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l. 02-6004-2000
Fax. 02-6004-2001
E-mail. laborkr@gmail.com
Addr.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영등포로 97 창덕빌딩 4층 노동당

아티클


퀴어[활동 브리핑] TDOR 맞이 11월 정기모임&강연회

편집부
2025-11-11
조회수 310

c574c1ad01bd2.png


젠더퀴어는 어디로 갔는가 왜 보이지 않는가&투쟁하는 트랜스젠더 동지들과 연대하는 법

- 2025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맞이 성소수자위원회 정기모임&강연회


TDoR(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이 있는 11월을 맞아,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에서 집담회와 강연회를 개최했습니다. 날씨가 쌀쌀한 탓인지 문득문득 가슴이 시린 계절인 가을, 떠나간 이를 추모하며, 남겨진 이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감각하기 위한 커뮤니티와 공동체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또한, 같은 뜻을 가진 동지(同志)에게마저 나의 정체성이 이해받지 못하는 서글픈 경험도 다들 한 번쯤은 겪게 됩니다. 전태일열사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 다음날인 11월 9일,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는 11월 정기모임 <젠더퀴어는 어디로 갔는가 왜 보이지 않는가>를 열어 젠더퀴어와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이 삶의 즐거움과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고, 강연회 <투쟁하는 트랜스젠더 동지들과 연대하는 법>을 열어 트랜스젠더와 ‘동지’가 되는 방법을 함께 배웠습니다. 

※TRIGGER WARNING: 아래 글은 트랜스젠더로서 겪은 차별의 경험, 혐오표현, 유무형의 폭력에 대한 묘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정기모임 - <젠더퀴어는 어디로 갔는가 왜 보이지 않는가>


요즘 살기 괜찮나요?


52f5e5704799a.png


행사에 사용된 패들렛 창. 어디 갔냐던 젠더퀴어들 여기 다 모인 듯한 기세로 글이 올라왔다.


“비슷한 레파토리의 이야기가 절기마냥 돌아오고 있잖아요. 트랜스어쩌구, 트랜스젠더는 허상이다...저는 무시할 수 있어도, 친구들이 싸불(사이버불링)당하고 있으면 보고 있기 힘들어요.”

“페미니스트 공동체 안에서도 불편함이나 소외감을 느낄 때가 있어요. ”여성들만 있을 때가 제일 좋다“라는 말을 들으면 혹시 젠더퀴어는 불편해하지 않을까 소외감을 느끼고, 정체성을 밝힌 후 사이가 소원해지면 혹시 내가 바이젠더라서 소원해진 건지 피해의식도 느껴요.”

강연회 시작에 앞서, 오후 2시부터 정기모임 <젠더퀴어는 어디로 갔는가 왜 보이지 않는가>가 진행됐습니다. 참가자들은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각자의 사는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또는 감정에 북받쳐 이야기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인터넷상의 트랜스젠더 대상 혐오발언과 사이버불링에 상처받고, 또 SNS를 떠난 이야기들을 언급하며 “점점 심해지는 것 같다”는 인상을 남겼습니다.

사회운동 공간에서의 소외감을 언급하는 참가자 역시 많았습니다. 평등한 환대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공간에서마저 불편함과 소외됨을 느끼는 것은 바깥 사회에서 느끼는 차별과는 또 다른 서글픔일 것입니다. 일부 페미니즘 운동 안에서 겪었던 트랜스혐오적 경험들로 인해, 페미니스트라는 점과 트랜스젠더라는 점 모두가 스스로를 구성하는 중요한 정체성이었던 참가자들로 하여금 무기력감을 느끼게 했다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HRT를 시작한지 5년이 지났고, 젠더표현 등의 측면에서 만족감도 크지만 한편으로는 남성으로 패싱되기 떄문에 생기는 불편함도 있습니다. 내가 나임을 증명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성별이분법적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는 걸 보며 ‘나는 이 사회에 존재하는 사람으로 여겨지지 않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그래서 성중립화장실/모장실을 더 많이 설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 더 많이 투쟁해야겠다 싶습니다.”

