알고보니 동지는 나와 같은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퀴어였다. 동지가 성소수자라는 것을 알게 되자 왠지 모르게 더욱더 내적친밀감이 느껴졌다. 

나는 자존감이 많이 낮은 편이라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먼저 고백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다만 나는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는 일은 잘 못해서 그 뒤로 매일밤 동지에게 '잘자요'라고 인사를 했다. 

그리고 이수기업 투쟁 300일이 되는 날인 7월 27일에 이수기업 동지들에게 케이크를 전해주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동지에게 고백을 받았다. 나는 과거에 성노동을 한 성노동자였기 때문에 그것이 마음에 걸려서 내가 과거에 성노동을 했었던 사람인데 그래도 괜찮은지 물었다. 몸을 팔았던 사람인데 그래도 괜찮냐고. 그러자 동지는 '나는 지금의 피린이 좋다. 지금의 피린이 좋다는 것은 과거의 피린이 쌓아놓은 역사를 존중한다는것이기도 해. 과거 피린의 역사가 존재하지 않으면 지금의 피린은 존재할수없으니까'라고 말해주었다. 

그렇게 이수기업 투쟁 300일 되는 날에 우리는 1일이 되었다. 그렇게 논논 커플이 되었다. 그것도 동지는 연하논이었다(알고보니 내가 7살이나 연상이었다🤣) 그렇게 되었다. 

오늘이 벌써 이수기업투쟁 392일(10월 27일 기준)이 되는 날이고, 나와 동지는 92일이 되는 날이다. 8일 뒤면 이수기업 투쟁이 400일이 된다(그날이 나와 동지가 사귄지 100일째 되는 날이다...)

나와 동지의 만남은 이수기업 투쟁으로 이룬 사랑이다. 이수기업 동지들에게 빚진 만남이고, 

이수기업 동지들에게 빚진 사랑이다. 나는 나의 사랑을 이어준 이수기업 동지들이 승리하여 공장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동지와 함께 보고 싶다.

이수기업 해고노동자 동지들이 모두 고용승계 되는 그날까지 끝까지 동지와 함께 연대할 것이다.


현대차는 이수기업 고용승계 책임져라!

비정규직 철폐 투쟁! 결사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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