성별이분법과 불화하는 젠더퀴어 당사자들이 느끼는 또 다른 불편함 역시 공유되었습니다. 성별을 정정한다고 해도 여와 남 둘 중 하나에 맞춰야 하는 제도적 현실상 성별정정을 포기하기도 하고, 의료적 요법을 통해 스스로의 젠더표현을 바꾸어도 성별이분법적 틀 안에 맞춰져 인식되는 현실 역시 고충이 많다고 이야기를 나눠주셨습니다. 

참가자들은 또한 트랜스젠더의 가장 큰 고충 중 하나인 화장실 이용에 대한 경험도 나눴습니다. 패싱에 자신이 없어 젠더정체성에 맞는 화장실 이용을 주저하게 된다는 경험에 더불어, 성별이분법적 여/남 화장실이 아닌 성중립화장실 확대를 통해 환대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기 또한 이어졌습니다.


함께 단결하여 혐오에 맞서자


7780f6cef6dad.png

시원 운영위원의 발제 슬라이드. 시원 운영위원은 중간부터 분노에 가득찬 목소리로 한국 사회의 성별이분법을 규탄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다음 순서로는 시원 운영위원의 발제가 이어졌습니다. 시원 운영위원은 트랜스젠더 혐오의 기저에는 자본주의 체제의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와 생산/재생산노동의 이분법적 성별 분업이 있고, 개인의 파편화를 심화하고 구조적 차별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현대의 신자유주의가 이러한 트랜스젠더 혐오를 더욱 가속화한다고 지적하며 발제를 시작했습니다.

시원 운영위원은 여성해방과 바이너리 트랜스젠더의 삶의 조건을 나아지게 하는 여러 가지 과제들을 제시하는 한편, 이러한 과제들만 해결되면 과연 모두의 존엄이 보장되는 사회가 될지를 반문했습니다. 시원은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가 겪는 교차하는 차별들을 언급하며, 사회적 정상성에서 더욱 멀어져 있는 주체들의 삶이 존엄을 찾지 않는 이상, 그 누구도 우리 사회에서 평등할 수 없음을 지적하며 “논바이너리에게 편한 공간이 바이너리 트랜스젠더에게도, 시스젠더에게도 편한 공간”이 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6b6507ad9c083.png

시원 운영위원의 발제 슬라이드. 당일 현장에는 비건 초코쿠키가 다과로 준비되어 있었다. 해당 짤을 그려주신 원작자분께서는 성소수자위원회 이메일(labor.lgbtplus@gmail.com)로 연락 주시면 성소수자위원회 굿즈 세트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시원 운영위원은 마지막으로 젠더퀴어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을 단순히 “약자”이기 때문에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를 넘어, “성별이분법과 정상성을 타파할 힘이 있는 운동의 주체”로 인식하길 주문했습니다. 시원은 운동의 주체로서, 성별이분법을 타파하고 스스로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젠더퀴어 투쟁의 과제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함께 고민하자는 말과 함께 발제를 마쳤습니다.


이것저것 보장하라! 아무거나 규탄한다!


cedc43be7955c.jpeg

정기모임 참가자들 단체사진


“주민번호 완전난수화 제발요! 만약 제가 성별을 논바로 정정할 수 있게 되어도 주민번호에 드러나면 민증 내놓을 때마다 논바라고 이마에 써붙이고 다니는 느낌이잖아요. 주민번호 완전난수화와 법적 성별 자기기입제는 같이 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발제에 이어 젠더퀴어 당사자의 삶을 바꿀 여러 과제들을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법적 성별 자기기입제, 주민등록번호 완전난수화, 트랜지션에 필요한 의료적 조치 의료보험 급여화와 트랜스젠더 전문 공공의료기관 설립 등 노동당의 트랜스젠더 정책공약들이 소개되었습니다.


“호르몬 치료를 하게 되면 보험 가입이 거부되는 경우가 있어요. 명백한 차별인데요, 보험사를 규제할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하지 싶어요.”

트랜지션에 수반되는 의료 조치들에 대한 요구들이 가장 활발히 이야기되었습니다. 호르몬 요법 시 보험 가입이 거부되거나, 성별정정 이전에는 의료보험 급여 적용이 안 되다가 정정 이후에는 “갱년기 치료”나 “여유증 치료” 등의 명목으로 의료보험 급여 대상이 되는 등의 부조리한 일들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고, 성별정정을 위한 F64.0 진단서를 받기 위해 의사에게 자신이 (이분법적 성별에 맞는) 여성/남성이라고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불합리함 역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학교라는 공간 자체가 정상성이 강하게 작용하는 공간이다보니, 교사들도 정상성 밖의 공간을 잘 상상하지 못하고, 트랜스젠더 학생들이 탈학교를 많이 선택하기도 해요. 학교가 좀 더 트랜스젠더 친화적인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포괄적 성(평등)교육이 필요하고, 교원양성기관에서도 성소수자 인권 교육이 꼭 필요합니다.”

학교와 교육에 대한 이야기 역시 활발했습니다. 스스로의, 또는 주변 트랜스젠더 지인들의 탈학교 경험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왔고, 학교 공간 안에서 트랜스젠더 청소년들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퀴어프렌들리한 교사와 상담교사, 성중립화장실 의무 설치 등의 요구들이 제기됐습니다. 또한, 공공기관 트랜스젠더 인권교육 의무화 요구와 함께,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절실한 요구들도 나왔습니다.


“젠더퀴어 맞춤 정책들도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보편적인 공공정책이 필요한 것 같아요. 장애/노년 정체성이 교차할 때도 있다보니 더더욱이요. 반대로 보편 공공정책에 젠더퀴어의 삶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안 된다는 점도 우리가 같이 짚어 본 것 같아요.”

탈학교와 어려운 취업, 혐오적이고 배제적인 사회적 시선으로 인해 젠더퀴어는 우리 사회의 정상성과 안전망 밖으로 밀려나기 쉽습니다. 때문에, 이들의 삶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모두를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탄탄해야 한다는 이야기 또한 함께 나누었습니다. 공공성을 중심으로 모두의 존엄한 삶을 보장하고, ‘존엄한 삶’이라는 개념에 젠더퀴어의 삶의 맥락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로 정기모임 이야기나누기를 마무리했습니다.



강연회 - <투쟁하는 트랜스젠더 동지들과 연대하는 법>


트랜스젠더와 친해지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54301bbc84c60.jpg

행성인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 이안 팀장이 강연 중이다


정기모임이 끝나고 5시부터 TDOR 맞이 강연회 <투쟁하는 트랜스젠더 동지들과 연대하는 법>이 시작되었습니다. 트랜스젠더 당사자뿐 아니라 트랜스젠더 앨라이가 되기를 바라는 비당사자들이 함께 강연을 들었습니다. 강연은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 팀장인 이안님이 맡아주셨습니다.

강연은 ▲트랜스젠더퀴어의 개념과 용어를 살펴보고, ▲트랜스젠더퀴어 인권 의제를 알아보고, ▲궁금한 점을 나누며 ▲트랜스젠더 앨라이가 되어보는 순서로 구성되었습니다.

이안 팀장은 트랜스젠더 개념의 변천사를 소개하며 발제를 시작했습니다. “성전환자”로 불리곤 했던 트랜스젠더는 “지정성별과 다른 성별정체성을 가진 사람”으로 이해가 확장되어 왔고, 최근에는 고정된 정체성이 아닌 “자신의 성별을 찾아가는 사람 또는 상태”로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트랜스젠더 인권 현황과 과제


7d088139ea2b4.png

이안 팀장의 발제 슬라이드. 이안 팀장은 트랜스젠더 당사자가 겪는 차별과 혐오, 배제의 경험을 생애주기를 중심으로 설명했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개념을 설명한 후, 이안 팀장은 트랜스젠더 당사자의 생애 주기에 맞추어 단계별로 겪게 되는 차별과 혐오, 그리고 여기에서 도출되는 투쟁 과제들을 설명했습니다. 

이안 팀장은 “많은 트랜스젠더가 젠더 위화감을 인지하기 시작하는 나이가 만 10세 가량”이라고 이야기하며, 외모, 교복, 화장실, 탈의실, 수련회 숙소까지 이분법적인 성별로 나누어져 있는 학교 공간의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이안은 모두의 화장실과 개별 탈의실 등 성중립적이고 독립적인 공간이 학교에 꼭 필요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안 팀장은 또한 이러한 성별이분법적인 학교 구조와, 부모와 친구의 괴롭힘으로 인해 많은 트랜스젠더 청소년들이 탈가정, 탈학교를 경험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러한 탈가정, 탈학교 청소년들의 삶을 위해 상담과 쉼터, 학교 밖 교육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이안은 또한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에서 청소년 호르몬 억제제 처방이 위태로워지는 등, 트랜스젠더 청소년 당사자 직면한 백래시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법적 성년이 되고, 사회와 대학으로 나아간다고 해도 성별이분법과 트랜스젠더 혐오의 벽은 공고합니다. 이안 팀장은 숙명여대 트랜스젠더 여성 입학 포기 사건을 언급하며, 트랜스젠더퀴어들이 두려움에 많은 것을 포기하지 않도록 주변에서 트랜스젠더에 대한 지지가 필요함을 강연 참가자들에게 주문했습니다. 이안은 또한 주민등록번호 완전 난수화와 성별 정정 요건 완화, 트랜지션 의료 지원 등의 과제가 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우리도 먹고 살아야지 않겠습니까?


27827909dda1b.png

이안 팀장의 발제 슬라이드. 트랜스젠더 노동자들은 구직의 기회를 박탈, 또는 거부당하고, 직업직종의 선택지가 없어 불안정한 노동환경을 강요받는다.


이안 팀장은 이어서 트랜스젠더 노동자의 삶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안은 트랜스젠더 노동자는 구직의 기회를 박탈, 또는 거부당하고, 직업직종의 선택지가 없어 불안정한 노동환경을 강요받는다고 밝히며, 성노동과 비정규불안정노동에 종사하는 트랜스젠더의 삶과, 성매매 당사자 지원단체에서도 트랜스젠더 성노동자의 지원 요청을 거절한 사례 등을 이야기했습니다. 

이안 팀장은 “트랜스젠더라 안 될 것 같다”며 취업이 거절된 트랜스젠더의 사례, 여성 공동체 안에서의 트랜스젠더 배제 사례, 지역사회에서의 커밍아웃의 어려움 등 구체적인 사례들을 소개하며 트랜스젠더로 ‘먹고 사는’ 것의 어려움을 이야기했습니다. 


트랜스젠더 앨라이가 되어주세요


1c14661e4f638.png

강연회 참가자들 단체사진


강연 내용을 되짚어보는 복습 퀴즈로 발제가 끝났습니다. 상품으로 “트랜스젠더 앨라이” 뱃지가 걸린 퀴즈를 맞추고, “노동당 당대표에게 뱃지를 달아주겠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참가자도 있었습니다. 


af53a3370bda3.jpeg

트랜스젠더 동료, 친구, 가족, 연인, 동지들에게 보내는 환대의 언어들


“나의 트랜스 동지에게, 제가 완전 티나는 트랜스 앨라이가 될게요.”

이 날 행사는 나의 트랜스 ___에게 남기는 편지를 벽면에 함께 붙이며 마무리됐습니다. 트랜스젠더 동료, 친구, 가족, 연인, 동지들에게 남기는 따뜻한 말들이 벽면을 채웠습니다. 오래오래 함께 살자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는, 평범하지만 누군가에겐 어려운 다짐들을 참가자들이 서로 함께 나눴습니다.

지난 달의 <무성애 성토대회>와 마찬가지로, 이 날의 행사들은 성소수자위원회의 트랜스젠더퀴어 당사자 회원들의 삶과 애환이 고스란히 담긴 기획이기도 했습니다. 강연에서 이안 팀장님이 나눠주신 알찬 이야기들과 함께, 정기모임에서 펼쳐주신 이야기들을 토대로, 노동당 안에서부터 트랜스젠더에 대한 환대의 공동체를 단단하게 만들어나가겠습니다. 단결, 트젠!


462337d6fb40b.jpeg

2025 제8회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집회 및 행진 

<동네북, 두드릴수록 크게 울리는>

- 일시 : 2025년 11월 22일 (토) 15시 예정

- 장소 : 녹사평역 인근 이태원 광장 (이태원로 134)


레드뷰 구독하기 - REd View를 뉴스레터로 보내드립니다

Subscribe

Tel. 02-6004-2000
Fax. 02-6004-2001
E-mail. laborkr@gmail.com
Addr.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영등포로 97 창덕빌딩 4층 노동당